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많은 철강재 b2b업체가 있다. 90년대 말 시작된 닷컴 열풍을 타고 철강업계에도 메이커와 종합상사, 유통업체가 앞 다퉈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했지만,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손에 꼽는다. 그만큼 쉽지가 않다는 얘기인데, 필자 역시 당시 실패를 했던 사람 중의 하나다. 그러다보니 철강 b2b에 대한 관심도 많고, 아직까지 미련도 많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거래 모델과 프로세스, 다수의 투자 약속에도 왜 실패를 했을까를 고민했다. 아직까지 답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철강 b2b가 성공을 하려면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지, 거래 Process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는 알 수 있게 됐으니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은 얻은 셈이다.
당시 많은 업체가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철강업이 갖는 특성과, 플랫폼(사이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설정하지 못하고, 일반 생필품 플랫폼과 비슷한 형태로 개발을 하고, 운영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사이트가 플랫폼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구매와 판매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플랫폼의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매자는 악성재고의 노출을 꺼리고, 판매가격을 얼마로 정해야 할지 망설이고, 대금 회수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등록된 제품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다. 반면 구매자는 2~3번 방문을 했는데 원하는 제품이 없으면 다시 그 사이트를 찾지 않는다. 또 제조와 유통 플랫폼은 출발부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형태의 모델로 운영을 하고 있다. 국내 사이트는 기능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20년 전의 모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것이 철강재 b2b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다.

“스틸샵...단점을 장점으로 극대화 시킨 주문 시스템”

동국제강이 ‘스틸샵닷컴(https://steelshop.com)’이라고 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들었을 때, 기존 사이트와 얼마나 변별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접근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고정관념이고 기우(杞憂)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영과 거래 방식 모두 기존 사이트와는 전혀 다른, 한마디로 동국제강을 위한 맞춤형 모델이다.
거래 품목은 자사 후판과 냉연 경매 제품 중심인데, 후판의 경우 주문품, 계획생산품(Over rolled제품), 절단 가공품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후판 주문품’은 국내 최초로 고객이 요구하는 강종과 사이즈를 최단 납기(7일 이내)로 생산 및 출하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절단가공품’은 고객이 요청한 규격과 치수에 맞게 바로 절단하여 제공되는 시스템이고, ‘계획생산품’은 긴급 주문이 필요한 고객에게 이미 생산완료 된 제품을 보여주고 빠른 시간 안에 배송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유료 특화 서비스로 ´시험 의뢰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틸샵닷컴’에서 각종 시험을 신청하면, 당진공장 내 시험실 시험 장비를 이용하여 인장시험, 충격시험, 굽힘시험, 분광분석시험 등을 진행하며, 시험성적서는 ‘스틸샵닷컴’ 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당진공장 시험연구소는 국제공인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필자는 동국제강 당진공장을 방문, 후판제품이 어떻게 스틸샵닷컴을 통해 주문부터 거래가 이루어지는 지를 시현해 보았다. 거래 프로세스는 이렇다. 우선 사이트에에서 원하는 강종과 사이즈, 납기를 지정하면 생산가능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가능하다고 확인되면 장바구니에 담은 뒤 10%의 선급금을 입금한다. 입금과 동시에 공장 내부 시스템으로 전송이 되고, 공장에서는 회수율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긴급설계에 들어간다. 설계가 끝나면 빠르면 1시간 이내에 가열로에 슬래브가 장입되고, 6시간 후면 제품화된다. 생산된 제품은 창고에서 출하준비 상태로 들어가고, 고객이 가상계좌로 잔금을 입금하면 확인 후 출하지시가 떨어진다. 착지는 주문시 지정을 하는데 소량 주문의 경우 합짐(혼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운송은 동국제강 계열사인 인터지스가 담당하고 있다.
기존 플랫폼과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 플랫폼이 정척재와 오버롤드, 장기재고품 등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동국제강의 스틸샵닷컴은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강종과 규격 등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혹자는 “동국제강 스틸샵닷컴은 전자상거래 사이트라기보다 동국제강의 MES에 가깝다”고 평가를 한다. 주변의 평가가 어찌됐건 스틸샵닷컴은 5월24일 오픈한지 1개월 만에 242개 회원사가 가입을 했으며 약 2,000톤의 거래 실적을 보였다. 여기에는 후판부족이라는 시황적인 요인도 있지만 주문품의 경우 납기까지 7일 이내 배송을 해준다는 전략이 통했다.
“후판 주문품이 7일 이내 생산 및 배송까지 된다는 관련 기사를 접한 수요가들이 스틸샵닷컴 오픈 직후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정말로 7일 납기가 가능하냐?는 문의를 많이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에는 후판은 정척 사이즈만 단납기가 가능하고, 주문품 후판은 약 30일 이상의 생산기간이 소요되어 실수요가가 정척 사이즈를 받아서 회수율을 손해보고 최종 제품을 제작하거나, 정척 사이즈로 대응 안 되는 후판은 한 달 이상을 기다리는 등 납기 문제로 공정 손실이 발생할 수 있었는데, 스틸샵닷컴을 통해 7일 이내는 물론, 입금일 포함 4일 만에 주문품을 받자 실수요가 만족도는 높아진 것은 물론 입소문이 났습니다.”
마케팅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동국은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김지탁 당진공장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국내 후판 공급구조는 포스코와 현대, 동국제강, 수입재 구조로 돼 있는데, 저희가 경쟁에서 밀렸고 그 결과로 포항 1, 2 후판공장을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월 12만톤에 달하는 당진 공장의 가동률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가 늘 관건이었습니다. 경쟁사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죠. 6개월 단위로 가격 협상을 하는 조선시장은 원가부담 때문에(동국은 슬래브를 외부에서 구매해서 압연 후 후판을 생산한다) 팔수록 손해고, 남은 것은 비(非)조선 시장, 특히 연 100만톤에 달하는 유통시장인데 ‘어떤 방법으로 진입할까?’를 고민하던 중에 슬래브가 약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즉, 경쟁사의 경우 쇳물부터 반제품, 후판생산, 납품까지 1개월 가까이 걸리지만, 동국은 슬래브를 상시 구매하기 때문에 납기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단납기 주문 시스템’이 탄생한 것입니다.”


