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사진: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최근 후판 계획재 공급을 놓고 포스코와 관련 코일센터들 간에 분쟁이 커지고 있다. 극심한 수요 침체와 수익 하락 국면에서 포스코가 자사 이익에만 집중하면서 일어난 촌극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는 지난 6월부터 포스코산 계획재(GS강종)를 수입업체들에게까지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하반기에만 20만톤의 계획재를 추가적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를 부르짖고, 수입업체들을 눈에 가시처럼 여겨왔던 기존 입장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조치다.

포스코의 대외적인 명분은 저인망 수입대응을 통해 수입산 유입을 원천봉쇄하고, 범용재 생산 확대로 자체 공장가동률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후판 주력 수요산업인 조선의 극심한 침체와 저가 수출 등이 지속되면서 내수시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방안들을 구상해왔으며, 전략 변화로 국내 후판 수입이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에 자사 코일센터들은 단단이 뿔이 났다는 점이다. 특히 수입업체에 공급하는 물량 대부분이 계열사인 포스코대우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계열사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코일센터들도 관련 물량을 주문하면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코일센터들은 상반기에 이미 포스코로부터 상당량의 물량을 떠 안은 상황에서 추가 주문 여력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또 GS강종을 공급받게 될 수입업체들이 포스코 코일센터들의 기존 거래처와 상당부분 겹치며 오히려 코일센터들의 공급망을 위축시키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코일센터들과 수입업체의 관계가 공급자와 수요처에서 동일한 시장에서 판매경쟁을 펼치는 구도로 바뀌면서 시장 혼선까지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50년간 축적되어온 포스코와 코일센터 간의 관계가 수요 부진에 따른 급급한 판매전략 앞에서 세차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쟁은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실 후판 수요 부진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기업으로 안정된 시장수급 여건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무겁다. 포스코가 생산 중심의 체제와 자사 이익만을 위한 영업방식을 고수한다면 시장 혼란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수요 변동에 따른 자체적인 수급 조절 등의 탄력적인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포스코의 정책이 보다 유연해지고 운영의 묘를 살려 자사 코일센터들과 상생을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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