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안으로는 수입산의 범람이 도를 넘어선지 오래고, 밖으로는 각국 보호무역주의에 막혀 한국산 철강재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통상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날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은 각국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무역규제 강화로 연결되고 있다. 선진국은 사양산업 구제, 개도국은 자국산업 육성이라는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며 AD, SG, CVD, MIP, 특허침해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산 철강재 규제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한국산 철강재에 대해 해외 각국의 제재건수는 88건으로 우리나라 수출품 제재건수 가운데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주력 수출국이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이후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 기조 아래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규제를 대폭 확대하면서 더욱 암울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반면 한국 내수시장은 여전히 현저히 낮은 무역장벽 탓에 사실상 수입산 유입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한국의 연간 철강재 수입 규모는 약 2,000만톤 수준으로 전체 명목소비의 40% 비중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요산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출여건 악화와 과도한 수입 등은 국내 철강 수급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이 이어진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자체적인 수입대응 강화, 수출지역 다변화 등의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미 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통상마찰의 성격이 국가 간의 정치적, 외교적 측면이 강하게 작동하다 보니 개별기업 수준에서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결국 한국 철강산업을 둘러싼 통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부는 그 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통상관련 정책 수립과 외교적인 해결방안 모색에 나서야만 한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철강이 무너지면 전후방산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옛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철강산업이 더 이상 후퇴하기 전에 정부가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야 하며, 통상분쟁에 적극 개입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들을 동반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 철강기업들은 전후방산업을 든든히 뒷받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방관자를 고수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역시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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