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확산은 이제 전 산업에서 시범 단계를 넘어, 기업 전체의 업무를 재설계하고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내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제조와 물류 분야에서는 특히 AI의 도입이 활발하여,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검사 자동화, 예지 보전을 통한 설비 안정화, 그리고 스케줄 최적화를 통한 운영 효율화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코딩 보조 기능에 머물던 AI는 이제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면서 산업 전반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철강 산업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세계 철강 수요는 저성장 기조에 머무르고 있으며, 과잉 설비 문제는 이미 구조적으로 고착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품질, 수율, 그리고 에너지 효율은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떠올랐다. 따라서 철강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설비 활용도 제고라는 이중의 압력을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 더해 2026년부터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철강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보고해야 하며,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제 AI 도입은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탄소 데이터 관리와 규제 대응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번 호에서는 세계 주요 철강기업들의 AI 도입의 추세와 사례를 살펴 본 후 다음호에서는 국내기업들의 추세와 사례를 다루고자 한다.

 

(1) 세계 철강산업의 AI 도입 추세

최근의 세계 철강 산업의 AI 도입 추세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스마트 제조 분야이다. 많은 철강 기업들이 AI를 적용한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구현하여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AI에 의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정에서의 변동성을 줄이고, 실시간으로 생산 조건을 조정하여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둘째, 예측 유지보수 분야이다. AI는 공정의 주요 설비에서의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데 사용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유지보수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불필요한 가동 중단을 방지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 품질 관리 및 검사 자동화 분야이다. AI 기반의 비전 시스템이 도입되어 제품의 품질 검사를 자동화하고 있다. 고해상도 카메라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결함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를 통해 불량률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넷째, 공급망 최적화 분야이다. AI는 공급망 관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자재 수요 예측, 재고 관리 및 물류 최적화에 AI를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더욱 유연하고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다섯째, 에너지 효율성 관리 분야이다.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철강 기업들은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AI 기반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최적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제시하여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2) 주요국 철강기업의 AI 도입 사례

 1) 스마트 제조(AI에 의한 공정 관리)

JFE 스틸은 2018년에 폐기물 발전소의 연소 이미지를 AI로 분석하여, 이상 연소를 자동 감지하여 작업자에게 알리고, 각 플랜트의 운전 데이터 분석을 통한 원격 감시와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Pla’cello를 개발한 바 있다. 이후 해당 플랫폼을 계속 발전 적용시켜 고로 예측·안정화 모델을 통해 고로 비정상에 대한 8~12시간 선행예측 모델을 운용하였다. 이어 2024년 7월에는 JFE가 자사 고로 7기에 적용해온 DX 역량을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인도 JSW의 4고로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고로 사이버-피지컬 시스템 파일럿’이라는 명칭의 프로젝트를 통해 적용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고로의 거동(가스 흐름, 온도 분포, 원료 하강 등)의 시각화·예측, 용선 온도 제어 모델, 채널링(channeling, 고로 내부에서 환원가스가 특정 통로로만 흐르며 불균형하게 분포하는 현상으로 효율 저하·품질 변동·연료 낭비를 초래) 예측 등으로 고로 운전의 안정화와 민첩화를 달성하려는 것이다.

고베제강은 자사의 제철 공정, 특히 고로 운전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왔다. 2021년, 카코가와 제철소에서는 AI가 센서 데이터를 통해 고로 내부의 온도, 압력, 환원 반응 상태를 실시간으로 예측·제어함으로써 안정된 조업과 코크스 사용량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실증했다. 이 과정에서 환원철 원료(HBI, Hot Briquetted Iron)를 함께 사용해 기존 공정보다 더 나은 CO₂배출 감축을 달성했다. 이후 2022년에는 AI 제어, 원료 혁신, 고로 운전 최적화를 결합한 기술을 바탕으로 저탄소 고로 강재를 출시했다.

