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용–반작용’...후판·열연 AD 이후 중국산 수입, 품목 이동 중

- 지난해 월 수입 73.3만 → 올해 69.4만...총량 ‘소폭 축소’ - 올해 잠정관세 직후 중국산 후판 43%↓, 열연 84%↓ - 하반기 냉연 및 아연도금 등 냉연 반제품 수입 물량 늘어 - 선재·강반제품도 존재감 확대… ‘품목 구조 재편’ 본격화?

2025-11-17     박현욱 선임기자

올해 들어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잠정관세가 잇따라 적용되면서 국내 수입 시장의 품목별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후판과 열연 등 직격탄을 맞은 주요 판재류의 수입 물량은 눈에 띄게 축소됐지만, 냉연을 비롯해 아연도강판·선재·강반제품 등 다른 품목들이 그 빈자리를 상당 부분 채우는 모습이다.

전체 수입은 13% 감소...‘물량 축소’보다 ‘품목 재편’이 핵심
눈여겨볼 점은 중후판·열연에 잇따라 잠정관세가 부과됐음에도, 중국산 전철강 총수입량은 예상만큼 크게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월평균 수입은 약 73만 3,000톤이었으며, 올해(1~10월) 월평균 수입량은 69만 4,000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열연 잠정관세가 본격 적용된 9~10월의 월평균 수입량은 65만 5,000톤 수준으로 전년 대비 불과 약 13~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잠정관세 이후 중국산 후판과 열연이 줄어든 자리를 다른 품목들이 상당 부분 메우고 있는 것.

실제 데이터에서도 냉연·아연도강판·선재·강반제품 등 주요 품목의 비중이 늘었다.즉, 잠정관세의 대상이 된 품목만 크게 줄었을 뿐, 중국산 철강 수입 자체는 ‘총량 축소’보다는 ‘품목 구성 변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산 후판,  4~10월 평균 6만 6천 톤...보세만 양호
중국산 후판 수입은 올해 4월  잠정관세 부과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세다.

지난해 중국산 중후판 월평균 수입은 약 11만 5,000톤이었으나, 잠정관세가 적용된 올해 4월 말 이후 4~10월 평균 수입량은 6만 6,000톤으로 줄며 전년 동기 대비 약 43% 감소했다. 보세공장을 활용하는 중대형 조선사와 일부 강관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입 물량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체 수입재에서 중후판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중후판 비중은 15.7%였지만, 올해 4~10월에는 9.2%까지 떨어졌다.

향후에도 보세창고를 활용하는 조선 및 일부 강관업체, 그리고 내마모강 등 특수강이 필요한 특장차·건설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수입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유통 등 실수요 부분서 중국산 중후판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9월 열연 잠정관세 직격탄...10만 톤 중반대 → 2만~3만 톤대
더 극적인 변화는 열연강판에서 나타났다. 탄소강 열연에 잠정관세가 시행된 지난 9월을 기점으로 중국산 열연 수입은 사실상 ‘붕괴’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중국산 열연 월평균 수입은 약 13만 7,000톤이었으며, 잠정관세 시행을 앞두고 재고 확보 목적의 추가 물량이 유입되면서 올해 4~8월에는 월평균 18만 7,000톤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잠정관세 부과 시점인 9~10월에는 월평균 3만 톤으로 떨어지며, 잠정관세 이전 대비 84% 넘게 감소했다.

월별 물량을 보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8월 13만 1,000톤에 달했던 수입량은 9월 3만 8,000톤으로 전월 대비 약 71% 줄었고, 10월에는 2만 2,000톤까지 내려왔다.

전철강 전체에서 열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게 축소됐다. 2025년 4~8월 열연 비중은 24.4%였으나, 9~10월에는 4.5%까지 떨어졌다.

