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정책 리포트] 보세구역과 반덤핑 관세 ②
-한국의 보세구역 반덤핑 원자재 관리 외국에 비해 느슨 - 보세구역 가공제품의 수입, 원자재 과세 의무화 및 제3국 우회덤핑 규정 시급
최근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가 시작되면서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보세구역에서의 반덤핑 관세 부과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하여 본 리포트에서는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의 부과 및 수입 현황, 한국의 보세구역 정책과 해외의 반덤핑 관세와 관련한 보세구역 관리 정책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덤핑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리포트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반덤핑 관세의 뜨거운 감자 보세구역 제도 2. 반덤핑 제소 이후 후판과 열연 수입 어떻게 변했나? 3. 한국의 보세구역의 반덤핑 원자재 관리 외국에 비해 매우 느슨하다. 4. 보세구역가공제품 수입, 원자재 과세 의무화 및 제3국 우회덤핑 규정 시급하다. [편집자 주]
3. 보세구역의 반덤핑 원자재 관리, 한국이 외국에 비해 매우 느슨하다
보세가공제도는 관세 등의 과세보류 상태로 물품을 제조 가공한 후 수출입할 수 있는 제도이다. 보세구역제도에는 보세공장과 종합보세구역이 있고 또한 관세법, 대외무역법 등 관련 법률에 의한 특례와 지원을 통해 자유로운 제조, 물류, 유통, 무역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정된 자유무역지역제도가 있다.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보세공장 156개, 종합보세구역 73개, 자유무역지역 485개 총 700개 이상의 보세가공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보세가공제도를 활용한 수출은 2024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32%, 2189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데, 특히 첨단 핵심 산업의 보세가공제도를 활용한 수출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반도체는 수출의 93%를 조선 92%, 바이오 96%, 디스플레이는 85%를 보세가공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 3월 정부는 첨단 핵심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보세가공제도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보세가공지역의 신규 부가가치 창출 지원을 위해 보세공장의 연구개발 절차를 간소화하였다. 둘째 물류 혁신을 위해 단일보세공장 특허 시 거리제한 요건을 15Km에서 30Km로 완화하였고, 셋째 우수 보세가공업체에 대한 자율관리 확대를 위해 자율관리 보세공장 지정 요건을 완화하였다. 그리고 넷째 비용부담 경감을 위해 보세공장에서 제조에 사용하고 남은 철강 스크랩, 포자용 상자, 빈 용기 등 잔존물 관리를 대폭 간소화하였고, 다섯째 자유무역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할 때 제품에 대한 과세 또는 투입된 외국 원재료에 대한 과세 중 기업이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기로 하였다.
위의 4가지 내용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째 비용부담 경감을 위해 보세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할 때 과세 기준을 제품 혹은 외국 원재료 중 기업이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반덤핑 관세 대상 물품이 보세공장으로 수입된 후 제품으로 가공하여 한국으로 유입될 때 기업은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외국 원재료에 대한 과세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 생산 제품에 대한 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세종대학교 최승재 법학과 교수는 9월 22일 헤럴드경제 특별기고를 통하여 “문제의 핵심은 관세법상 보세공장 수입자가 과세기준을 원료과세와 제품과세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보세공장에서 가공한 제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수입산 원료에 부과되는 반덤핑관세를 피할 수 있는 제품과세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열연강판이 보세공장에 반입되어 도금강판으로 가공된 후 국내에 통관되면, 원산지가 ‘한국’으로 변경되어 덤핑방지관세의 적용을 피해간다. 이로써 수입산 덤핑 열연에 대한 관세 부과는 무력화되고 만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수출 촉진이라는 취지에서 출발한 보세공장 제도가, 오히려 국내 시장의 공정 경쟁과 산업 보호라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우회 루트’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보세제도의 허점을 차단하기 위해서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적용 규정을 명확히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규정집에서 덤핑방지관세 부과 원료가 자유무역지역(FTZ)에 반입될 경우 반드시 ‘원료과세’가 적용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신(新)관세법(Unions Customs Code)에서 역내가공 제품에는 원칙적으로 제품과세를 적용하지만, 반덤핑 관세 대상 원료에는 강제적으로 원료과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재호 등은 2021년 ‘주요국의 보세공장 비교 연구’에서 반덤핑관세 대상 물품이 원료 목적으로 보세공장에 반입되어 관세 유보 상태에서 수출품을 제조할 경우 덤핑방지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여 관세를 회피하고자 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사례로 2010년 일본산 스테인리스 스틸 후판에 대한 덤핑 관세부과 재심사 시 무역위원회가 국내산업 피해 분석에 보세공장 반입물량을 반영하여 반덤핑관세 부과를 연장하였다. 일본산 스테인리스 스틸 후판에 대한 반덤핑 원심 조사개시 전인 2009년까지는 보세공장으로 반입되는 물량이 전혀 없었으나, 조사개시 이후 수입·수요자들이 덤핑방지 관세를 회피하고자 보세공장으로 전환하여 조사대상 기간(2010~2014년) 동안 국내에 수입 통관되는 물량이 감소하였고 보세공장 반입물량은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국내 수입물량은 연평균 34.0% 감소하였으며 보세공장 반입물량은 연평균 14.8%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러한 보세공장으로 수입되는 원자재가 반덤핑 등 제재 대상일 경우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 보세구역가공제품 수입, 원자재 과세 의무화와 제3국 우회덤핑 규정 시급하다.
반덤핑 관세는 덤핑이라고 하는 불공정 무역 행위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부과되는 것이다. 그런데 보세구역에 대해서는 덤핑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덤핑 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반덤핑 관세가 국내 철강산업 보호라고 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지 상당히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국내 가격이 인상될 경우 보세구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여 왔던 국내산 대신 상대적으로 값이 싸진 수입산을 더 사용하는 방향으로 구매선을 전환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즉, 덤핑 수입을 막기 위해 도입한 반덤핑 관세 조치가 오히려 보세지역의 덤핑 수입을 증가시켜 국내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축소시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특정 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보세공장이 부과대상에 제외되는 경우에는 첫째 보세공장으로의 덤핑 수입은 지속될 것이고 둘째, 보세공장의 경우 기존 조달선을 국내산에서 덤핑 수입산으로 전환함으로써 오히려 국내 수요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보세공장으로 인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본래의 수입 억제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관세는 수입 물품에 대해 정부가 부과하는 일반적인 세금인 반면, 반덤핑관세는 특정 불공정 무역 행위(덤핑)를 막기 위한 무역 구제 제도이다. 따라서 반덤핑 관세와 일반관세는 적용을 달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반덤핑 관세를 일반관세와 마찬가지로 보세구역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무역구제제도의 기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국가차원에서 불공정무역행위를 용인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또한 이러한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만약 한국과 베트남이 모두 중국산 열연에 대하여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때 베트남의 보세구역에서 중국산 열연을 사용하여 냉연으로 가공한 후 한국으로 수출하면 정상 제품으로 판정하고 수입해야 하는가? 역으로 한국의 보세공장에서 중국산 덤핑 열연을 사용하여 가공한 후 베트남으로 수출한다면 베트남 정부는 이를 정상제품으로 인정해 줄 것인가? ‘제3국 우회덤핑’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이유이다. 이에 대한 보다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최근 후판, 열연강판 등 주요 철강 판재류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부과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이해당사자간에 심각한 의견대립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법률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파급영향을 고려하여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한국도 보세구역에서 반덤핑관세 부과 대상인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여 가공한 후 국내로 수입할 경우에는 최종 제품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 수입 원자재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