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철강 취재에 대한 업력이 길지 않은 탓일까? 본기자는 최근처럼 급격하게 유통시장의 분위기가 꺾인 상황을 사실상 겪어보지 못했다.

담장 너머에서 살펴본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는 위축되어 있고 그들의 눈에서도 당장 일말의 기대감을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실제 올 초에는 개선의 여지가 적은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정리하는 철근 유통업체가 나타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과거 철근 유통시장에서 굴지의 위치를 자랑하던 업체가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낯설기만 한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저히 혼자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면서 취재차 유통업체를 방문할 때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딱히 이렇다 할 해결방안을 듣지 못했다. 중후장대한 철강산업의 특성상 새롭게 생산설비를 들이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을’의 위치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적어도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오롯이 한 가지 사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졌다는 결론이다.

가깝게는 가공사업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나 취급 품목의 확대, 멀게는 철강사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으로 철강사업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무엇이 시장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보자. 과거 생산업계로부터 이어진 낙수효과가 이제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싶다.

특히, 최근 직접 판매 비중을 넓히는 생산업계의 상황을 살펴보면 낙수효과는 고사하고 일부는 이미 경쟁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고 봐도 무방한 부분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유통업체들이 생산업계에 기대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같은 상황을 비단 생산업계의 잘못으로만 취급하기도 어렵다. 유통업체들도 현재의 위치에서 자만하고 더딘 발전으로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 아닐까 싶다. 결국엔 서로가 불안감을 안고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기자는 다시 시장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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