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각자는 올바른 것 같은데 함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형식논리학에서는 이를 ´배중률´이라고 한다.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라는 것, 다른 하나가 거짓이면 다른 하나는 참이다. 중간적인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서양에서는 에피메니데스의 거짓말쟁이 패러독스와 러셀이 프레게를 난감하게 만든 이발사의 패러독스이다. 동양에서는 모순을 꼽을 수 있다.

에피메니데스는 크레타섬 출신의 예언자다. 에피메니데스가 “크레타 섬 사람들이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에피메니데스의 말은 사실인가(?) 아니면 거짓인가(?), 러셀의 이발사 패러독스는 “이 마을에서 수염을 스스로 깎는 사람을 빼곤 모두 내가 수염을 깎아 준다”라고 이발사가 얘기 했다. 그렇다면 이발사는 자신의 수염을 스스로 깎을까? 아니면 깎지 않을까?

모순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으로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에 타격을 가하면 어떻게 되는가의 질문이다.

사진 : 초등수학 개념사전
▲ 사진 : 초등수학 개념사전
철 스크랩 자급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철 스크랩 수급을 보면 공급 부족이 분명하다. 철 스크랩 구매는 업(業)의 특성상 혼자서 잘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제철은 100만톤 재고를 비축하겠다고 한 바 있다. 100만톤까지는 아니어도 1개월 사용분은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재고는 80만톤을 넘었다고 한다.

대한제강은 수년째 JIT시스템을 기반으로 철 스크랩 조달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사외 야드도 폐쇄했다. JIT 조달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심하게 말하면 현대제철에게 많은 철 스크랩 재고는 선(善)이고 대한제강에게 많은 재고는 악(惡)이다.

물론 양사의 상황은 다르다. 현대제철은 3개의 공장에서 연간 1,000만톤 이상의 철 스크랩을 소비하고 있다. 대한제강은 연간 130만톤 정도의 철근을 생산하는 회사다. 야드 상황도 상이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회사의 전략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양사의 구매 전략은 개별 회사의 정책을 넘어 한국 제강사의 철 스크랩 구매 정책은 어떠해야 하느냐를 묻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제철이 올바르면 대한제강이 그르고, 대한제강이 올바르면 현대제철의 구매 전략이 잘못된 것일 것이다. 양 쪽 모두 올바르다는 것은 형식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렇게 180도 다른 구매 사상이 철 스크랩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각자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제강사의 구매정책은 다른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제강사별 구매 사상이 근본적으로 다르면 시장은 혼선을 넘어 혼란스럽지 않겠나? 혼란이 유발한 비용은 생각보다 크고, 파장은 깊다. 전 제강사가 그 비용을 지금 치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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