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BAM 본격 도입에 따른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영향
탄소배출에 대한 추가 비용 부담
대략적으로 한국 철강 수출업체가 부담할 추가 비용을 시산해 보자. 철강산업의 CBAM 비용은 제품 내재 직접배출량 × (EU ETS 평균가격 − 한국에서 실제 납부한 탄소가격)으로 계산된다. 직접배출의 강도는 고로의 경우, 철강 생산 1톤당 대략 1.8~2.2 tCO₂ 수준으로 나타나고, 전기로의 경우 철강 생산 1톤당 0.1~0.2 tCO₂로 나타난다. 그리고 EU ETS에서 탄소가격은 70~85유로/tCO₂ 정도이고(2025년 중반), 이 때 K-ETS의 탄소가격은 톤당 약 8,000~10,000원(대략 5~6유로/tCO₂)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에 기초하여, 고로 열연강판의 경우, 탄소배출량(1.8~2.2 tCO₂/t, 직접배출만) × 탄소가격(EU ETS 70~85유로 − K-ETS 5~6유로)라고 하면, 열연강판 1톤당 CBAM 비용은 약 117–174유로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전기로의 경우, EAF 제품의 직접배출량(0.1–0.2 tCO₂/t) × (ETS 70~85유로 − K-ETS 5~6유로)로 하면, 대략 7–16유로/t 수준의 CBAM 비용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서 무상배출권으로 탄소가격을 지불하고 있지 않고, 대부분의 한국에서의 EU 철강제품 수출물량이 고로제품에 의한 것(2024년 기준, 약 97%)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24년 기준으로 평균 수출 가격을 1,230~1,240유로/t라고 하면, CBAM 비용은 수출가격의 약 10~15%로 추산된다. 즉, 현재의 상황에서 2026년에 한국의 유럽 철강 수출에서 톤당 수출가격의 10~15%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탄소가격 현황(2024년)

수요 감소 영향
EU는 우리나라 철강의 주요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로,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철강수출 물량의 약 15%(381만톤)를 차지한다. CBAM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CBAM 비용 부담 전가로 인한 수출 가격 인상 효과로 인해 한국산 고로 제품은 유럽 내 저배출 전기로 제품 및 현지 생산품에 대하여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기적으로 EU로의 수출 물량 감소와 시장 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EU 내 소비자들이 저탄소 인증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우리나라산 제품에 대한 수요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제도 운영 측면의 영향
CBAM 체계가 전격 시행되면 우리나라 철강업체들은 단순히 위와 같은 비용 부담 및 수요 감소를 넘어 운영상의 영향이 발생한다. 즉, 2026년부터는 설치별(공장별) 직접배출 데이터를 EU에 제출해야 하고, 이 데이터는 독립적인 검증을 받아야 하고 실제 배출 데이터를 중심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생산 공정별 정밀한 계측과 데이터 관리 체계가 요구된다. 또한 EU 수입업자는 ‘승인된 CBAM 신고자’로 등록해야 하고, 분기별 증서 보유 및 연간 상환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철강업체도 수출 파트너와 협력하여 배출·원재료 트래킹, 데이터 품질관리, 검증 프로세스를 사전에 구축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수출 절차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
우리나라 정부는 합동 설명회, 매뉴얼 및 MRV(측정·보고·검증) 소프트웨어 보급, 컨설팅·재정지원 확대, 제도 개편까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2026년에 CBAM 본격 시행으로 인해 우리나라 철강 산업이 직면할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기업들이 제도를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려는 대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범부처 합동설명회 개최
우선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관세청이 함께 합동 설명회를 정례화하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들어서만도 3월과 6월 두 차례 설명회가 열렸고, 하반기에는 지역 순회 설명회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는 전환기 보고와 등록 절차부터 2026년 확정제도 체계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제동에 대한 EU 측의 최신 개정 향을 전달되고 있다.
