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카타르에서 5조 원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선17척을 수주했고 추가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 3사는 올해 3분기에 11년 만에 동반 흑자를 기록하는 기염도 토했다. 조선 3사가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은 조선 호황기인 2010년 중반 이후 처음이라니 조선산업이 빛나던 시기가 다시 왔다는 기대도 품어봄직 하다. 

올해 조선사들은 대체로 수주 목표를 상회 할 것 같지만 신규 수주 내용을 보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올해 조선사들의 신규 수주는 친환경선이 주도했다. 삼성중공업은 9월까지 수주한 선박 중 대만의 에버그린이 발주한 DF 추진 컨테이너선이 64.7%를 차지한다. HD현대중공업도 LNG DF와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을 수주하는 등 친환경선이 수주 호황의 길을 열고 있다. 고부가 친환경선박이 한국 조선의 부흥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조선산업이 직면한 환경은 만만치 않다.

하나는 인력 문제이다. 용접공 구하기가 힘들어 중국 등 해외에서 블록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일본이 경쟁에서 뒤처진 것도 인력 문제였는데 당시 일본보다 한국의 상황은 더 나쁘다.

두 번째는 중국 등 경쟁국과의 경쟁이다. 이미 중국은 건조와 규모에서 한국 조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며, 일반 상선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대부분 중국 조선사들이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조선업이 갈 방향은 고부가 선박과 특수선박 등이고 여기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 뿐이다. 올해 한국 조선사들의 부흥의 기적을 울린 것도 이러한 환경변화에 잘 대응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산업이 고부가선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설계와 제작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철강기업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그러나 조선과 철강은 여전히 갈등 중이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가격 협상을 두고 1년 내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계절은 11월로 접어들었지만 하반기(7월~12월) 조선용 후판을 둘러싼 가격 상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조선사들은 중국산 가격에 맞추라고 하고, 한국 후판 업체들은 적자 확대와 비정상적인 가격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다 보니 양측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상대를 꺾어야 한다는 절박감만 남은 듯하다.

얼마 전 한 조선사는 가격 인하 압력을 가하기 위해 해외 주문을 늘리고 한국 철강사에 주문을 중단하는 초 강수를 두었다는 말도 들린다. 또 일부 한국 후판 업체는 가격을 깎고 적자가 나느니 납품 중단 혹은 공장 폐쇄를 생각할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사와 후판업체의 수익에 가격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갈등을 푸는 방식인데 협상의 두 주체는 상대의 약점을 잡아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하는 듯 하다.

조선과 후판은 전후방 산업으로 묶여 있고 서로가 서로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이다. 친환경 고부가 선을 만들기 위해선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소재기업의 강종 개발이 필수이다. 또 조선사들의 발전이 후판 업체들의 생산제품 고도화에 기여를 할 것이다. 그래서 양 업계는 서로를 기대어 상호 발전을 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양업계는 불행하게도 계속된 가격 갈등과 늘어나는 협상 비용으로 불신의 골은 깊고 크다. 얼마나 부작용이 컸으면 정부가 나서서 가격 포뮬러를 만들도록 요구했겠는가? 조선협회와 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양측이 머리를 맞댄 포뮬러 만들기에 들어갔지만 실제로 적용될지도 미지수이다. 양측 모두 정부가 만들어 보라고 해서 만드는 것 뿐이라는 소극적인 자세다 보니 포뮬러를 만들어도 사용될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자칫 포뮬러 따로 협상 따로가 될 듯 하다.

양 업계의 발전은 합리적인 가격 결정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입품을 줄이고 국내 후판업체들의 가동률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 강종 개발을 통해 특수선에 날개는 다는 것도 양업계의 협력에서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갈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양 업계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서야 하고, 업계가 안 된다면 정부라도 중재를 해야 한다. 지금 양 업계의 협상 과정을 보면 “이라다가는 다 죽어!”라는 오영수 배우의 절규를 누군가 해야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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