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3분기의 판세를 가를 철근 기준가격 협상이 불안한 출항에 나섰다. 제강사-건자회로 구성된 가격협의체는 지난 24일 서로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는 것으로 상견례를 마쳤다. 현재로서는 방향을 점치기조차 어렵다. 또 한 번 각자 안테나를 세워 협상 흐름을 지켜봐야하는 막연한 기다림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협상도 순탄치 않은 실랑이가 예상된다. 건자회는 2분기 가격협상에 대한 건설업계의 강한 불만을 어떻게든 만회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철근을 팔아야 하는 제강사는 수요처의 눈치를 외면할 수 없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가격결정이라는 그간의 갈증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내려놓기 어렵다.

원래 협상이라 게, 다 그런 게 아닌가?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협상의 기본은 흔들림이고, 그 과정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흐르는 물처럼 이어지는 시장의 가격을 정하는 일은 조금 다르다. 단번의 승부보다 연속성의 설득력이 중요하다. 예측불허 협상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고, 뜻하지 않은 거래혼선까지 감수해온 시장의 입장에선 더욱 그러하다.

가격협의체 또한 많은 시도가 있었다. 안정감 있는 거래를 위해 월단위 가격을 분기단위로 바꿔보기도 했고, 가격결정공식을 논의하는 등 합리적인 기준과 공감대를 만들고자 애썼다. 그럼에도, 시행착오를 줄였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오히려 반목의 우려가 높아진 게 요 근래 협상테이블의 분위기다.

조금 더디더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관점의 변화가 우선이다. 내 것의 이익이 아닌 서로의 부담을 줄여가는 협상으로의 태도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이기심이 앞서다보면, 결과와 상관없이 반목만 키울 뿐이다. 힘들게 논의해온 협상의 틀을 깨고, 번번이 ‘힘겨루기’나 ‘두고 보자’로 흐르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협상의 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준가격의 정확한 개념을 공유하고, 구성요소에 대한 적용기준 등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견고하게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형화된 틀을 기본으로 나머지의 변수를 조율하는 수준의 안정감 있는 협상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서로가 정한 가격의 틀을 인정하고 지켜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시장상황에 따라 입장과 태도가 번복되고, 그동안 다져온 합의점을 부인해서는 제자리를 벗어날 수 없다. 매번 출발도 다르고 끝도 다른 협상에선 말뿐인 상생을 이뤄내기 어렵다.

철근 가격을 꼭 협의체를 통해 결정해야 하나? 수없이 반복됐던 질문이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 이어져온 협의체를 깨지 않을 것이라면, 순기능을 키워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철근 거래의 리스크를 줄이는 가격협의체의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반목을 키우는 협상이 아닌, 시장을 공유하는 동반자의 신뢰를 다지는 가격협상이 되길 바란다. 시장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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