그동안 대형 열연 수요처는 중국산 열연을 들여와 냉연·도금재·강관 등 2차 제품으로 판매해왔지만, 잠정관세 부과와 원산지 증명 등 규제 요인으로 인해 향후 국산·일본산 및 제3국산 물량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적 측면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중국산 열연 수입이 사실상 ‘퇴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냉연·아연도강판, 열연 빠지고 서서히 증가세
중국산 열연에 대한 잠정관세가 적용된 이후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 품목은 냉연과 도금재다.

먼저 냉연강판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수입은 약 5만 1,000톤 수준이었으며 올해 1~8월 월평균 수입도 4만 7,000톤으로 비슷한 흐름을 이어왔다. 그러나 열연 잠정관세가 시행된 9~10월에는 월평균 7만 6,000톤으로 크게 급증했다. 전철강 전체에서 냉연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6.9%에서 11.8%로 뛰어올랐다.

이는 열연에 대한 잠정관세로 기존 조달 구조가 막히면서 유통·가공업체들이 중국산 냉연 완제품을 직접 들여오는 방식으로 수요를 전환한 결과로 해석된다. 즉 기존의 ‘열연 직수입 후 국내 냉연 생산·조달’ 구조에서 ‘중국산 냉연 반제품·완제품 직수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아연도강판 역시 열연 공백을 메우며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품목으로 꼽힌다.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은 10만 7,000톤, 올해 1~8월은 9만 4,000톤 수준이었으나, 9~10월에는 11만 2,000톤으로 약 16% 증가했다. 비중 역시 12~14% 수준서 9~10월 3.8%p 확대됐다.

건자재를 중심으로 중국산 도금재 사용이 이미 확대되고 있었던 가운데, 중국산 도금재 오퍼가격이 점차 떨어지면서, 한층 더 기울어진 흐름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컬러강판은 올해 1~10월 평균 수입량이 1만 4,000톤으로, 전년(1만 6,000톤) 대비 소폭 줄었다. 중국산 컬러강판이 주로 건자재 용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 소비 둔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건축 관련 규제 강화와 품질 요구 수준 상승으로 인해 중국산 컬러 제품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선재·강반제품,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 확대
선재와 강반제품도 잠정관세 이후 서서히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먼저 선재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수입량은 6만 6,000톤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5년 1~8월에는 월평균 7만 4,000톤, 9~10월에는 8만 2,000톤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철강 내 선재 비중 역시 지난해 약 9%에서 올해 9~10월에는 12.5%까지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포스코 1선재 공장 폐쇄 등 국내 생산 축소 요인이 발생한 이후, 일부 유통·가공 수요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선재로 이동한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품목은 강반제품이다. 전체 물량 기준으로는 아직 비중이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면 최근 1년간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강반제품 월평균 수입량은 1만 2,000톤 수준이었으나, 올해 평균은 3만 4,000톤으로 크게 늘었다. 전철강 내 비중도 지난해 약 1%수준에서, 올해 4~8월 5.9%, 9~10월에는 6.3%까지 올라섰다.

가공도가 높은 반제품·가공강재로 수입 축이 이동하면서, 반덤핑·세이프가드 규제를 피하기 쉬운 품목으로 수요가 옮겨가는 전형적인 ‘품목 전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수입, 줄지 않고 ‘형태만 변화’
종합하면 중국산 중후판·열연강판은 잠정관세 시행 이후 수입이 뚜렷하게 감소했지만, 그 빈자리는 냉연·도금재·선재·강반제품 등 다른 품목들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전철강 내 구성 비중이 재편되면서 수입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흐름이 시작됐다.

올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작년 대비 약 10%대 수준의 감소에 그쳤다. 이는 잠정관세가 ‘중국산 철강재 수입을 전반적으로 줄였다’기보다는 ‘정 품목을 억제하는 대신 수입 품목·형태의 변화를 유도했다.

실제 중후판·열연 중심이던 수입 구조는 냉연·도금·가공강재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입 규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비규제 품목으로 우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국내 수요업체들 역시 기존의 범용 열연 중심 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잠정관세 이후 중국산 수입은 양적으로 크게 줄지는 않은 가운데, ‘어떤 품목이 들어오느냐’와 ‘어떤 형태로 들어오느냐’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