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철강 수요 양극화 뚜렷...봉형강은 급감, 판재류는 견조

- 건설 경기 침체로 봉형강 수요 부진 - 자동차·조선 중심 판재류 수요는 증가 - 제조업 선방에도 건설 수요 감소 폭 못 메워

2025-11-26     김은주 기자

중국 경제 구조가 건설·인프라 중심에서 서비스업·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 철강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건설 시장 침체로 봉형강 수요는 급감한 반면, 제조업 중심의 판재류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철강 수요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제조업 부문의 성장만으로는 전체 수요 감소 폭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GDP 성장과 철강 수요 디커플링

과거 중국은 경제가 성장하면 철강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이러한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올해 1~9월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반면, 중국 명목 철강 소비는 6억 4,900만 톤으로 5.7% 감소했다.  

이는 중국 경제 구조가 과거 건설·인프라 중심에서 서비스업·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철강 소비 양상 역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경기 부진으로 봉형강 수요 급감

봉형강류는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1~8월 중국 주택 판매 면적은 8억 6,000만 ㎡로 최근 4년(2021~2024년) 평균 대비 39% 감소했다. 8월 신규 착공 면적도 전년 동월 대비 20% 줄어 5억 5,100만 제곱미터에 그쳤다. 개발사들은 물량 과잉 공급으로 인해 재고를 소진하지 못해 투자를 축소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인프라 부문이 봉형강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25년 1,118억 달러 규모의 지방 인프라 프로젝트를 승인했고, 교통운수부도 올해 1~5월 1,675억 달러를 투입했다. 

판재류 수요는 견조...다만 정책 리스크 존재

반면 판재류 수요는 비교적 견조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1~9월 승용차 생산은 2,43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증가했고, 국내 판매는 2,436만 대로 12.9% 늘었다. 자동차 수출액도 14.3% 증가한 1,12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정책 리스크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신에너지차(NEV) 지원 정책이 축소되면서 향후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6년부터 NEV 구매 세액공제는 절반으로 줄고, 2027년에는 완전 폐지될 전망이다. 주행거리 요건 강화, 지역 보조금 삭감·폐지 등도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 경기도 불안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선박 인도량이 전년 대비 3.5% 감소하면서 수요 둔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재류 증가·봉형강 감소…양극화 지속

중기적으로는 판재류 수요가 견조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향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5~2026년 자동차산업 안정 성장 계획’을 통해 2025년 자동차 생산 목표를 3,230만 대로 제시했다. CPCA는 2026~2030년 연평균 판매량이 4,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자동차용 강재 소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선과 해상풍력 수요도 긍정적이다. 7월 1일 기준 중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2억 3,454만 톤으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여기에 2026~2030년 해상풍력 15GW 신규 구축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관련 강재 수요 확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반면 건설시장은 성장 여력이 제한적이다. Research&Markets에 따르면  2025년 중국 건설 산업 성장률을 2.1%, 2026~2029년 평균을 3.9%로 전망했다. 이는 2020~2024년 평균 8.6%에서 크게 둔화된 수치다.

철강 수요 감소 막기에는 역부족

판재류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중국 철강 수요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과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제조업 수요만으로는 건설 수요 감소분을 메우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25~2035년 중국 철강 소비는 매년 500만 톤 감소하고, 2036~2050년에는 연간 700만 톤 큰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철강 소비 비중도 2024년 49%에서 2050년 31%로 낮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