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시황전망 ①] 스틸데일리가 본 2025년 철강 시황
전형적인 불황의 형태를 보이고 있는 2025년
본 자료는 스틸앤스틸 철강산업연구소와 스틸데일리가 2025년 연말세미나에서 공동 발표한 「2025년 철강시황과 2026년 시황 전망」을 정리한 것입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① 스틸데일리가 본 2025년 철강 시황 ② 철강협회 Data로 본 2025년 철강시황 ③ 2026년 철강시황을 결정할 핵심 변수 ④ 2026년 주요 제품별 시황 전망 ⑤ 시사점 및 대응 방안 순으로 게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버린 한 해 [SteelDaily 기사]
스틸데일리의 기사가 보여주고 있는 2025년 철강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어버린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올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품목은 철근이었다. 아래 그림은 금년 1월부터 9월까지 스틸데일리 기사 중에서 각 월별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10개의 기사를 선정하여 유사한 내용의 기사들을 하나의 제목으로 종합한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체로 철근시장에 대한 기사가 매월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였고, 기사의 내용도 대부분 가격하락, 가동 중단 등 전형적인 경기 악화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올 한 해 국내 철근시장이 얼마나 어려웠던 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월별 기사의 내용을 중심으로 올 한 해 철강시장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보자. 금년 1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사는 ‘현대제철의 포항 2공장 폐쇄 논의 철회’, ‘철근 시장 긴장감 고조’, ‘한국 철강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등으로 매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출발했다. 그리고 2월, 3월이 되자 삼부토건 법정관리, 철근재고 35만 톤 상회, 제강사 감산 돌입 등 연초의 불안감이 서서히 현실화되어 가는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이러던 것이 2분기 들어서는 시중에 본격적인 가격 하락 분위기가 나타났고, 이에 대응하여 제강사들은 적극적인 생산량 조정에 나섰다. 현대제철은 5월에 이미 6월 철근생산을 절반으로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였고, 동국제강도 인천공장을 전면 셧다운 한다는 발표를 하게 되었다. 철근 제강사들이 시장 가격 하락에 전면전으로 뛰어 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2분기는 계절적 건설 성수기로 철근 판매가 증가하고 가격 상승이 이어져야 하는데, 올 해는 전혀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판매 감소, 가격 하락이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3분기 들어서는 부산에 소재하고 있는 유통회사가 기업 회생 신청을 하는 등 일부 업체들의 경영 위기가 현실로 나타났고, 본격적인 감산에도 가격 상승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하반기 들어서 철근 제강사들은 감산을 더욱 확대함과 아울러 마감 가격 현실화, 사전주문제 등 가격 하락 방어를 위해 더욱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기에 이르렀다.
철근 시장과 달리 판재류 시장에서는 하반기 이후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2분기부터 시작된 후판 반덤핑 잠정조치, 열연 반덤핑 조사 시행에 의한 가격 인상 분위기 등이 낙관론의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판재류 제품 또한 뚜렷한 가격 상승의 패턴을 그리지는 못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림 1] 스틸데일리 월별 Hot 기사 목록
전형적인 불황형 가격 패턴인 L자형 형성 [스틸앤스틸 가격 DB]
금년 국내 철강 유통시장의 가격 추이를 스틸앤스틸의 가격 데이터베이스로 분석해 본 결과 한국의 철강시장은 전형적인 불황형 가격 추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철근, 열연, 후판, 강관 등 주요 철강제품들의 국내 유통시장 가격은 2021년 6월에서 2022년 6월까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23년말까지 하락세를 계속하였다. 이후 2024년 1월부터는 하락세가 진정되기는 했으나 다시 상승 추세를 그리지 못하고 기간내 최저 가격 수준에서 2년 가까이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일시적인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요가 뒷받침된 가격 상승 동력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품별로 철근은 톤당 70만원을 저항 선으로 하여 소폭의 등락만 이어지고 있고, 아직까지 바닥을 확인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따라서 당분간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열연은 80만원, 후판은 90만원을 강력을 저지선으로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2024년 연말과 금년 1분기 중에 열연과 후판은 최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한 상승 동력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후판은 금년 4분기부터 중국산 수입에 대한 반덤핑 잠정관세 부과로 국내가격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국내 조선사들의 보세공장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제외됨으로써 예상은 거의 빗나가고 말았다. 열연제품 또한 반덤핑 조사와 9월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반덤핑 잠정조치의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또한 보세공장에 대한 관세 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구조용 강관의 금년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관의 소재인 열연제품의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용 강관의 가격 하락세가 금년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같이 철근, 구조용 강관과 같이 건설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은 국내 건설산업이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고 단기간 내에 회복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와 같은 바닥권이 이어지거나 혹은 추가적인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열연과 후판의 경우 수요측면에서는 가격을 본격적으로 반등시킬 수 있는 요인은 많지 않지만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산의 공급이 줄어들어 국내 가격을 소폭이나마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주요 철강제품 최근 가격 추이
신규수주 둔화 → 재고과잉 → 가격하락 → 채산성 악화의 악순환의 한 해 [철강 BSI]
아래 [그림 3]은 스틸앤스틸 매월 직접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는 철강BSI지표이다. 본 지표는 업황, 재고, 가격, 채산성, 신규수주, 매출액 등 6개 항목으로 구성되고 있고 2023년 3월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리고 금년 6월부터는 설문척도를 3점 척도에서 5점 척도로 전환하여 조사의 정밀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2024년부터 금년 10월까지 신규수주, 재고, 가격 및 채산성 지표의 조사결과를 통해서 철강경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지표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의 3점 척도 기준이다.
먼저 신규수주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월 기준선 100보다 매우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거의 2년 동안 전년에 비해서 철강 신규수주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같은 기간 중 지표상으로 한 번도 신규수주가 확대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철강경기의 침체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신규수주 지수와는 달리 재고지수는 같은 기간 한 번도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작년부터 현재까지 항상 재고과잉 상태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신규수주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철강업체들은 재고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어 판매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재고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고 평가 손실을 줄여야만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SI 지표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격지수는 지난 2년 동안 상대적으로 심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기준선 100을 소폭이나마 초과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제강사들의 적극적인 가격인상 의지가 반영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인상된 가격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 침체가 계속되면서 판매자들 간에 재고 감축을 위한 저가판매 경쟁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가격 상승이 이어지지 못하자 철강사들의 채산성도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채산성 지수도 작년부터 현재까지 한 번도 기준선 100을 초과한 적이 없는데, 이는 2년간 채산성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고 결국 철강사들의 실적 악화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철강 BSI의 변화를 보면 국내철강경기는 수주감소-재고증가-가격하락-채산성 악화라고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지난 2년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S&S 철강 BSI 주요 지표 추이
(계속)
다음 호에서는 ② 철강협회 Data로 본 2025년 철강시황이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