아르셀로미탈은 2024년 아이젠휘텐슈타트 공장에서 생물 모사 알고리즘인 개미 군집 최적화 모델(ACO, Ant Colony Optimization)이라는 AI 기술을 적용했다. 이전까지는 생산 공정의 복잡한 제약 조건(고로와 연속주조기, 압연 라인 간의 조정, 에너지 사용 패턴, 설비 유지보수 계획 등)을 고려해 일정표를 작성하는 데 수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ACO 알고리즘을 적용함으로써, 동일한 일정표 계산을 수 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돌발적인 설비 고장이나 주문 변경에도 신속히 일정을 재계산할 수 있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라인 간 공정 불일치로 발생하던 대기 시간과 원자재 손실이 줄어들게 되었다.

 2) 예측 유지보수(PdM, Predictive Maintenance)

뉴코어는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압연 공정과 전기로를 중심으로 AI에 의한 예측 유지보수(PdM)를 도입했다. 진동, 전류, 온도, 압력 등에 대해 측정된 데이터에 대해 이상탐지와 잔여수명을 추정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적용한 것으로, 생산 스케쥴과 PdM을 통합하여 최적화함으로써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도록 정비시점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디케이터(Decatur) 공장에 적용된 연구에서는 가동률 개선·비용 절감 효과가 입증되었고, 이후 실제 생산라인에서의 AI 기반의 PdM 적용 결과, 돌발 정지 감소, 부품 교체 주기 최적화, 에너지 효율 향상이 확인되었다.

미국 Big River Steel은 2017년에 세계 최초의 스마트 밀 구축 계획을 발표하였고, 2018년에는 5만개의 센서를 도입하여 적용한다는 PdM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이어2021년에 Big River Steel은 US스틸에 인수되었고, 이후 US스틸에서의 본격적 AI 기술의 적용에 의해 PdM 방식은 보다 발전하였다. 이러한 PdM방식이 생산 스케줄·품질 기능과 직접 연결되는 것을 통해 최소한의 정비로 철강 생산의 품질과 수율을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3) 품질 관리

아르셀로미탈은 2020년 초반에 아이젠휘테슈타트 공장에서 AI 기술을 연속주조, 열간압연, 산세(Pickling), 용융아연도금 라인 등에서의 품질관리에 적용했다. 이 때 적용된 AI 기술은 고속 비전의 ASIS 이미지(고속으로 이동하는 강판, 용접부, 코일 등을 실시간으로 촬영)와 딥러닝(합성곱 신경망, CNN)에 의한 실시간 분류를 결합된 것으로 각 공정별로 전용 모델을 운영하였다. 그 결과 표면결함의 저감 및 품질 변동 축소, 주조 품질 안정화를 달성하였다.

바오우 철강은 2023년에 상하이 소재 자동차강판 라인에서 4K 해상도 라인스캔 컬러 카메라 2대를 사용해 철 스크랩을 분류하고, 표면상태의 품질 검사를 5G 인프라와 결합하여 AI로 수행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바오우 철강은 자사의 다른 공장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 AI 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자동차 패널 표면검사 능력을 고도화하는 확장 전략을 추진해나갔다. 이를 통해 검사에서 조치에 이르는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품질 편차를 축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타타 스틸은 2024년에 Tata Steel Europe에 AI 기술을 적용한 품질관리 시스템인 FCC(Final Customer Check)를 도입하였다. FCC는 제품이 고객에게 출하되기 전에 마지막 품질 검증 단계를 수행하는 AI 기반의 디지털 솔루션이다. 여기에서는 생산 중 수집된 공정 데이터와 시험 결과가 FCC에 연결되어 고객별 맞춤 품질요건을 반영하게 된다. 즉, 제품 데이터(화학 성분, 기계적 성질, 두께·폭 등 치수, 도금·코팅 특성 등)를 사전 입력된 고객 사양과 자동 대조하여 적합한지를 자동적으로 판정하고, 부적합한 자재는 자동으로 출하 불가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품질 관리의 효율성이 향상하고, 주요 고객(OEM, 자동차·가전업체 등)에 대해 품질 보증 능력을 강화하여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4) 공급망 최적화

