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특수강 생산업체인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이 중국산 탄합봉강에 대한 반덤핑(AD) 제소 신청을 본격화한다.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이르면 5월 중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공식 조사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탄합봉강은 금형강과 공구강을 포함한 특수강의 핵심 품목으로 자동차와 기계, 조선, 건설 산업 등 국가 핵심 제조업 전반에 사용된다. 고도의 제조기술과 품질 신뢰성이 요구되는 이 고부가가치 소재는 국내 특수강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 유지와 수익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특수강봉강 시장은 중국산 탄합봉강의 수입량 증가와 저가 공세로 심각한 교란을 겪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특수강봉강 명목소비량은 약 259만 5,379톤이며, 이 중 수입 비중은 28%(72만 1,175톤)에 달한다.
수입 비중은 2015~2016년 최고 61%까지 치솟았다가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상승 전환하며 국내 시장의 수입재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중국산 비중 90% 육박…국내 생산기반 위협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입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의 급격한 증가다. 2024년 중국산 특수강봉강 수입량은 전체 수입의 약 90%인 64만 9,803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중국산 비중 77%(42만 7,454톤)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수입재가 국내 시황과 무관하게 유입되면서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조사의 수익성 악화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우려했다.
또한 “국내 업체 간의 과열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 안정성까지 훼손되고 있어, 공정한 경쟁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수강 제조업계 전반 공감대 형성…제소 불가피
이번 반덤핑 제소는 세아그룹 특수강 계열사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국내 특수강 생산업계 전반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강 업계는 해당 품목의 과도한 중국 의존과 가격 왜곡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청서 제출 후 조사 개시까지는 약 1~2개월의 검토 기간이 필요하다. 조사가 개시되면 예비조사를 거쳐 본조사에 착수하게 되며, 조사 개시부터 최종 판정까지는 통상 약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관련업계는 조사 신청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올해 말 예비판정, 2026년 6~7월경 최종판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 보호 위해 무역구제조치 확대 강화
세계 각국은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무역구제조치를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규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 중국산 H형강, 중국·대만·인도네시아산 스테인리스 평판압연 제품 등에 반덤핑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사가 시작된 베트남산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은 올해 4월 최종판정을 통해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됐다.
중국산 탄소강 후판은 현재 본조사가 진행 중이며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고 있고, 중국산 스테인리스 후판 역시 잠정관세가 적용되며 6월 최종판정을 앞두고 있다.
일본 및 중국산 탄소강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가 개시돼 현재 예비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세아그룹의 중국산 탄합봉강 반덤핑 제소 신청은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구제 조치 흐름 속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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