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강판 시장 ‘해상풍력’...후판업계, 새 활로 찾는다

- 한국 비롯 대만 등 대형 해상풍력 프로젝트 본격화 - 고강도 후판 경쟁력 시험대...기술력·품질력 동시 검증 - 글로벌 해상풍력 급성장, 장기 수요 확대 신호탄

2025-11-13     박현욱 선임기자

국내 후판 메이커들이 수요 회복의 실마리를 ‘해상풍력’에서 찾고 있다.

올해 대만 포모사4(Formosa 4·495MW)를 비롯해 전남 안마(532MW), 신안 우이(390MW) 등 주요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잇달아 본공사 단계로 진입하거나 착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특히 해상풍력의 핵심 구조물인 자켓(jacket) 제작에는 일반 산업용보다 훨씬 높은 강도와 두께가 요구되는 고강도 후판이 사용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메이커들은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검증받는 새로운 무대에 서게 됐다.

대만 Formosa 4,
35기 자켓 제작, 6만~7만 톤 수요 예상

대만 포모사4(Formosa 4) 프로젝트는 미아오리현 해안에서 약 20㎞ 떨어진 해상에 건설될 예정으로, 총 설비용량은 495MW이며, 14~15MW급 대형 터빈 35기로 구성된다.

자켓 제작은 대만 해상풍력 기자재 전문업체 센추리 윈드 파워(CWP)가 맡으며, 이 중 14기 물량을 SK오션플랜트가 수주해 국내에서 제작한다. 제작에는 포스코산 후판 등 국산 중심의 강재가 투입된다.

출처 semcomaritime 홈페이지

아울러 CWP가 보유한 잔여 21기 중 일부를 국내 메이커에 분산 발주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후판 메이커들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켓 1기에는 1,500~2,000톤의 후판이 소요되며, 이를 적용하면 전체 프로젝트에는 최대 7만 톤 규모의 후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작분만 따져도 약 3만 톤 안팎의 실수요가 기대된다.

(단위: 톤, 수심 25~50m 기준)

안마 해상풍력 
/ 38기 자켓 제작, 7만~8만 톤 수요 예상

전남 영광군 해상에 건설되는 안마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총 532MW 규모, 14MW급 터빈 38기로 구성되는 국내 최대급 프로젝트다.

사업 개발 및 시공을 맡은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자켓 제작·설치 우선협상권을 확보했고, 지난 6월 SK오션플랜트와 자켓 38기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하부구조물은 자켓과 핀파일로 구성되며, 예상 후판 투입량은 7만~8만 톤 수준으로 추정된다.

후판 공급은 포스코·동국제강 등 국내 메이커들이 분담할 가능성이 크며, 2026년 1분기부터 본격 납품이 시작될 전망이다.

출처: 안마윈드 홈페이지

신안 우이
/ 2026년 착공 목표...‘수만톤급 시장’ 잠재

신안 우이 해상풍력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 우이도 인근 해상에 조성되는 390MW급 해상풍력 단지다.

본공사 착공은 2025년, 해저케이블 시공은 2027년, 상업운전은 2029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전체 해상풍력 설비용량(260MW, 2024년 말 기준)을 감안할 때 대형급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하부 구조물은 자켓 타입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으며, 자켓·파일 사양에 따라 약 5만 톤 내외의 후판 수요가 예상된다.

플랜트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해상풍력 중 실질적으로 가장 구체화된 사업이 신안 우이”라며 “향후 단계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해상풍력 가파른 성장세...후판 업계도 기대
내수 침체와 저가 수입재 공세로 부진을 겪어온 국내 후판 업계가 해상풍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만 포모사4를 시작으로 안마·신안 우이 등 대형 프로젝트가 연쇄적으로 착공에 들어서면, 국내 후판 내수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지금부터가 해상풍력 후판 시장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풍력에너지위원회(GWEC)에 따르면, 2024~2029년 전 세계 해상풍력 신규 설치량은 연평균 약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30~2034년에도 15%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지며, 설치 규모는 2030년 30GW, 2033년 이후에는 연간 5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후판업계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에 필수적인 고강도 후판 수요가 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모사4를 비롯한 해외 실적이 축적되고, 안마·신안 우이 등 국내 프로젝트가 잇따라 본공사 단계에 들어서면 후판업계의 시장 기반이 한층 탄탄해질 것”이라며 “내년 해상풍력 후판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