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이 시대의 화두는 안전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안전이며 특히 우리의 인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에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철강 업계에서라면 시공안전과 건축물의 안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구조관의 경우, 건축 구조물에 쓰이는 제품이기 때문에 건축물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건물 골조에 쓰이는 제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강관 한본 한본을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과 관리가 필요하다.

KS규격에 따르면, 일반 구조용 각형 강관(KS D 3568)의 경우 두께 공차를 ±1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두께가 3mm이하인 경우 ±0.3mm까지 허용되기에 10% 이상의 공차율도 나올 수 있다. 배관재(KS D 3507)의 기준은 구조용보다 더 넉넉하여 -12.5%까지 허용된다.

KS규격은 품질의 보증을 위해 마련된 규정이지만 업체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재 절감 및 원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의지와 기술력만 있다면 10%만큼의 원가 절감은 일도 아닌 것이다.

실제로도 이는 강관뿐만 아니라 철강업계 전반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강관 유통업체 관계자는 “메이커들이 제공하는 카탈로그에 명시된 규격과 동일한 제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구조관의 베이스 규격인 ‘흑관, 50x50, 2mm’ 제품은 카탈로그 상에서 2.3mm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제조 단계에서 이미 3.2T는 2.9T로, 1.6T는 1.4T로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공차는 마이너스(-)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라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실수요가들이 성적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있다는 최근의 경향을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다.

유통사들도 같은 목적 하에 “KS규격에서 어긋나는 제품은 웬만해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수요가들이 KS 규격을 넘나드는 ‘애매한’ 제품을 원할 경우 “아예 코일 단위로 주문 제작할 것을 건의해서 미연에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피한다”고도 했다.

문제는 책상머리 행정에서부터?

업계 관계자들의 다소 편파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설계사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책만 보고 설계하기 때문에 강관에 두께가 빠지는지 안 빠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도면상에서 2.3mm 강관을 넣는 것으로 설계했고, 감리단도 이를 토대로 2.3mm 강관을 허용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0mm의 강관이 설치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관공서에 납품하는 제품들은 KS 규격에 딱 맞게 만들어 넘긴다. 결국 실력이 없어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안´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메이커들은 2.0mm의 제품에 2.3mm라는 태그를 붙여 팔더라도 법규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두께 빠진 제품을 들여와 실두께를 정확하게 밝히고 실수요가들에게 판매한다”라고 전했다. 이름만 정상인 제품을 들여와 얇은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유통사만 중간에서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규격이라는 것은 본디 “제품이나 재료의 품질, 모양, 크기, 성능 따위의 일정한 표준”이며 이는 생산자와 사용자 사이의 약속이다. 허용 공차가 실리를 위한 수단이 아닌, 상호 약속을 이행하는 중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품어주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되찾아야 하겠다.

2009년 12월 22일 개정판
▲ 2009년 12월 22일 개정판


일본의 경우 허용 공차 범위가 우리나라보다 엄격하다. 또한 그 분류도 더 체계적이기까지 하다. KS D 3568과 동일 규격인 JIS G 3466의 경우, 외경 별 강관마다 두께 허용 공차 범위를 따로 규정했고, 같은 외경이라 할 지라도 2mm미만, 2~3mm, 3~4mm, 4mm이상 4가지 범위로 구분하여 각각의 규정을 두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와 -의 공차도 각각 다르게 지정했다. 예를 들어 +5%, -3% 와 같은 식이다. 마이너스 공차에 더 엄격한 기준을 두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체계적인 품질 관리 규정은 일본 철강재가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는 큰 이유 중에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강관 제조는 이미 상향 평준화 되어 있는 산업이다. 국내 업계의 기술력이 부족해서 10%의 공차율을 두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최신 개정판이 발행된 지도 벌써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한국표준협회 및 철강협회는 철강재 사용 안전과 국산 제품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엄격한 KS규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