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빌릿, CIS 공백 메우며 '사우디' 시장 침투

- 가격 경쟁력 앞세워 사우디서 점유율 확대 - 중국산 빌릿 톤당 464달러로 ‘최저가’ - 거래 불확실성·물류 한계 등 문제도 존재

2025-11-12     김은주 기자

중국산 빌릿이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사우디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공급국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당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자 그 자리를 중국산이 빠르게 메웠다. 이로 인해 사우디의 빌릿 수입 구조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사우디 빌릿 수출량은 54만 5,250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한 해 동안의 24만 2,029톤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중국산의 강점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메탈엑스퍼트에 따르면 중국산 빌릿의 가격은 톤당 464달러로 가장 저렴하다. 반면 오만산은 470달러, 아랍에미리트(UAE)산은 480달러, 바레인산은 530달러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과 납기가 적절할 경우 중국산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산 거래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중국산의 문제는 가격이 자주 바뀐다는 점이다. 최종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사우디의 물류 인프라가 대량 해상 운송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사우디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수입산 빌릿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제강 설비 확충에 나서고 있다. 특히 노후한 유도로(IF) 설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전기로(EAF)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도로를 전기로로 교체하면 국내 철 스크랩 수거 부담을 줄이고, DRI/HBI와 페로합금을 활용해 빌릿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급자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강 생산능력 확보까지는 최소 10~15년이 필요하며, 그때까지는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