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사태… 중국산 STS 쿼터 첫 미소진 ‘가시화’

- 중국산 연간 물량 소화 난항…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영향 - 대만산은 사실상 조기 소진..인도네시아도 쿼터 소진 예정

2025-11-19     손연오 편집국장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21년 9월 반덤핑 관세와 연간 수입쿼터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중국산 스테인리스 평판압연제품의 연간 쿼터가 전량 소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티스코의 물량 소화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업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가 파악한 중국산 스테인리스(관세부과 대상 제품) 누적 통관량은 10만 톤대에 머무른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티스코 배정량인 약 13만 톤과 비교하면 약 2~3만 톤의 잔량이 남아 있는 셈이다. 남은 기간이 한 달 반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잔여 물량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수요가 10월 이후 급격히 둔화된 데다가 티스코 오퍼가격이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거래 매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가별 전체 쿼터 흐름을 살펴보면 대만의 경우 조기 소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대만은 3개 공급사를 합쳐 연간 약 6만 톤이 배정돼 있는데 사실상 연말까지 계약이 끝난 것으로 관련업계는 전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연간 7만 2,000톤 규모의 쿼터를 거의 모두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의 경우 티스코와 리스코의 흐름이 극명하게 갈렸다. 리스코는 최저가격에 근접한 오퍼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쿼터량이 모두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티스코는 상대적으로 높은 오퍼가격을 유지한 탓에 주문이 크게 줄었고, 여기에 국내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연말까지 남은 물량을 소화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400계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한동안 주문이 400계로 쏠리면서 국내 수요도 한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선적분 오퍼가격이 제시됐음에도 시장 반응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유통사들은 12월과 1월로 이어지는 비수기 구간에서 스테인리스 재고를 무작정 늘리는 것을 다소 경계하며 주문을 보류하는 분위기다. 최근 가전·건설·주방 등 주요 전방산업의 구매 동력이 약화된 상황도 추가 발주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올해 쿼터 소진 실패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2021년 반덤핑 규제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사례가 된다. 중국산 쿼터 미소진 가능성은 단순히 판매 부진 차원을 넘어 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로도 해석된다.

중국산 H형강의 경우도 스테인리스와 마찬가지로 최저가격과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갈수록 계약 물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물론 중국 공급사의 가격 및 판매 정책에 따라 내년도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수입재 공급 안정성과 포스코의 향후 판매 전략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늘어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향후 2~3개월간의 수입 흐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