대응 툴 기트 제공
또한 정부는 기업들이 실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도구를 적극 보급하고 있다. 이전에 산업부와 환경부는 공동으로 중소기업용 CBAM 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전환기 보고 서식과 데이터 교환 방식 등을 담았으며, 환경부는 MRV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중소기업에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관세청은 기존의 원산지 관리 시스템인 FTA-PASS에 탄소배출 관리 기능을 2025년 하반기부터 추가해 통관, 원산지, 배출 데이터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EU 측 CBAM 등록부와 승인 신고자 인가 절차가 2025년 3월부터 가동됨에 따라, 이에 맞춘 안내와 교육도 병행되고 있다.
지원 사업 추진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은 CBAM 맞춤형 컨설팅 대상을 2024년 60개사에서 2025년 100개사로 늘려, 기업별 배출량 산정과 데이터 검토, 기지불 탄소비용 산정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EU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상담지원 사업). 또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CBAM 대응 인프라구축 사업을 통해 CBAM 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제품별 배출량 산정과 검증 비용의 최대 90%, 기업당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CBAM 관련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KOTRA는 수출 바우처 사업을 통해 CBAM 대응 컨설팅을 지원하며, 무역협회는 CBAM 관련 설명회 및 정보 제공을 통해 기업들의 대응을 돕고 있다.
K ETS 제도 정비
제도적 측면에서는 2015년에 시작된 국내 배출권거래제도와 관련하여, 정부는 2024년 말 국무회의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년)을 확정했다. 여기에서는 총량 관리 강화, 유상할당 확대, 벤치마크 강화 등을 통해 국내 탄소가격 신호와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유상할당 비중 등에 대해서는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결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의 대응
주요 철강기업들의 대응
우리나라 철강기업들은 2026년 EU CBAM의 본격 적용을 앞두고 전기로 투자+수소환원 실증으로 배출 구조를 낮추고, EPD 인증·MRV로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며, EU 바이어과의 저탄소 공급망 계약을 통해 매출 기반을 선제적으로 다지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 환경제품선언(EPD,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 제품의 원료 채굴 → 생산 → 유통 → 사용 → 폐기까지 전 과정(LCA: Life Cycle Assessment)에서 배출되는 환경영향(탄소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등)을 정량적으로 표시하는 국제인증제도
우선 포스코는 내수·수출 양 시장의 탄소비용 상승을 감안해, 광양 제철소에 연 250만 톤급 전기로(EAF)를 신설해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이에 맞춰 스크랩 조달·전극 내재화 등 전기로 운영 인프라를 보강하고 있다. 동시에 수소환원 제철인 HyREX(하이렉스)와 관련하여, 2024년 시험설비 및 개발센터를 구축한 바 있고, 현재 그것의 단계적 실증을 추진 중으로, 여기에서는 2027년 연산 30만톤 규모의 데모 플랜트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CBAM의 직접배출 계산에 유리한 배출 구조를 선제적으로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현대제철은 유럽 완성차·부품업체의 저탄소 강재 수요 증가에 맞춰 저탄소 후판·자동차 강판의 해외 판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2024년 체코, 이탈리아 자동차부품업체와 저탄소 강재 공급 MOU를 체결했다. 설비 측면에서는 DRI(직접환원철) + 대형 전기로를 축으로 한 중장기 전환 로드맵을 공개했고(2023년), 당진 공장을 중심으로 EAF 비중 확대와 공정 개선의 일정을 제시했으며(2024년), 2025년 3월에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전기로 중심 저탄소 제철소 건설을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26년 이후 EU로의 수출에서 CBAM 부담을 낮추고 수입상의 조달 기준(EPD·저배출 인증)을 충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동국제강(동국씨엠)과 세아그룹 일부 계열 등은 유럽형 EPD 취득·갱신으로 제품 단위의 LCA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CBAM 전환기 이후 요구되는 설치(공장)·제품별 데이터 정합성을 맞추고, EU 고객과의 데이터 연동(원재료·전과정 배출정보 제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문서 기반 대응으로 해석된다.
또한 철강기업들은 MRV 체계를 공장 단위로 정비하고, 2025년부터 운영 중인 EU CBAM 레지스트리의 설비 데이터 공유 포털을 통해 EU 내 신고인과 설치·배출 데이터를 직접 연동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전환기(보고 의무)에서 확정기(증서 상환)로 넘어가면 실제 데이터와 검증이 관건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철강사들은 EPD·ResponsibleSteel 등 국제 인증과 내부 데이터 관리체계를 결합해 고객 실사·감사를 견딜 수준의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 ResponsiblSteel : 철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 개선하기 위한 국제인증제도
판매·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우리나라 철강사들은 2024~2025년에 인도 등 EU 외 지역에서의 물량·고객 기반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2026년 이후의 CBAM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추진해 왔다.
