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사가 혼란에 빠졌다. 철 스크랩 가격은 상승 시동을 걸었다. 반면 믿었던 철근 가격은 회복은 고사하고 하락한 것. 이번 주 철근 유통 가격은 저가 기준 58만원 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철근과 철 스크랩간 롤 마진은 21만원까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평균 롤 마진은 33만1,000원 수준이다. 이미 10만원 가량 지난해 평균보다 낮다.

수년간 초호황을 누려왔던 제강사들이 원재료 가격 폭등 제품가격 폭락에 당황해 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철 스크랩 가격은 오르고 철근 가격은 하락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됐다. 연일 곤혹스러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 스크랩 가격은 추가로 톤당 2~3만원 정도 오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터키는 올해 최고가격까지 치솟았고, 아직 하락 조짐이 없다. 일본 철 스크랩 공급사들도 상승에 강한 자신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제강사들은 수입 철 스크랩은 물론 국내 철 스크랩도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지난 2개월 동안 한국 철 스크랩 시장은 국제시장보다 톤당 4~6만원 정도 낮았다. 그만큼 이번 상승기 반발도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기로 제강사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철 스크랩 가격을 인하하던지 철근 가격을 올려 스프래드를 더 벌려야 한다. 그러나 철 스크랩 가격은 이미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제강사가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은 철근가격의 현실화 외에는 없어 보인다.

결국 제강사의 수익성 회복 여부는 철근 가격으로 모아지고 있다. 문제는 제강사들의 행태를 봐선 절박감에 가격이 오르더라도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2월의 경우 일부 제강사는 많은 철근 재고에도 불구하고 설 연휴 가동을 했다. 이 때문에 철 스크랩 재고가 크게 줄어 월말 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다른 제강사는 판매 부진을 소매 판매 확대로 극복한다는 이유로 도매 출고가격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경쟁 제강사를 자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제강사는 월말 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 판매를 진행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좁아 서 있을 수 밖에 없는 방에서 혼자 발뻗고 즐기겠다는 제강사 별 이기심이 작금의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 것이고,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제강사의 우려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3월에도 지속되고 있다. 가격 폭락에 대한 반발로 보수적인 2월 운영을 해 왔던 일부 제강사가 공세를 시작하면서 3월 시장 가격도 충격을 받은 것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2월 실적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 판매를 하면서 시장가격이 하락했다. 가격이 하락하는데 있던 수요도 주문이 오겠나? 2월 밀어내기 판매로 3월 초 신규 수요도 부진하다”며 3월 초 하락의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제강사 영업이 조기에 전열을 정비해 가격 현실화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올해 수익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조만간 건설사들과 철근가격 협상에 들어가야하는 제강사로 봐선 폭락한 시중 유통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절대 현안이 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조금 더 팔아보겠다는 욕심이 시장의 폭락을 가져왔다"며 "공정위 조사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폭락한 것이어서 과거 수익에 대한 정당성도 의심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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