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vs 감산 그리고 가격 급등 원인은?

상반기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을 관통했던 이슈를 한가지 뽑으라고 한다면 코로나19와 제강사의 철 스크랩 감산의 대결일 것이다.

제강사들은 상반기 내내 철강 경기 위축으로 철강 소비가 줄어 철 스크랩 가격이 하향 안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공급사들은 발생량 감소로 인해 공급이 줄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발 더 나간다면 이러한 입장 차이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소비 감소보다 공급 감소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이며,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판단된다.

철 스크랩 시장의 특성상 통계가 부정확해 실질 발생량 감소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철 스크랩 업체들이 말을 하는 것처럼 30%~40% 가량 줄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5월 말 철 스크랩 재고는 117만 톤으로 4월 133만 톤 대비 12.0% 감소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공급자 측의 주장이 현실을 더 많이 반영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철 스크랩 공급은 얼마나 줄었을까?

재고 변동을 고려한 1~5월 철 스크랩 소비량은 1,074만 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11.0% 줄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4월과 5월 국산 철 스크랩 공급량은 258만 톤으로 전년동기대비 8.0% 감소했다. 최소한 5월까지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공급 감소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문제는 수입이다. 1~5월 철 스크랩 수입은 33.0% 감소한 182만 톤에 그쳤다. 특히 5월은 30만 톤이 통관돼 전년동월대비 43.0%의 기록적인 감소율을 보였다.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5월 평균 22.2%에서 올해는 16.8%로 5.4%포인트 하락했고, 특히 5월에는 지난해 22.6%에서 15.1%로 7.4%포인트 떨어졌다.

철 스크랩 가격이 폭등한 것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감소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공급 부족 국가라는 것을 망각하고 수입을 대책 없이 줄인 제강사의 구매 전략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 제강사의 구매 전략 변화 : 수입 급감 배경은?

제강사의 철 스크랩 수입이 급감한 것은 전략적 변화 때문이다. 전기로 제강사들은 건설경기 위축으로 철근 등 제품 수요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제강사의 위기감은 조금 팔아 많이 남기는 전략으로 전환됐다. 즉 수요에 맞는 생산과 감산으로 상승한 원가를 철 스크랩 구매 경쟁력을 높여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제철이다.

현대제철은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그동안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의 중심이었던 대량 수입을 통한 국내 시장 안정을 포기했다. 대신 경쟁사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철 스크랩 구매 경쟁을 통해 제품에서의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

현대제철이 국내 수급의 조절자 역할을 포기했지만 다른 경쟁 제강사들은 기존의 구매 정책을 유지했다. 결국 국내 시장은 수입 급감과 함께 공급 부족이 심화돼 예상보다 강한 반등을 이루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제철의 국내 철 스크랩 구매 집중 현상과 국내 철 스크랩 투입 비중 증대 정책은 당분간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제품에서 경쟁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제품 생산 원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철 스크랩 사용 원가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고위 경영자들의 판단이다. 제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회수율과 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는 국산 철 스크랩 구매 비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철 스크랩 경쟁 구도의 전환은 국산 철 스크랩의 국제가격 특히, 일본산 철 스크랩과의 연동성을 높일 것으로 보이며, 높은 연동성은 주요 제강사들의 구매 정책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수입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제강사들이 공급이 부족한 만큼 수입을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판재특수강의 몰락

올해 상반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판재 특수강의 몰락이다. 포스코가 4월 13일부터 철 스크랩 구매를 중단했다. 구매 재개는 두 달 반이 지난 6월 22일이었고 그나마 구매량도 평소의 1/3 수준인 월간 3만 톤 정도로 감소했다.

세아베스틸은 5월 하순부터 제강 생산량이 급감했다. 8월까지 월간 철 스크랩 구매량은 4만 톤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평소의 1/4 수준으로 줄었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A 열연공장을 6월 1일 가동 중단했다. 나아가 설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월간 10만 톤의 고급 철 스크랩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판재특수강의 철 스크랩 소비 급감은 코로나19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포스코의 구매 중단은 자가 철 스크랩의 재고가 많았던 것이 1차적인 원인이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주 감소와 광양3고로 개수에 따른 철 스크랩 소비 감소가 주된 이유였다.

세아베스틸은 1~3월까지 완전 가동 수준의 생산 활동이 이어졌다. 4월 수주가 줄었지만, 생산활동이 활발해 제품 재고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상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와 에너지용 그리고 수출 수주가 급감한 것. 세아베스틸은 최소한 8월까지 지금의 감산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재특수강용 철 스크랩 수요의 회복은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에 달렸다. 최소한 올해 중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현대제철은 당진 A열연을 설비를 폐쇄했고 현재로선 가동 계획이 없다. 월간 10만 톤의 소비가 사라진 것이다.

- 일본의 성공적인 탈 한국 일회성인가? 지속 가능한가?

지난해 한국이 일본에서 사들인 철 스크랩은 386만 톤이었다. 일본의 철 스크랩 수출량이 한해 800만 톤~900만 톤 정도여서 한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다면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한국 수출 감소에 대비해 동남아시아 수출 강화, 멀리 남아시아로의 수출 확대 등을 꾀했다.

올해 5월까지 한국의 일본산 철 스크랩 수입은 전년대비 27.7% 줄어든 131만 톤에 그쳤다. 5월까지 수입 속도라면 연말까지 280만 톤 정도 수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년대비 100만 톤 정도 줄어드는 것이다.

5월까지 일본의 수출 다변화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까지 베트남과 대만에 수출을 늘려 1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일본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로 수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지역의 철 스크랩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산 철 스크랩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이 급감한 공백을 메운 것이기도 하다.

일본이 한국과 일본 내수 시장에서 줄어든 철 스크랩 수요를 기타 지역에서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수출이 정상화되고 일본의 수출 압박이 이어진다면 동아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전 세계에서 가장 저 평가됐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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