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록 스틸앤스틸 연구소 부소장
유승록 스틸앤스틸 연구소 부소장

포스코 노조가 진정 파업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파업에 이르게 된다면 포스코 창립 55년 만에 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포스코 노조가 설립된 지 5년 만이라고 한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 포스코 경영진들은 매우 당혹해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창립 이후부터 이어져온 무노조의 포스코 노사관계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협상하는 방법이나 기술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모자랄 것이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노무관련 직원들은 지금까지의 관례대로 협상한다면 큰 문제없이 해결될 것이라는 타성에 젖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설마 파업까지야 가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20여차례에 걸친 협상에도 불구하고 파업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노조를 보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이러한 우려가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항목이 무려 86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포스코는 20 차례의 협상에 걸쳐 총 43건의 요구사항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지 않아 노조가 최종적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실제 노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구를 하였는지, 이에 대하여 포스코가 제시한 의견은 어떠한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을 보면 양측간의 의견에 큰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따름이다.

일부에서는 포스코 노조가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연간 1억원을 초과하는 평균임금을 받는 회사에서 13.1%라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나, 추가적으로 싯가 기준으로 인당 5000만원을 초과하는 규모의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그러하다. 정년도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하고, 목표달성 성과급 200% 신설, 노조의 문화행사에 20억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요구도 다양하고 모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들이다.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에 다니지 않는 일반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히 입이 벌어질 일이다. 특히 똑 같은 포항제철소 혹은 광양제철소에 근무하면서도 포스코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하에서 일하고 있는 포스코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 마저도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최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포스코 노조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포스코 경영진은 당연히 현재 포스코 노조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같다. 만약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총인건비의 70%를 초과하는 1조6000억원이 추가적으로 소요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의 어느 기업이 일시적으로 총인건비의 70%를 한 번에 부담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포스코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을 경우에 더 커질 수도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요구가 봇물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이 포스코로서는 더 큰 부담일 것이다. 포스코 경영진 입장에서는 되도록이면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이 타결되어 경영의 안정성이 회복되기를 바라겠지만 그렇다고 노조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포스코 노조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과도하다고 느낄만한 요구를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협상 전략차원인가? 아니면 이면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가? 항간에는 노조가 포스코 경영진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과 회사가 조합원들에게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최정우 회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고도 한다. 후자라면 타협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자존심 싸움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치닫게 될 경우, 그 피해는 포스코만이 아니라 포스코 철강재를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의 생산에도 치명적이 될 것이다. 고금리, 수출 감소, 건설경기 침체 등 국가경제 전체가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이 시점에 포스코 파업은 국가경제를 더욱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어쨌든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 감정적 대응으로는 어떠한 것도 해결할 수 없다. 자존심으로 해결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노조측에서도 무리한 요구는 철회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야 한다. 회사측에도 노조원들이 느끼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나의 방법으로 경영진들이 올 해 수령한 ‘Stock Grant’를 사회환원이나 직원들의 후생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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