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계약 특구 광풍에 돈 좀 버셨나요?"
계약 특구의 시대 진입...칼 날 위의 시장 진입 유통사 이익 희비 교차...야드 매출 비중 따라 편차 야드 운영과 시황 예측, 관계가 수익성 좌우
계약과 특구가 한바탕 시장을 휩쓸었다. 수익성 악화에 쫓기던 철 스크랩 야드업체들은 돈 좀 버셨는지 물었다. 그러나 의외로 돈 좀 됐다는 유통점도 있지만 기대 이하라는 업체들도 많았다. 웃돈 광풍이 휩쓴 후의 남긴 것을 살펴 보았다.[편집자 주]
제강사의 계약·특구 광풍이 사그라들고 있다. 철 스크랩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부지역의 경우 지난 10월에 공식 구매가격보다 kg당 30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기존 계약 위에 특별구매가 얹힌 결과다. 여기에 대량 물량의 경우 계약까지 붙어 기준가격 대비 최대 50원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는 것이 남부지역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수도권도 남부지역 만큼은 아니더라도 계약과 특구가 성행하기는 매한가지다. 약 10원~20원 정도 웃돈이 붙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중량 같은 일부 등급은 공급 부족으로 특구 위에 계약이 얹혀 유통되기도 했다.
1) 제강사 계약·특구 남발은 왜?
제강사가 계약과 특별구매 같은 선택적 웃돈 정책을 사용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1) 제강사의 재고가 적고 2) 소비량도 적어 재고 밸런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족한 등급을 채워 가는 것이 특별 구매의 목적이다. 외부적으로는 1) 시장을 자극하지 않고 2) 원하는 등급의 원하는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계약이나 특별 구매이다.
특히 제강사의 공식 구매가격인 테이블 가격을 인상하면 구좌 야드는 물론이고 중상에서 직접 받는 유통 물량까지 가격을 올려야 한다. 또 경쟁사의 추격 인상으로 인상 효과가 반감되기도 한다. 따라서 제강사들은 경쟁사와 시장에 노출되지 않게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계약이나 특별구매를 활용해 온 것이다.
대체로 제강사들은 계약이나 특별구매 후 추가 인상이 필요한 경우 기준 가격을 인상하고 다시 계약이나 특별 구매를 이어갔다. 가장 최근 사례는 환영철강이 지난 11월 3일 발표에서 엿볼 수 있다. 이날 환영철강은 "기존 특별구매는 테이블 단가로 전환, 4일부터 특별구매 +10원이라고 시장에 알렸다.
그러나 이번에 남부지역에서는 기준 가격 위에 +15원, 그 위에 +15원 여기에 더해 1,000톤 이상 단위 물량은 추가로 20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제강사의 웃돈 정책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철근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제강사의 수익성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제강사의 재고가 지금처럼 전례 없이 적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수익성 저하로 철 스크랩에 대한 인하 압력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도 계약이나 특별구매 같은 웃돈 정책이 제강사의 가격 정책에서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제강사는 제강사대로, 납품사는 납품사대로, 중·소상은 중·소상대로 각각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2) 웃돈 광풍에 돈 좀 되셨습니까?
단순하게 보면 특구 계약 광풍으로 철 스크랩 유통사의 이익은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본지가 주요 유통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웃돈 광풍이 불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곳도 있지만, 매출과 가격만 올랐지 수익성 개선은 어려웠다는 응답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 수익성 개선 요인과 실패 요인
전자의 경우 자사 야드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저점에 매수해서 고점에 매도한 경우다. 고가 매도 이후 단기 고점 구간에서는 재고 비축보다는 회전 중심으로 판매를 하며 위험을 분산시킨 업체들이 많다. 이 업체들은 추가 매수는 가격이 하락한 후, 생철이나 중량류 같은 현금화가 쉬운 등급을 중심으로 재고 비축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이 올랐지만 생각만큼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은 곳들은 유통 판매 비중이 높은 납품 업체들이다. 제강사의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해 가격 상승분을 대부분 중하부상 물량 흡수에 실탄으로 쓴 탓이다. 더 나아가 납품사들은 인센티브 확보를 위해 구좌 마진까지 유통 물량 확보에 투입하는 경우도 있어 수익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웃돈의 시대 위험 요인은 더 커졌다.
유통업체들은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고 평가 이익을 거둘 환경이 조성됐지만, 동시에 위험도 커졌다고 보고 있다.
계약이나 특별구매는 대체로 기간 한정인 경우가 많고, 연장이 되더라도 지속성은 시황에 따라 달라진다. 계약과 특별구매를 믿고 고가 매수하는 경우도 허다한데, 특별 구매나 계약이 회수되면 곧바로 손실로 남게 된다. 계약이나 특별구매는 언제 회수될지 알 수 없는 ‘칼날 위의’ 가격 정책이어서, 급격한 가격 변동에 잘못 대응하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제강사마다 엇갈린 가격 정책도 위험 요인 중 하나이다. 단기간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에 쫓긴 제강사들은 가격 인하 타이밍을 저울질 할 수 밖에 없다. 목표한 수량이 확보된다거나 갑자기 보수가 잡힌다거나 하면 웃돈 회수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경쟁사의 구매가격보다 자사의 수익성에 방점을 찍으면서 제강사별로 가격 정책이 엇갈리는 것이다.
수도권에서는 동국제강이 높은 재고와 전기로 보수를 이유로 기준 가격을 내렸지만, 재고 부족에 시달리던 현대제철은 호응 할 수 없었다. 남부지역에서도 대한제강이 재고 과다와 강력한 감산으로 웃돈을 모두 회수하는 강수를 뒀지만, 한국특강은 찔끔 내리는데 그쳤다. 그 결과 제강사 간 가격 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산·경남은 단기 고점 진입 후 하락 중인데, 대구·경북 지역은 포항 지역 제강사들의 가격 정책이 상이해 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당혹스러운건 구좌업체들이다. 구좌업체 입장에서는 납품하는 제강사만 내리면 보유 재고의 재고 평가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중하부상 물량을 받아내지 못하게 된다. 중하부상은 갈곳이 없다면 모를까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타 제강사 구좌를 통해 납품하게 된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재고 평가손실에 더해 판매량 감소에 따른 매출액 감소, 중하부상과의 관계악화라는 이중삼중의 후폭풍이 남게 된다. 제강사는 손실 보전을 위해 내리는 것이지만 납품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이고 공급망이 약해지는 것이다.
3) 웃돈의 시대를 생존 방법은?
제강사의 재고가 차오르고 감산 강도가 높아지면서 제강사의 웃돈도 사그라들고 있다. 그러나 웃돈 광풍은 언제든 다시 불어올 가능성이 있다. 10월의 웃돈 광풍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환경 변화가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들이 웃돈 광풍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1) 야드와 보유 재고에서 이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야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시황 예측력을 높여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제강사 혹은 납품사와의 관계 강화 역시 필수다. 웃돈을 제시하는 쪽도 제강사와 구좌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제강사와 납품업체 모두 저마진 수렁에 빠져 나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강사가 스크랩 구매에 베팅하기 위해선 제품 가격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당분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철 스크랩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욕심은 재고 단가를 괜히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야드 매출 극대화를 위해선 시세 차익 뿐만 아니라 분류 정제 등 야드의 부가가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재값을 받을 수 있다. 하부상의 특성, 납품처의 특성에 맞춘 납품처 확보가 필요하며, 특히 제강사 특성에 맞는 대응이 수익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