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규제 이후 청산의 숏 스퀴즈 사태와 포스코의 침수 사고는 스테인리스 시장에 큰 파고를 일으켰다. AD 규제로 시장의 예측성과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은 올해 이 두 가지 사건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시장 가격이 예측불허로 흘러가며, 업계는 의지와 상관없이 모두 급등과 급락이 포함된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뒤 현재 기진맥진한 상태다.
포스코의 1월 스테인리스 주문투입분 가격이 윤곽을 드러냈고, 곧 중국산 2월적 오퍼가격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이미 1월적 오퍼가격과 원달러 환율 약세 전환으로 시장의 흐름은 하락에 방점이 찍힌 상태다.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것인지, 아니면 일정 수준에서 방어가 될 것인지 가늠할 시점이 온 셈이다.
포스코가 1월 주문투입분 가격방어에 나섰지만, 1월적 수입 원가를 고려했을 때 격차를 회복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환율 흐름까지 고려했을 때 2월적 오퍼가 대폭 인상되지 않는 이상 가격경쟁력은 불행히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가격이 급등했던 상반기에는 국내산 제품과 수입재의 가격 차이는 크게 중요치 않게 여겨졌다. 그러나 수요가 확 꺽인 시장에서 가격차이는 곧 판매경쟁력이 되기 일쑤다. 여기서 환율, 금리, 제조비용 등 원가는 중요치 않게 작동한다. 시장은 이미 지난 5~8월 사이에 혹독한 비용을 치뤘다. 버티고 버티다 한방에 50만원을 내려야 했고, AD 규제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점할 것으로 예상됐던 국내 밀들은 사상 초유의 감산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공급불안에 대한 공포로 가격은 다시 치솟았지만 경기침체와 수요부진, 수입재 대량 계약, 포스코의 예상보다 빠른 복구 움직임 등으로 가격은 최고가 대비 40~50만원 정도 다시 낮아진 상태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낮아진 가격대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스테인리스 범용재 400만원 시대는 계속 이어질 수 있는가?
이 의문은 또 현재 상황과 맞닿아 이어진다. 포스코의 1월 주문투입분 가격인하로 수요가들은 신규 주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 30~7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수입재에 대한 시선 쏠림을 막을 수 있을까. 쿼터가 있으니 방어가 될 수 있을까. AD 장벽으로 세워진 최저가격 규정으로 아시아 주변국보다 최소 100달러 이상 비싸게 형성된 상황에서 가장 수혜를 누리는 업체는 어디일까.
냉연이 열연보다 낮게 형성된 시장에서 현대비앤지스틸을 비롯한 냉연사들은 어떻게 생존을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소재를 사서 해외로 수출을 해야하는 제조업체들은 돌파구가 있을까. 추가로 AD 규제에 나서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린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