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수 기자
손정수 기자

포스코의 코일철근 생산여부가 관련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관련업체들은 철강 공룡 기업이 골목시장에 진출한다며 생존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반대로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곳도 있다. 코일철근 가격과 서비스에 불만을 품어 왔던 가공사와 건설사들은 공급사 증가에 환영하는 눈치다.

기존 철근 업체들은 포스코의 철근 시장 진출이 코일 철근에 그칠 경우 영향이 미미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일 철근을 시작으로 직진 철근시장까지 넘보게 되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이슈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도 연강선재 시장의 축소가 직접적인 원인됐다. 전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포스코조차 수요 패턴의 변화로 일부 철강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애를 먹고 있다.

한국 경제와 철강사들은 그 동안 오일쇼크, 외환위기, 세계 금융위기 등 큰 충격에도 잘 견뎌왔다. 지금의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그리고 저성장의 악조건도 한국의 철강사들은 잘 버텨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래는 낙관하기 어렵다. 출산율은 전세계 최하위이고, 산업의 구조도 바뀌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경제에 대해 지금은 GDP규모가 세계 10위 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2030년 13위, 2050년 20위, 2075년에는 24위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기도 했다.

OECD가 전망한 한국경제의 잠재경제 성장률은 2010~2020년 3.09%였다. 2030년~2040년 0.69%, 2050~2060년에는 -0.03%에 불과하다.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는 철강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과거 몇 번의 경제위기와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강사들이 현재의 생산체제를 유지하려면 더 많이 수출해야 한다. 한국 철강사들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개도국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또 국내 시장의 경쟁 강도가 세지만 수익은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한국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를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과제는 과잉 생산 시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철강업체들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가 될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과잉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고 마지막이 설비 폐쇄이다.

먼저 성숙기를 맞이한 일본의 야마토고교와 마루이치스틸튜브 등은 성공적인 해외 진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철강사들도 해외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 가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넥스틸, ㈜삼우, 아주스틸 등 중견 철강사들의 해외 진출은 매우 의미 있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과잉설비 해소의 또 다른 방법은 인접 시장 진출이다. 생산 시설을 폐쇄하는 것보다 생산 가능한 인접 제품을 생산해 시설을 가동하는 것인데 포스코의 이번 코일철근 시장 진출 검토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해외 진출에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유관시장 진출은 보다 손쉬운 결정이다. 특히 상공정 보유 업체들은 수요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하공정으로 하공정으로 진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포스코가 선재 수요 감소로 철근에 눈길을 주는 것과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생길 수 있다. 해당 품목의 생태계가 교란되거나 붕괴될 여지가 있다. 개별 기업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유휴설비로 인한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나 철강업계 차원에서 적극 논의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유휴 설비에 대한 처리방안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성숙기 진입에 따른 해법은 기업과 정부차원에서 각각 마련되어야 한다. 기업은 수요 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신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 진출 역량을 키워 국내 경쟁 압력을 낮춰야 한다. 

철강의 성숙기 진입은 개별 기업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휴설비가 발생하면 축소나 폐쇄가 불가피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유휴 설비 폐쇄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한국철강협회 차원에서 한국철강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는 보스턴컨설팅을 통해 컨설팅을 받는 수준에 그쳤지만 적절한 시점에 미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스코의 이번 코일철근 시장 진출은 일회성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사건이 가까운 미래에 재연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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