중소 철강기업들의 대응
한편, 우리나라의 중소 철강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전기로 신설이나 수소환원 제철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 제도와 외부 컨설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소 철강업체들은 제품 단위의 EPD 인증이나 전 과정평가(LCA)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은 전기로 기반 장제품이나 특수강을 생산하는 업체여서 CBAM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유럽 수입상들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환경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에, 국제 EPD 인증을 취득하거나 기존 인증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하거나 고품질 스크랩의 활용을 확대하여 직접배출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일부 철강 중소업체들은 CBAM 부담을 전가하기 어렵고 수익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아예 수출처를 동남아시아, 중동, 미주 등 EU 이외 지역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히 선재나 봉강처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 제품에서는 EU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4. 문제점과 향후 대응 방향
EU CBAM의 본격 시행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은 그동안 활발히 대응해 왔으나 향후 더욱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측의 가장 큰 약점은 분절된 데이터·검증의 기반이다. 제품별 LCA·EPD 데이터의 국제적 정합성과 K-ETS 납부 금액을 증명할 공식 서류 발급 체계는 일원화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견·중소기업들은 검증기관 접근성이 낮아 데이터 신뢰성과 적시성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EU가 실제 납부한 탄소가격을 공제해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 내부에서 이를 어떤 기관이, 어떤 서식으로 발급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중복 부담 위험이 존재한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도 컨설팅이나 교육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제품코드 매핑부터 전 과정 데이터 수집, 검증, 분기 보고 자동화까지 이어지는 완결적 지원이 부족하다. 간접배출이 현재는 과금 대상이 아니지만 향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산업용 재생전력 조달이나 수요관리 기반을 미리 확충하지 않으면 전력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개선 방향으로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국가 차원의 원스톱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국제 표준에 맞춘 제품 탄소발자국과 EPD 템플릿을 제공하고, 전구체 데이터 수집을 위한 API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K-ETS 납부 사실을 발급하여 수입자가 제출할 수 있는 레퍼런스 번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검증 역량을 갖춘 인증기관과 협력해 검증 역량을 확충하고, 중소기업에는 바우처 형태로 비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분기보고 자동화 툴을 배포해 데이터 입력부터 CBAM 레지스트리 파일 생성까지 간소화하고, 산업용 전력구매계약(PPA)과 재생에너지 전력 가용성을 확대해 간접배출 규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끝으로 EU와의 외교 채널을 통해 K-ETS 공제 인정 범위와 증빙 서류 양식에 대한 사전 합의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기업 측의 대응에서도 문제가 드러난다. 전환기간 동안 많은 기업들의 경우 실제 배출량 산정과 검증 체계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저탄소 제품을 내세우고 EPD 인증을 확대하는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은 제품 단위의 LCA 데이터와 국제 인증에서 공백이 크다. 전기로 확대 전략을 세운 기업들도 재생전력 조달이나 고품질 스크랩, DRI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간접배출이 포함될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더구나 K-ETS 공제 신청과 입증 절차에 대한 내부 규정과 증빙 세트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려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은 무엇보다 실제 배출 산정으로의 전환 로드맵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 설비별 데이터 백본을 구축하고 EC 가이드라인에 맞는 기준을 설정하고, 국제 EPD 시스템을 통해 제품별 인증을 확보해 대형 수입상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또한 전구체 배출계수를 구매 계약 부속서에 명시해 원료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고, 전기로와 압연 공정에서 부하지능형 운영과 재생전력 PPA를 결합해 간접배출 포함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 측면에서는 EU ETS 가격과 CBAM 정산 일정을 고려해 비용 시나리오를 세우고 가격 전가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끝으로 조직 차원에서는 영업, 물류, 조업, 회계, IT를 통합한 전담 프로젝트 관리 조직(PMO)을 설치해 분기보고와 연간 반납을 자동화하고 수입상의 질의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