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년 철강 시장 수급 전망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은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역삼에서 ‘2021 철강 시장 전망 세미나’를 열고 철강업계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협회 정회원사 임직원 9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참가 인원을 제한했다. 발표에 나선 연사는 모두 네 명. 각기 다른 주제로 내년 철강 시장 수요를 전망하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1 철강 시장 전망 세미나´가 18일 포스코타워역삼에서 개최됐다.
▲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경영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021 철강 시장 전망 세미나´가 18일 포스코타워역삼에서 개최됐다.

“경제 회복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해야”

주제 발표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최정수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 파트너는 경제 회복 속도에 따른 플랜 A‧B‧C를 각각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은 이후 수요 회복이 탄성적으로 돌아올 것이냐, 아니면 바뀔 것이냐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정수 파트너는 올해 코로나19발 글로벌 경기 침체 분위기는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철강 수요는 올해보다 늘긴 하겠지만, 회복 시점이 언제고 회복 이후 변화는 어떨지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최 파트너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악화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며 “제조사들은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행태적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파급 효과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영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던 것이 다시 탄성적으로 대면 영업으로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지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한다고 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파급 효과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호 변화 등 다른 행태적 변화까지도 주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올 한해 코로나19로 인한 철강 수급 영향에 대해선 건설, 기계설비, 자동차, 에너지, 조선 등 산업군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측면에선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이 유독 컸다고 분석했다.

최 파트너는 올 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을 당초 계획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타격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곤 하지만, 연간으로 보면 큰 타격이다. 산업 전체 밸류 체인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도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3~4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조선 부문에서는 올해 발주량이 45% 수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2~3년 이후에는 안정적인 발주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고 했다.

최근 개선된 운임지수에 관해서는 “각국 항구의 락다운 조치가 해소되면서 운임지수가 개선됐다. 다만, 운임지수 개선이 곧바로 조선 경기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실질적인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철강 수요 회복··· 산업별‧지역별 양극화”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철강 수요가 대체로 회복되는 가운데 산업별‧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공문기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쓰러진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규모 부양책을 펼치면서 철강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봤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조치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만큼 전면적인 락다운을 경험한 올해보다 철강 수요가 늘 것이라 분석했다.

다만, 수요산업 간 회복 속도 차이가 클 것으로 봤다. 글로벌 자동차와 건설용 수요는 회복되는 반면, 조선용 수요는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봤다.

공 연구위원은 “자동차의 경우 코로나19 영향 완화에 따른 이동 수요 회복과 소비 지원책 등으로 회복세가 기대된다. 건설도 각국 재정투자 확대 수혜로 신흥국 중심의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며 “조선의 경우 올해 수주 절벽 영향으로 내년에도 건조량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수요 회복 속도 차이가 날 것으로 봤다.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의 철강 수요 회복이 가파를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 조선 산업 비중이 20%대로 높은 만큼 글로벌 시장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봤다. 내수의 경우 연 5,000만톤 수준의 제한적 회복, 수출은 연 3,000만톤대 지지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대응 노력 계속”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이재진 한국철강협회 통상협력실장은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규제와 통상 이슈들에 대해 다뤘다.

이재진 실장은 대(對)한국 철강 수입규제는 AD 68건, CVD 9건, 세이프가드 11건, 쿼터 1건 등 총 89건(19개국)의 규제 및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지난 2014년부터 유지해온 연 3,000만톤 수출 달성은 어려워 보이지만 막대한 변수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지역별 통상과 관련한 이슈로는 중국향 수출 증가세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올해 10월까지 중국으로 수출된 국내 철강재는 총 460만 9,000톤으로 지난해 연간 수출량을 훌쩍 넘어섰다. 전년 동기간 대비 43% 급증한 양이다.

이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V자 경기반등에 성공한 중국이 철강재 수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결과로도 나타났다”면서 “평소와 한 가지 더 달랐던 부분은 전체 철강재 수출 품목 상위 5위권에 반제품이 최초로 포함됐다는 것이다. 중국 내 설비 합리화 등이 맞물리며 소재 부족 영향이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럽 지역과 관련해서도 앞서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이 EU 세이프가드 승계 연장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사안을 언급했다. 영국향 컬러강판 등 일부 품목의 쿼터 할당량이 굉장히 낮아 정부와 공동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용강국(쇳물 생산국) 기재 의무화 등 수입모니터링제도(SIMA)를 강화하는 미국 시장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철광석 공급 완화··· 100달러대 지지”

마지막 연사로 나선 임석 코리아PDS 책임연구원은 중국 철강시장 전망과 원재료 시장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내년 철강 시장 전망은 앞선 연사들과 비슷한 기조였다.

원재료 시장에 대해선 철광석 공급 증가가 이뤄지며 가격이 하향 안정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브라질 발레(Vale)의 유휴 생산능력 5,000만톤 가운데 최소 3,300만톤 이상이 내년 재가동에 돌입하면서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석 책임연구원은 “호주에서도 중국 철강 수요 확대 기대감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더 늘어나더라도 톤당 100달러대 수준에서지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원료탄 가격에 대해선 지역별 혼조세를 예상했다.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지침이 지속할 경우 호주산 원료탄 수요 급감에 따른 가격 약세가 예상되고, 몽골 또는 캐나다, 중국 국내산 대체 수요는 증가하며 가격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철스크랩의 경우 올해 가격 대비 강보합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산업 활동 회복에 따른 국내 수요 및 공급 증가가 이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울러 최대 수입 대상국인 일본이 동남아향 수출을 늘린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수요업체로서는 수입 가격 협상력에 방해요소가 늘면서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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