아르셀로미탈은 그동안 단계적으로 AI 기술을 적용하여 수요예측-생산 스케줄링 최적화-원자재 조달·재고 관리- 물류·운송으로 연결되는 통합 공급망 최적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즉, 이 시스템은 딥러닝·시계열 ML 모델을 통해 고객 주문 패턴, 시장 지표, 계절성 분석을 하고(수요 예측), AI가 설비·품질·납기·원자재의 제약조건을 고려하여 자동 스케줄을 생성하며(생산 스케줄링 최적화). 철광석·석탄 가격 변동과 운송 리스크를 반영한 구매 시점 및 수량을 최적화하며(원자재 조달·재고 관리), 항만·철도·도로 운송의 실시간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최적화하는(물류·운송) 것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공정, IoT 센서, 품질 검사, 물류, 고객 주문·시장 등의 데이터가 통합적으로 AI 모델에 의해 분석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요 예측 정확도가 향상되고, 생산 스케줄링 시간이 크게 단축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타타 스틸도 이와 유사하게 AI를 보다 진화된 형태로 적용하는, 공급망 전주기에 대해 AI를 적용하는 최적화 시스템(End-to-End Supply Chain AI)을 그동안 단계적으로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타타 스틸은 운영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품질 및 안정성 확보, 고객 만족도 증대 및 경쟁력 강화의 효과를 얻었다.

 5) 에너지 효율성 관리

쿤밍 철강은 2025년 7월의 보도자료를 통해 AI 기반의 에너지 효율 최적화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공정이나 설비들을 주요 대상으로 AI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였다. 여기에서는 기존 작동 데이터(과거 작동 조건, 에너지 사용량, 환경과 공정 조건 등)를 딥러닝으로 학습하여, 공정 제어 전략을 자동으로 조정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AI를 통해 실시간 작업 조건 변화를 파악하여, 그것에 의해 팬 속도 조정 등의 동적인 제어를 수행하거나 집진장치 효과가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하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2개월을 운영한 결과, 7개 팬에 대한 평균 전력절감률이 약 7.84%, 누적 전력 절감량 92만 kWh, 직접 비용 절감에서 약 43만 위안의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바오우 철강은 2024년에 저탄소 제철 공법인 수소 보강 탄소산화물 순환 산소제철로(HyCROF, Hydrogen-enriched Carbon Monoxide Recycling Oxygenate Furnace)에 AI 기술을 적용하였다. HyCROF는 기존 고로 기술을 기반으로, 순산소 취입 조건에서 상부가스를 정제한 후 이를 재순환시키고 여기에 수소 가스를 보강하여 환원 효율을 높이는 저탄소 제철 공법이다. 이 공법은 신장 지역 Bayi Iron & Steel 고로에 본격 적용되었고, 점차 바오우 철강의 다른 제철소에도 확산시킬 예정이다. 실제로 이 공법이 운영되는 데 있어 AI 기술은 운전조건 최적화, 예측제어, 에너지 및 배출 모니터링에 적용된다. HyCROF 공법에서 우선 산소 유량, 수소 비율, 환원가스 주입량, 고체 연료 투입 비율 등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데 AI 모델(머신러닝 기반 예측 모델, 최적화 알고리즘)이 조업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 제어 신호를 제시한다(운전조건 최적화). 또한 HyCROF는 연소·환원 반응이 동적이고 관련 결정 변수가 많은 제약이 있는데, 이 때 AI는 시뮬레이션 모델과 실측 데이터를 통해 온도, 압력, 조성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데 활용된다(예측 제어). 그리고 AI 기반 이상탐지 모델이 CO₂ 배출, 수소 이용률, 연소 효율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비정상 패턴을 조기에 감지하여 안정적인 저탄소 운전을 유지한다(에너지 및 배출 모니터링). 이를 통해 바오우 철강은 생산능력 증가, 고체 연료 비율 감소, CO₂ 배출량 감소 등의 효과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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