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다 폐섬유화증에 걸린 노동자 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포스코 사업장에서 폐섬유화로 업무상 질병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 외에도 다수의 노동자가 직업성암에 따른 집단산재를 신청한 만큼 비슷한 판정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직업성암119)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했던 정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가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했다고 2일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이 떨어진 건 지난달 22일이다.

정씨는 1980년 포스코에 입사해 29년간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일했다. 코크스는 용광로에 들어가는 원료로 석탄을 오븐 형태의 구조에서 오래 구워 만든다. 최근 이 공정에서 배출되는 벤젠, 벤조피렌 등 수십 종의 유해성분 때문에 다수의 노동자가 직업성 질병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폐섬유화 진단을 받은 정씨는 코크스 공장에서 근무하며 석탄분진과 각종 발암물질 및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폐섬유증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동료들과 함께 포스코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을했다.

포스코 측은 정씨의 주장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인이 근무한 장소에 대한 석탄분진 작업환경측정 결과 0.445∼2.662mg/㎥으로 법적 노출기준(5mg/㎥) 대비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정씨가 약 29년간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근무하면서 석탄분진, 흄, 석면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에서도 석탄분진이 상당량 측정되며, 과거의 작업환경과 보호구 착용 관행을 유추해볼 때 신청인의 질병에 작업환경이 상당 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신청인의 질병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 위원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했다.

이번 산재 인정은 직업성암119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집단산재신청 21건 중 첫 번째 승인 사례다. 2010년 이후 포스코 직업성암 관련 역대 4번째 승인 사례이기도 하다. 앞서 인정된 사례는 2017년 악성중피종·혈액암 2건, 2018년 악성중피종 1건이었다.

한편, 직업성암119는 지난해 12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제철소, 플랜트건설, 3D프린터, 금속공예 노동자 등 21명의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중순 3차 신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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