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수철근제도를 계속해야 하나?

철근이 공급과잉인데 관수철근 왜 필요하나? 이제 정부규제 완화 차원에서 접근하자.

2025-11-25     서정헌 연구위원/대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철근을 민간시장이 아닌 별도의 시장에서 정부가 직접 구매하는 것을 관수철근제도이라고 한다. 고도성장기 철근수요는 늘어나는데 철근생산과 공급이 부족하여 안정적인 철근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철근을 조달청을 통해 사전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제도이다.

고도성장기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많이 하면서 생긴 제도다. 안정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위해서는 철근의 안정적인 확보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철근시장 상황은 많이 다르다. 국내시장에서 철근이 남아돌고, 의지만 있으면 해외에서 수입도 용이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관수철근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관수철근제도의 가장 부정적인 영향은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민간 철근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관수철근제도는 철근수급에 영향을 준다. 철근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철근을 확보함으로써 민간부문의 철근확보가 어려워진다. 철근이 남아도는 상황에서는 철강사들이 경쟁적으로 관수철근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된다. 관수철근제도로 철근수급이 그만큼 왜곡되고 더 복잡해진 것이다. 관수철근제도는 때로는 철강사에게 사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관수철근제도는 경기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호황기에는 철강사 입장에서 굳이 관수에 철근을 팔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황이 되면 관수철근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철강사간 경쟁을 벌인다. 철근판매가 어려울 때는 관수철근이 가장 안정적인 판매처가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관수철근제도가 철근시장에 주는 가징 민감한 영향은 철근가격이다. 최근 조달청이 철근 조달방식을 기존 ‘희망수량입찰방식’에서 ‘다수공급자계약(MAS, Multiple Award Schedule)’ 방식으로 전환했다. 초기에는 관수철근가격이 아주 경직적이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통해 차츰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으로 관수철근가격의 시장연동성이 많이 좋아지기는 헸지만 그래도 여전히 시장가격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자료를 보면 관수철근 가격이 민간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보다 더 비싸게 철근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관수철근가격이 높은 이유는 일부이지만 철강업체간 담합이나 때로는 정부와 철근업계의 담합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관수철근 가격은 시장가격만큼 유연하게 연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격이 오를 때는 시장기격만큼 상승하지 않고, 가격이 떨어질 때도 시장가격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관수철근 가격과 시장가격이 완전히 연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격간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관수철근제도로 그만큼 철근시장의 가격구조가 왜곡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도가 한번 만들어지면 계속 유지하거나 규제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관수철근제도가 만들어지면 손해를 보는 그룹도 생기고 이득을 보는 그룹도 생긴다. 이득을 보는 그룹을 중심으로 제도를 유지하려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달청이 자기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관수철근제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부 관급공사에 필요한 철근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관수철근제도는 이미 그 당위성이 많이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정부가 민간시장에서 철근을 자유롭게 조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관수철근제도는 경제 전반에 득보다 실이 많다. 관수철근제도는 이제 정부 규제완화 차원에서 유지할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