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열심히 일한자여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을 탄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짬을 내고 보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거나, 여행준비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흔히‘어디 머리 좀 식힐 곳 없나?’라는 자문(自問)을 많이 한다. 이런 샐러리맨에게 적당한 곳이 있다. 강남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태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이야기 터 휴(休)’가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편집자주]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대한오케이스틸 김연선 대표
▲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대한오케이스틸 김연선 대표

‘건강 때문에 조성... 입소문 타고 주변 명소로 자리 잡아’

태화산 인근은 예로부터 경치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피부병 치료를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했고, 영면의 휴식처인 세종대왕릉도 인근에 있다. 도척면의 유래는 백제 온조왕이 도읍지로 적합한지 측량을 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유래가 있다.
2009년 조성된 이곳은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부인인 대한오케이스틸 김연선 대표가 거주하는 곳이다. 시작은 박 회장의 건강 때문이었다. 당진공장 설립을 구상 중이던 박 회장은 ‘공기 맑고 경치 좋은 곳’으로 요양이 필요했고, 그 때 찾은 곳이 이곳이다.

“거짓말처럼 1개월 만에 건강이 회복됐어요. 그 덕분에 2012년 당진공장을 준공할 수 있었지요.” 박 회장의 설명이다. 주말부부로 살던 김연선 대표도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600평으로 시작한 이곳은 현재 2만평까지 넓어졌다. 꽃이 피고 단풍이 우거지는 봄, 가을이면 시 낭송대회, 캘리그라피 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어느덧 입소문을 타고 말 그대로 ‘이야기 터 휴’가 됐다.

“아직까지는 예술인이나 지인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철강업에 종사하는 직장인이 부담 없이 찾아오는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젊은이들에게는 드라이브 코스로, 은퇴자들에게는 잠시나마 휴식과 충전의 장소로...”현재 이곳에는 박회장 부부가 거주하는 집 외에도 손님들이 묵고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완비돼 있어 무료로 숙박을 할 수가 있다.


“입구부터 색다른 조형, 전시물... 볼거리 천치, 눈요기 최고”

이곳은 입구부터 여느 전원주택과는 색다르다. 가장 먼저 방문자를 맞이하는 것은 모형돼지다. 그것도 전 세계 돼지가 모여 있다. “91년도인가, 용두동(대한철강은 용두동에서 시작했다) 시절에 한 대학생이 졸업 작품이라고 만든 돼지를 판매하겠다고 찾아왔어요. 돼지는 복을 상징하잖아요? 도와줄 겸 해서 샀는데, 이게 계기가 되어 돼지 모으기를 시작하니 아는 지인들이 선물로도 사주고... 그러다 윤보영 시인이 모임 행사에서 ‘돼지 모으기를 한다’고 얘기를 하자,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돼지를 사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모아진 돼지가 1,500여점. 재질과 모양도 가지각색. 지금은 찾아오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집 달아주기가 한창이다. 폐품을 이용하여 새집을 만들어서 숲속 나무에 달아주고 있다. 여기에도 윤보영 시인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시 관련 강의에서 “200채를 분양하겠다”고 한 것... 새집 200개를 만들어 주겠다는 뜻이다. 향후에는 다람쥐 집도 지어 분양할 계획이란다. 꽃밭마다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도 눈에 띈다. 방문자들이 꽃씨를 뿌리고 직접 자기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사람들은 꽃 때문에라도 다시 이곳을 방문하기 마련이다.

‘경치 이상의 볼거리가 있는 곳... 시 낭송회, 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행사 열려’

오늘날의 이야기 터 휴가 있기까지는 사람 사귀기를 좋아하는 박 회장의 성격도 있지만 윤보영 시인이라는 걸출한 인물도 한몫을 했다.

“하루는 광주에 있는 박해미 시인이 지인과 함께 방문을 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물론입니다’ 했더니 윤보영 시인과 동행을 했어요. 얘기를 해보니 너무나 통하는게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형제처럼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말 그대로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금방 의기투합했다. 마치 삼국지의 유비와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맺었듯이...

윤보영 시인은 수십만의 팬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시인이다. ‘정년퇴임을 하면 이곳에 와서 시를 많이 쓰고 싶다’던 그는 이제 매주 주말이면 부부가 찾아오는 터줏대감이 됐다. 박회장은 윤보영 시인을 ‘시의 천재이자 아이디어 뱅크’라고 치켜 세운다. 현재 이곳에서는 시 낭송회와 캘리그라피, 솟대 만들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 찾아오는 손님만 무려 400명이 넘는다. 이 역시 윤보영 시인의 아이디어다.

