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조 전력망 시장 개막···송전철탑재 공급 경쟁 본격화

- 2027년부터 연간 9만톤 폭발···대규모 송전망 투자에 수요 급증 - 포스코 ‘KS-SHT460Z’·현대제철 ‘저탄소 앵글’로 수주 경쟁 - 재생에너지·AI센터 확대로 철강업계 침체 속 ‘새 활로’ 기대

2025-11-26     김영대 선임기자

정부의 대규모 전력망 확충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송전철탑용 철강재 시장을 두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2038년까지 총 70만톤 규모로 예상되는 송전철탑재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양사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포스코·현대제철, 한전과 잇단 MOU···시장 선점 경쟁 가시화
포스코는 지난 9월 10일, 현대제철은 11월 24일 각각 한국전력공사와 송전철탑용 강재 공급 및 차세대 철탑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달여의 시차를 두고 철강업계 양대 산맥이 한전과 손잡으면서, 70만톤 규모 송전철탑재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본격화됐다.

한전은 2038년까지 약 73조원을 투자해 기설 송전선로의 60%에 해당하는 약 4,700km의 신규 송전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총 연장 5,000km 이상의 송전선로가 단계적으로 건설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주요 산업단지, 대도시를 연결하는 국가 기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7년 이후 수요 급증···앵글만 연간 7만톤 이상
한전이 최근 국내 주요 철강사들과 진행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시공이 본격화되는 2027~2030년 철탑재 제작에 필요한 철강재(앵글, 관형주, 강관)는 연간 약 9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송전철탑의 핵심 구조재인 앵글(SS410)이 연간 약 7만톤 이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부터 2038년까지 누적 기준으로 앵글 55만 8,188톤, 관형주 10만 5,930톤, 강관 3만 3,617톤 등 총 70만톤 가량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KS-SHT460Z' vs 현대제철 '고품질 저탄소 앵글'
양사는 단순 물량 공급을 넘어 차세대 송전철탑용 고부가 강재 개발 경쟁에도 돌입했다.

포스코는 송전 손실이 적고 장거리 송전에 적합한 HVDC(고압직류송전) 방식에 최적화된 전용 강재 'KS-SHT460Z'를 개발했다.

해당 강재는 도금 밀착성이 우수해 내식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경제성까지 갖춰 송전철탑의 수명 연장과 유지관리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고품질·저탄소 앵글'을 전면에 내세우며 친환경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이 공급하는 송전철탑용 앵글은 전기로에서 생산된다는 점이 핵심 차별화 포인트다.

전기로 방식은 철 스크랩(고철)을 전기로에 넣어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공정으로,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고로 방식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 고로 방식은 철강 제품 1톤당 약 2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전기로 방식은 0.4~0.5톤 수준으로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현대제철은 인천, 포항, 당진의 전기로 공장을 통해 연간 약 1,100만톤의 전기로 조강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전기로 철강업체다. 전기로 분야에서 국내 최대 생산능력과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제철은 '고품질·저탄소 앵글'을 전면에 내세우며 친환경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만든 기회···철강사 '새 활로'
이번 송전철탑재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급증으로 전력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MOU를 통해 국가 기간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차세대 송전철탑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외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 가중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철강사들에게 송전철탑재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은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장기 프로젝트로,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가능하다"며 "철근·H형강 등 주력 건설용 철강재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송전철탑용 형강은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