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장은 단기고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8월 4주부터 오르기 시작한 가격은 9월 2주 현재까지 중량A기준 총 10만 원 이상 올랐다. 가격 상승세가 시작되던 당시 10만 원 가량의 인상을 기대하던 시장의 기대치는 한 달만에 충족됐다. 그러나 가파른 상승으로 고점이 예쌍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가파른 하락에 이은 가파른 상승으로 예상보다 빠른 바닥과 고점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유통업체들의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가파른 상승의 원인

예상보다 빠르고 가파른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길었던 하락 기간이다. 4월 이후 하락을 시작한 스크랩 가격은 8월 말까지 5개월간 이어졌다. 이 기간 제강사의 중량A 구매가격은 톤당 28만 원 가량(남부권 제강사 기준) 하락했다. 유례없을 긴 하락으로 시장 가격이 곤두박질 치면서 반작용으로 가격의 반등세가 큰 폭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중한 셈이다.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통량을 최소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던 공급업체들은 바닥이 가까워오자 낮은 가격을 오히려 무기로 삼아 매입과 재고 쌓기에 돌입했다. 때마침 제품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스크랩 수요가 늘어가는 와중에 시중 물량 유통이 잠기자 가격은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한 달만에 톤당 12만 원 가량이 올라 43% 가량의 가격회복세를 보였다. 5개월간 떨어진 가격의 절반 가량을 한 달만에 회복하는 빠른 상승세였다.

 

부족한 수입 스크랩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하락기간동안 미국산은 물론 일본산 스크랩까지 수입이 부진했다. 3월 54만 톤을 정점으로 수입량은 꾸준히 하락해 8월에는 26만 9,000 톤 가량의 수입만 이뤄졋다. 국내산 스크랩 가격의 하락이 길어지면서 ‘국산보다 비싼 수입은 사지 않는다’는 기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산 스크랩의 유통량이 줄어들고 수입마저 마르자, 국내의 공급부족 현상이 한층 더 격화됐다. 가격이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인상을 시작한 시점의 가격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유통량은 늘지 않았다. 공급업체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가격과 시중 가격과의 격차가 매우 컸다. 더구나 낮은 가격은 업체들의 매입과 재고보유 역량을 오히려 높여주는 꼴이 됐다. 제강사 재고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때까지도 스크랩 유통량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서

당초 시장의 전망은 10월 초중순까지 올라 중량A 제강사 구매가격이 톤당 60만 원 안팎까지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빠르게 찾아온 고점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촉진시켰다.

가파르게 상승한 가격으로 매입량을 유지하면서 재고를 보유하는 데 자금의 압박이 발생했다. 9월 2주 KSSP에 따르면 중량A 기준 구좌업체 야드 매입 가격은 영남권이 톤당 50만 5,000 원, 수도권이 49만 2,000 원 가량이다. 가격 상승세가 시작한 시점보다 톤당 10만 원 이상이 올랐다. 가격이 올라 매입와 보유에 부담이 발생하면서 취급 물량이 많은 업체를 우선으로 유통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8월 말까지 평년보다 적던 제강사 입고량은 9월 1주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9월 16일, 남부권 제강사 4사의 입고량은 모두 1만 4,500 톤으로 2022년 평균보다 2,000 톤 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제강사의 재고가 확실히 회복되지 않고 있지만 10주째 감소세를 보이던 재고 현황도 9월 2주를 반환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업계 전반은 현재상황이면 2~3주면 평년 수치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빠른 가격 상승이 부추긴 불안감으로 유통량이 급증해 가격 상승기도 예상보다 빠르게 끝날 것이란 전망이다. 더구나 8월 중하순 이후 계약한 수입 물량이 속속 도착하고 있어 제강사의 재고세 회복은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10월 이후 시장 전망

가격이 단기 고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의 ‘하락세’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고 현황 그래프가 우상향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고의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강사들은 9월 2주 이후 공식적인 구매가 인상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특별구매 등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철강업계 전반을 강타했던 태풍 힌남노의 영향도 있다. 당초 포항지역 제강사들이 ‘셧다운’에 빠져 스크랩 수급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으로 우려했지만 여파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채 입고량을 조절하고 기타 지역으로의 입고를 유도하는 수준에서 사고가 수습되고 있다. 오히려 불안감이 해소된데다 포항지역에서 생산되던 제품을 여타 지역에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며 스크랩 공급이 더 귀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10월의 국내시장 상황은 확실한 상승신호도 하락신호도 없는 ‘관망세’가 우세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 변동의 트리거로 제시될 수 있는 건 주변국 시장의 변화다. 전세계적으로 철강 제품 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미국과 투르키예 등에서 모두 스크랩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 시장만은 9월 이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시장 전반의 추세와 관계없이 한국과 일본의 시장가격이 동반해 상승하는 모습은 올해 초 1사분기의 시장가격 그래프와 궤를 같이 한다. 올 1분기 주요 수출입국인 일본과 한국이 해외 여타 시장과의 큰 상관관계 없이 가격 상승을 지속해 세계 최고가 스크랩 시장을 형성했었다. 일각에선 이같은 상황이 올 4분기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떤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라면서 “올 한해 가격의 등락이 너무 컸고 예측이 무의미한 상황이 지속해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을 예측하기 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변동에 바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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