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강, '스크랩 유통 진출'·시장 새바람 기대

20여년만에 제강사 직접 진출에 촉각 AI 검수 ,대형 야드 지분 인수에 이어 유통시장 직접 진출 대한제강, 안정된 물량 확보 외에 다목적 '포석'

2025-11-17     손정수 연구위원
대한제강이 울산스틸 부지에서 철 스크랩 유통업의 첫발을 땐다. [사진] 울산스틸이엔지

대한제강이 스크랩 유통업에 진출한다. 대한제강은 최근 스크랩 유통 전문업체인 URC(울산리사이클센터) 설립을 확정하고 이달 중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URC 초대 대표에 사내 스크랩 전문가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URC는 약 3,600평 규모의 울산스틸이엔지 부지를 임대해 이달중 첫발을 뗄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URC의 비즈니스 모델이 스크랩 구매 및 보관, 정제 등이어서 제강사인 대한제강이 직접 철 스크랩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으로 보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제강사의 철 스크랩 유통업 진출은 강원산업의 실패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강원산업이 전국에 스크랩 수집 가공 거점 센터를 두고 기요틴 투자를 주도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면 대한제강은 매우 전략적이고 조심스럽게 접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대한제강은 올해 초 중부 지역의 한 대형 야드업체 자회사의 지분 30%를 인수한 데 이어 스크랩 야드 운영까지 하기로 한 것이다. 추가 투자 계획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지분 인수와 직접 투자 등을 통해 스크랩 야드에 대한 대한제강의 관심이 매우 크다는 점을 엿볼 수 있어 추가 진출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산업의 스크랩 유통 시장 진출이 대량의 스크랩 조달이 목표였다면, 대한제강의 URC설립 목적은 좀 더 복잡하다. 대한제강은 URC를 통해 시황 변동에 관계없이 안정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시장 정보를 취합하고, 야드 운영의 노하우를 익히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URC에서 생산된 정보와 노하우를 대한제강 구매 및 생산 조직과 연계해 시너지를 높여 간다는 것이 대한제강의 복안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제강은 생산원가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어서 저급 스크랩의 정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며, URC가 그 선두에 설 것으로 보인다. 

지역 철 스크랩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한제강의 NRC(녹산리사이클센터) 운영을 볼 때 URC는 지역 유통업체와의 경쟁보다 분류와 정제 등에 힘을 쏟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철 스크랩 구매량이 급감하면서 제강사마다 충성도 높은 납품사 확보에 골몰해 왔다. 대한제강은 URC를 통해 경쟁력 있고 안정된 공급처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URC는 야드 운영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울산스틸이엔지와의 시너지를 높여 간다는 계획이다. 울산스틸이엔지는 야드대여 뿐만 아니라 장비 운영, 야드 관리, 영업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URC와 함께할 예정이다. 울산스틸이엔지도 필요한 부분에서 스크랩 사업도 병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경쟁 제강사와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또 다른 것은 URC 설립이 스크랩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스크랩 유통업체들은 “대한제강의 스크랩 유통 시장 진출이 구매 경쟁을 촉발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한제강 납품사 관계자는 “대한제강은 URC가 시장에서 납품업체들과 구매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제강사들도 촉각을 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제강사 관계자는 “전기로 제강사인 대한제강을 정점으로 스크랩 AI 검수, 대형 야드업체 지분 투자, 그리고 이번에는 스크랩 유통 시장 직접 진출까지 대한제강이 스크랩에서 제강까지 수직적 체계를 완성한 것 같다. 경쟁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