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정확도를 바꾸면 비용 구조 달라진다"∙∙∙임팩티브AI 정두희 대표

- 정확도 30%p 향상···수백억 비용 절감 가능성 제시 - 원자재 과잉·부족 재고 30% 개선···포항 철강사 첫 사례 - “기술·업무·재무 개선 3단계 모두 이뤄져야 성공”

2025-11-20     김영대 선임기자

철강산업이 오랫동안 풀지 못한 재고관리 문제를 AI(인공지능)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50년간 산업공학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가하는 재고 비용을 AI 수요예측 모델로 30% 가까이 줄인 사례가 나오면서, 철강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두희 임팩티브AI 대표(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는 19일 'S&S 연말세미나 2025'에서 'AI가 만드는 생산성 혁명'을 주제로 강연을 갖고, 철강산업에서 AI 활용 방안과 실제 협업 사례를 공유했다.

정두희 임팩티브AI 대표(한동대 AI융합학부 교수)

2000년대 이후 재고비용 증가율 2배 급증
정 대표는 이날 "재고 관리는 수십 년 전부터 해왔고 재고 최적화 연구도 오랫동안 진행됐지만, 여전히 재고 손실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중요한 숙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조업 전체의 재고 비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이전 대비 2배 이상 높아졌다. 철강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해 연매출 2조원 규모 기업의 경우 재고 비용만 2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대표는 포항에 본사를 둔 임팩티브AI를 운영하며 포항 철강사들과 긴밀히 교류해왔다. 그는 철강산업의 가장 큰 과제로 "시장 변동 발생 시 유연하게 대응할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철강 가격 변동 시 발주 계획을 바꿀 수 없어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고, 이런 누적 비용이 수십 년간 쌓여왔다는 설명이다.

"엑셀 평균 계산" 대동소이...정확도 50% 미만
현재 철강업계의 수요예측 방식은 어떨까. 대부분 기업이 ERP의 수요예측 기능을 활용하거나, ERP 데이터를 엑셀로 받아 작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식품업계나 철강업계나 상관없이 엑셀 작업 방식이 대동소이하다"며 "직전 3개월 평균, 작년·재작년 이맘때 발주량의 평균을 다음 달 수치로 대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은 계산상 간단하지만 시장 변화가 큰 상황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과거 출고량과 다음 달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통계상 이런 방식의 정확도는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일부 기업이 자체 IT팀으로 AI 모델을 구축하기도 하지만, 범용 모델 사용으로 정확성 한계에 부딪힌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처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보유한 국내 최강 SCM팀도 재고관리를 어려워한다"며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수요예측이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정확도 30%p 향상으로 수백억 절감 가능
정 대표가 15년간 수요예측 연구에 집중한 이유는 명확하다. 수요예측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IT 시스템의 부가 기능으로만 존재할 뿐 여기에 집중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현실적 접근법은 '완벽한 예측'이 아닌 '정확도 향상'이다. 50%대 정확도를 60%대로 높이면 수십억원, 80%대로 높이면 수백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재고관리 최적화의 로직은 의외로 간단하다. 출고량을 정확히 예측한 뒤 현 재고를 파악해 빼고, 입고 예상량에 안전재고를 더해 적정 발주량을 계산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다른 건 산수지만, 맨 앞단의 출고량 예측만큼은 산수가 아니다"라며 "여기가 정확해야 재고 최적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원자재 재고 과잉 30% 개선"
임팩티브AI는 포항 소재 철강기업과 첫 협업을 진행했다. 해당기업은 IT 선진화가 이뤄진 기업으로, IT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혁신 시도에 익숙했고 데이터도 잘 준비되어 있었다.

해당기업의 경우 제품은 주문 베이스라 재고관리가 불필요했지만, 원자재는 수입에 몇 달이 걸려 미리 확보해야 했다. 원자재 과잉량이 상당했고 부족량도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원자재 소요량 예측 모델 구축 결과, 재고 부족과 과잉을 기존 대비 30% 가까이 개선했다. 이후에는 원자재 가격 예측으로 확대했다. 큰 규모의 경우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이 200~3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적정 시기에 구매하면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사람 대체 아닌 보조 역할이 성공 비결"
정 대표는 기술적 성능만큼이나 현장 수용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모델이 만들어져도 현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는 "AI로 사람을 대체하는 방식은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며 작업자의 AI 경계심을 지적했다. 반면 성공 사례는 "작업자가 하는 일을 그대로 두고, AI가 작업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도와줘서 담당자가 회사로부터 성과 인정을 받도록 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적 개선→업무적 개선→재무적 개선의 3단계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요즘 AI 솔루션 도입의 대부분이 기술적 개선만 놓고 그 이후 진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6백만 건 외부데이터 학습...원자재 가격 예측 97.7% 정확도
임팩티브AI는 ERP 데이터만으로는 미국의 철강 관세 정책이나 환율 급변 같은 외부 이벤트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 착안, 6백만 건의 외부 환경 데이터(거시경제 지표, 소비심리, 물가 지표, 산업 동향 등)를 학습시켰다.

또한 트랜스포머 기반 247개 모델을 구축해 SKU(Stock Keeping Unit)별로 최우수 모델을 채택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철강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니켈, 석탄, 점결탄에 대한 향후 8주 가격 예측에서 평균 97.7% 정확도를 달성했다. 150개 가량의 글로벌 시장 데이터를 활용한 결과다.

정 대표는 "철강산업은 시장 변동에 대응할 카드가 많지 않고, 비용을 줄일 만큼 다 줄인 상황에서 추가 비용 통제가 어렵다"며 "하지만 수요예측과 재고관리, 원자재 가격 예측 영역에서 AI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AI 혁신은 기술 도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어 재무적 개선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철강업계에도 이런 접근법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