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국내 철강시장에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불어 닥친 파상적인 가격공세에 국내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는 것. 특히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응여력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자칫 중국에 내수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은 자국 내수시장 부진과 중앙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그 어느 때보다도 인접국인 한국으로의 수출에 목을 매고 있다. 또 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대부분의 철강재 수출가격을 최근 3개월새 톤당 100달러 가량 낮추는 등 파상적인 수출전략을 펴고 있는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 중앙정부가 연초 단행한 보론 첨가 철강재 수출증치세 환급 폐지로 장밋빛 희망을 꿈꾸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중국 밀들이 크롬 첨가강이라는 편법 수출로 대체하면서 사실상 폐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 모습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내수시장을 잠식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딱히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응여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사실 국산과 중국산의 생산원가를 비교할 때 원자재 조달방식과 생산능력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 등을 고려하면 국산의 원가부담은 훨씬 큰 편이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이러한 중국산에 맞서 가격대응을 지속해오면서 이미 적자 누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은 저가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판단된다. 바야흐로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업체들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철강시장은 그야말로 중국산이 좌지우지하며 큰 혼란이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산업을 보호해야 할 우리나라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 등 기존의 철강 대국들은 자국 철강산업이 위기에 도래했을 때 무역규제를 강화하면서 보호정책을 펴왔다. 실제 지난해 7월에도 미국 정부는 한국산 OCTG강관에 9~15%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자유무역을 주창하고 있는 미국도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철강이라는 산업이 제조산업의 근간임과 동시에 전방과 후방산업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H형강 반덤핑 제소에도 소극적인 의지를 보이는가 하면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함으로써 국내 철강업계의 고정비용 부담을 더욱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주최한 공청회, 세미나 등에서는 앵무새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하면서도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중국산에 밀려 한국 철강산업이 후퇴한다면 철강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산업에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한국 철강산업이 더 이상 후퇴하기 전에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야만 한다. 내수기업들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며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다양한 무역규제와 법 제도 등도 능동적으로 만드는 역할이 시급해 보인다.

이제 저가 중국산의 유입에 국내 철강업체 개별이 대응할 수위는 넘어선 상태다. 정부가 지금처럼 수동적인 늦장대응으로만 일관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 역시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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