철쭉꽃이 만개한 봄이면 이곳은 캘리그라피 행사장으로 변한다. 옹기 항아리나 나무 위에 색을 칠하고, 글씨를 그려 넣는다. 행사가 끝나면 작가들의 장기자랑도 열린다. 그렇게 이곳은 전국의 캘리그라피를 하는 예술인들에게는 가장 큰 행사장이 되었다. 구절초가 만개한 이번가을엔 코로나19로 올해 행사가 취소된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누구든 편하게 방문해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만드는 것이 꿈”

박종구 회장은 이곳을 3~4만평 규모로 더 키울 생각이다. 철강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향후 이곳에 지을 건축물은 철로만 이뤄진 구조물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에서는 금전적 부담이 되니 숙박비를 받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본래 취지가 퇴색해진다는 점과 이왕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나이를 떠나서 마음 편히 갈 곳이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세 명만 사귀면 성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야기 터 휴가 그런 장소와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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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영 시인
▲ 윤보영 시인
◆ 시는 쉬워야 합니다... 감성시인 윤보영을 만나다 ◆

-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 한 편 읽으면서 쉬어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Q> 현직 공무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인이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2년 전까지 보건복지부 과장으로 근무하고 퇴직해서 지금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경영지원실장으로 근무 중에 있습니다. 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적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시를 적기 시작한 것은 1998년경이었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형님이 주택을 새로 짓고 이사하는 날 형님과 추억을 시로 적어 읽어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시를 듣고 눈물 흘린 형님을 계기로 시를 적게 되었고 현재 20여 권의 시집을 발간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저의 시 ‘어쩌면 좋지’가 수록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 20여권의 시집을 발간하셨고, 학교와 기업, 관공서를 대상으로 ‘감성시’에 대한 강연이나 행사도 자주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보영에게 시란 어떤 의미일까요?

A> 예, 그렇습니다 현재 학교와 관공서,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현직에 근무하다 보니 대부분 재능기부 형식으로 특강을 하고 있지만 제 강의를 듣고 시를 좋아하게 되거나 시인이 되신 분들이 많아 보람을 느낍니다. 저에게 있어서 시란 즐거운 일상입니다. 일상에서 시상을 잡고 그 시상을 감성시로 만들어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제 글을 읽은 독자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자면 당연히 나부터 행복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Q> 윤 시인님은 ‘시는 쉬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걸 들었고, 감성시 공식도 만들었습니다. 감성시 공식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저는 시가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빠른 시대입니다 빠른 만큼 모두가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 바쁨 속에서도 가볍게 시 한 편 읽으면서 쉬어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윤보영 시인의 감성시 쓰기 공식 10’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를 쓸 수 있는 기회를 드리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제가 8번째 시집을 발간했을 때 여기저기서 저에게 시 쓰기 강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저의 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 시 속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형식을 정리해 ‘윤보영 시인의 감성시 쓰기 공식 10’을 만들었고 특강 형식으로 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공식 강의를 듣고 시인이 되거나 시집을 발간 한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Q> 시가 간결하면서도 현실적이고 서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상은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요?

A>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시상은 일상에서 얻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시상을 얻게 되면 사람들이 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쓰는 시는 주로 짧은 감성시 입니다. 감성시란 사진 찍을 정도의 감동받은 풍경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표현 마지막에 생각 한 줄 넣기! 저는 주로 이렇게 시를 적고 있습니다.

Q> 박종구회장님과는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습니까?

A>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님은 제가 형님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린 분이십니다. 7년 정도 전에 박 회장님 내외분이 살고 계시는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이야기 休’에서 시인 동아리 모임을 한 적 있습니다. 그때 회장님께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잡초를 뽑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고 그 자리에서 회장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 허락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형님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이야기터 휴에는 넓은 정원에 나무와 꽃이 많아 사람들이 쉬어 가기 좋습니다. 박종구 회장님은 일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이야기터 휴에 와서 쉬었다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계시는 분! 가까이 지내보면 회장님 내외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회장님 뜻을 받들어 독자들에게 휴식을 주는 시를 쓰고 독자들을 직접 만날 계획입니다. 그리고 어린이 시인학교를 만들어 박종구 회장님과 함께 어린이 가슴에 꿈을 담아 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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