“연내 모든 철강제품 스틸샵 통해 판매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

‘시작은 미미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후발주자로 시작한 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 무엇보다 오너인 장세욱 부회장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는 점도 스틸샵닷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장부회장은 입버릇처럼 “왜 철강은 보수적인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고 “스틸샵을 통해 동국제강이 생산하는 모든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스틸샵닷컴은 2단계 발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연말까지 봉강과 형강, 냉연 주문품 등 동국이 생산하는 전 제품을 스틸샵닷컴을 통해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b2b사이트의 과제 중 하나가 프로모션이다. 동국제강은 신규고객 유치에 집중하기보다 가입 회원사의 스틸샵닷컴 이용 빈도가 증가하고, 잠재 고객에게 스틸샵닷컴을 추천할 수 있도록 긍정적 고객경험 확대 및 고객 맞춤형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연말 오픈을 목표로 하는 스틸샵닷컴 2차 오픈은 기존 오프라인 영업루트를 유지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 아이템으로 봉강, 형강, 냉연 등 생산 가능한 전 제품에 대한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지금까지 철강재 B2B는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먼 얘기로 치부돼 왔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철강재 B2B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15%를 넘었다는 소식이다. 아무리 좋은 옷도 자신에게 맞아야 폼이 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처한 불리한 환경을 장점으로 극대화시킨 동국제강의 스틸샵닷컴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김지탁 공장장 미니 인터뷰]


김홍식 부사장(Q) : 거래 방식이 독특하다. 어떻게 이런 거래 방식을 생각하게 됐나?
김지탁 공장장(A) : 동국제강은 후판 3사 중에서 Capa나 원가경쟁력 면에서 열위다. 그래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화두였다. 경쟁사가 하지 못하는 단납기 시장과 비정척 시장을 파고들 수밖에 없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영업과 생산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2014~2015년에 수주가부 검토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내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과 연계돼 있어, 주문부터 생산, 출하까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QC팀의 야근이 없어졌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것이 밑거름이 돼서 B2B 영역에 진출하게 됐다. 물론 부회장님의 적극적인 개발 독려가 가장 큰 힘이 됐다.

Q : 국내에도 많은 철강 B2B사이트가 있다. 기존 사이트가 활성화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기존 사이트와 차별 점은 무엇인가?
A : B2B 거래의 장점은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인데, 기존 사이트의 경우 정척제품과 오버롤드, 장기재고품 중심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수요가 입장에서는 선택부터 제한적이다. 동국제강은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틸샵닷컴을 통해 주문생산이 가능토록 했고, 납기도 모든 제품이 7일 이내에 도착 가능토록 했다.

Q : 스틸샵 판매를 전 제품으로 확대할 경우 기존 대리점의 반발도 있을 것 같다.
A :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에 맞는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고, 결국 기존 고객들과도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동국제강은 사용자 니즈를 적극 반영하여, 사용자에게 더욱 더 적합한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Q : 주문품의 장점은 무엇인가?
A : 정척재를 사용할 경우 로스가 많이 발생한다. 우리는 두께도 소수점(예 6.5mm)까지 맞춤이 가능하고 길이도 4,500mm 단척재까지 생산이 가능하다. 주문재로 대응 시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수요가 입장에서 회수율이 훨씬 좋아 결과적으로 이익이다.


Q : 당진공장장으로서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A : 생산성 확대 및 경쟁사와의 차별화다. 그래서 경쟁사가 하지 못하는 제품, 가령 스테인리스와 탄소강을 결합한 클래드 후판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했고, 같은 제품내에서 두께가 다른 LP후판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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