
글로벌 스테인리스 산업이 중국·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공급 확대와 세계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구조적 전환점에 놓였다. 20일 스테인리스 산업발전 세미나에서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진우 수석연구원은 “중국·인니발 과잉 공급, 디플레이션 압력, 수요산업 둔화가 내년 시장의 핵심 변수”라며 “글로벌·국내 STS 시장 모두 가격 경쟁 중심의 산업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수요산업 회복 속도 제한… 한국은 대미 수출 둔화 리스크 증대
이 연구원은 세계 경제 전망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며 성장률 전망이 3% 내외로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 회복세가 제한적이고 주요국 자동차·철강 수요의 반등 폭도 크지 않아 전반적 회복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은 미국향 수출 비중이 50%에 이르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생산 감소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인도네시아, 글로벌 STS 공급의 ‘절대 축’으로 부상
글로벌 STS 공급 측면에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두 나라의 슬래브 생산량은 세계의 73%를 차지하며 2017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계 기업들은 니켈·제련·압연 라인을 통합한 일체형 프로세스(NPI 기반)를 바탕으로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그 결과 중국의 STS 수출은 2019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일본 등 전통 STS 강국들은 생산능력 축소, 설비 재편, 포트폴리오 고급화 등 구조적 조정을 추진 중이다. 유럽 주요 STS 제조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중국산 수입 증가로 EU의 수입 규제 강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국내 수요 모두 정체… 니켈 약세와 과잉능력이 가격 하락 압박
스테인리스 수요는 202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다. 공급 증가와 니켈 가격 약세가 겹치며 글로벌 가격 전반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국내 STS 수요 역시 판재류 기준 올해 약 1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조선·자동차 등 주력 수요산업의 동반 부진이 주요 요인이다. 다만 2025년은 건설·인프라 분야의 기저효과와 니켈 가격 안정세 등으로 제한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STS업계, ‘지속적 구조혁신·비가격 경쟁력 강화·미래 수요 Lock-in’이 핵심
이진우 수석연구원은 먼저 국내 STS 업계가 중국·인도네시아발 공급 과잉이 고착화된 환경에서 더 이상 물량 중심의 경쟁 전략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초저가 공급이 지속되는 만큼 기존 설비의 효율화와 생산 체계의 재정비가 필수적이며, 단순 판재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고합금강·특화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유럽과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와 스크랩 기반의 친환경 제조 체계 강화가 이미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공통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구조혁신 없이는 공급 과잉 국면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덤핑, 쿼터, 원산지 규제 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솔루션 제공 능력, 품질 안정성,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 비가격 요소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원은 “과거 일본이 불황기에도 핵심 고객을 지키며 경쟁력을 유지했던 사례처럼, 한국 STS 업계 역시 전략 고객 기반을 공고히 하고 벤치마킹 역량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기적 가격 조정보다는 장기적 신뢰 구축과 서비스 경쟁력이 생존을 좌우하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미래 수요 확보(Lock-in)를 국내 업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수소 인프라, 신재생 및 차세대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물류·저장 시스템 등 신성장 산업에서는 STS의 신규·확대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산업군을 선제적으로 타깃팅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를 위해 고부가·특화재 개발, 지적재산권 확보, 소재·제품의 브랜드화 등 산업 전반의 전략적 가치 제고가 요구된다. 그는 또한 핵심 고객사와의 장기적 파트너십을 통해 수요를 고착화하는 것이 향후 시장 지위를 좌우할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기술·솔루션·미래 수요 기반의 산업 고도화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