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기준가격이 힘겨운 인상을 결정했다.

동국제강은 2분기 철근 기준가격을 전 분기 대비 1만5,000원 높은 톤당 73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침을 29일 발표했다. 철근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대신, 시황악화를 일부 반영하는 양보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제적으로 기준가격을 발표한 동국제강도 마지막까지 고심한 기색이 역력했다. 철스크랩은 물론, 필수 부자재 가격폭등 압박이 큰 상황에서 기준가격 인상요건의 양보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적자판매를 현실로 마주한 1분기는 물론 2분기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심각한 적자판매 압박에 시달려온 여타 철근 제강사들도 동국제강 이상의 기준가격을 발표할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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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틸데일리DB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을 벗어나는 것은 제강사나 건설사 모두에게 부담이다. 철근 제강사는 지난해 극심했던 공급부족 시황에서도 기준가격 결정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일시적인 시황변화로 일관성을 깨는 것은 기준가격은 물론, 거래신뢰를 깨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황 반영을 강하게 요구해오던 건설사 입장에서도 기준가격 결정의 틀을 깨는 것은 부담이다. 양측이 다져온 합리적인 가격결정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공급부족 시황에서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을 지켜왔다는 제강사 측 주장 또한 부정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건설사 측의 공식입장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시황반영에 대한 불만으로 수용거부 입장을 밝힐 지, 대승적 차원의 수용 입장을 밝힐 지, 추후 반응을 지켜보게 됐다.

다만, 격한 충돌 속에서도 양측은 명분과 실리를 공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이 깨지는 난감한 상황을 막게 됐다. 또한 제강사는 기준가격 인상을 통해 적자 부담을 줄이고, 건설사는 객관적인 인상요건의 일부를 양보 받는 실리를 챙기게 됐다. 연중 가장 많은 거래량이 집중되는 2분기 시장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규모로 볼 수 있다.

철근 기준가격 결정의 일관성과 원칙을 재확인하는 의미도 더해졌다. 원칙의 틀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차기 기준가격을 결정함에 따라, 원가중심 결정방식의 공감대를 다지게 됐다. 기준가격과 시황반영의 의미를 분리하는 일관성 또한 견고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에도 긍정적이다. 기준가격 결정의 파행을 우려하던 철근 시장은 연중 최대 성수기의 거래혼선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철근업계와 건설사 양측 모두에게 부담인 거래차질을 막게 됐다는 의미가 크다.

공은 시장으로 넘겨졌다. 갑작스런 시황악화에 시달렸던 철근 시장이 기준가격 인상을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로 이끌어내느냐의 숙제가 던져진 셈이다. 과도했던 시세하락과 시행착오의 문제를 얼마나 빨리 정상화시키느냐가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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