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Focus] (브랜드 관리-①) 철강, 이제 브랜드로 경쟁한다…기술을 넘어 신뢰로 승부!
〓 연재-1: 브랜드의 필요성과 개발과정
〓 연재-2: 철강업계 브랜드 사례와 유통업계의 역할
한때 철강산업은 ‘보이지 않는 산업재’로 불렸다.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맞닿지 않는 탓에, 브랜드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사치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구조가 급변하고, 고객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진 오늘날, ‘철강에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명제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철강 브랜드, ‘보유 기술을 고객 신뢰로 바꾸는 가치창출’ 과정
철강산업은 오랫동안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공급과잉, 제품 동질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요산업 다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좋은 제품’만으로는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오늘날 글로벌 철강기업들은 생산량이 아니라 ‘신뢰 자산(Trust Equity)’, 즉 브랜드가치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되었고, 이는 곧 ‘기술이 아닌 고객 인지도와 신뢰도가 구매의사결정을 좌우한다’는 시장여건이 조성된 것을 의미한다.
철강산업에서 브랜드는 단순한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다. 기술 경쟁력을 시장의 신뢰로 전환시키는 과정이며, 이는 ‘기술 à 신뢰 à 가격 프리미엄’으로 이어지는 브랜드의 가치창출 과정으로 설명된다.
(철강 브랜드의 가치창출 과정)
자료: Philip Kotler, B2B 브랜드 마케팅
상기 그림에서 보면, 첫째, ‘기술 경쟁력(Technology)’은 브랜딩 작업의 출발점이다. 품질, 생산성, 납기, 안정성 등에서 축적된 기술 보유가 고객과의 기본적인 신뢰를 만든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는 어렵다. 이를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하는 방식이 브랜드화(Branding) 과정이다.
둘째, 브랜드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신뢰 자산(Trust Asset)’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즉 ‘고객이 ‘우리회사를 믿을 수 있다’라고 인식할 때, 브랜드는 구매의사결정 과정에서 ‘선호의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는 가격보다 신뢰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셋째, 신뢰의 누적은 곧 ‘가격 프리미엄(Price Premium)’로 이어진다. 즉 브랜드가 형성된 철강사는 경기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력이 높고, 장기 거래나 신규시장 진입 시에도 협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철강의 브랜드는 기술의 또 다른 표현이다. 기술이 브랜드로 전환될 때, 비로소 ‘브랜드의 가치’라는 고객과의 신뢰관계가 완성된다.
브랜드 개발과정,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체계’로 추진
철강산업의 브랜딩(Branding) 개념도 단순한 제품 식별 단계를 넘어, 기업의 이미지와 고객신뢰를 종합하여 형성되는 핵심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특히 브랜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외부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정교한 브랜드 가치체계를 구축해야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철강제품에 대한 브랜드 개발과정)
자료: 컨설팅 자료 참조, Brand Management Framework
상기 그림과 같이, 첫 단계인 ‘브랜드 니즈 분석’에서부터 ‘마케팅 리서치 업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철강제품에 대한 수요산업별 인식 차이와 제품기술에 대한 신뢰도 수준, 그리고 제품 품질에 대한 고객 충성도 등을 계량화하기 위해 정교한 분석작업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즉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고객의 니즈’를 수치화하여 향후 브랜드 개발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근거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다음 단계인 ‘브랜드 개발’ 단계에서는 ‘Visual Identity(VI) 개발업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 이유는 철강제품이 기술 중심의 특성을 지니는 만큼, 브랜드를 시각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브랜드의 로고, 색상, 서체, 그래픽 등을 통해 ‘강함·신뢰·친환경’ 등 기업이 지향하는 이미지를 통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 활동이다.
그 이후 ‘브랜드 전달’ 단계에서는 ‘광고대행 및 프로모션 대행업체’가 참여하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즉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산업 전시회·온라인 콘텐츠·고객의 포럼 등 다양한 접점을 활용하여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을 확장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마지막으로 ‘브랜드 관리’ 단계에서는 ‘브랜드 모델링 전문가’가 참여하여 브랜드 전체의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즉 브랜드 포지셔닝, 브랜드 가치체계, 메인과 서브 브랜드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 등 ‘브랜드의 아키텍처 모델링’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 디자인을 넘어, 기업의 정체성과 고객의 제품 사용경험을 일관되게 묶어주는 전략적 프레임으로 가장 중요한 활동에 해당한다.
결국 철강산업의 브랜딩은 기술력과 제품품질 경쟁력 보다는 상위 개념으로 ‘기업 이미지와 고객과의 신뢰성, 그리고 구매경험’이라는 정성적 요소를 더할 때, 비로소 가격 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브랜드 효과, ‘철강의 가격 방정식’을 바꾼다
한국 철강산업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원가경쟁력의 약화다. 원료가격 급등, 중국산 저가재 유입, 수요산업 장기 침체 속에서 ‘가격만의 경쟁’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때 브랜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가격을 방어하는 무형의 방패가 될 수 있다.
(브랜드가 철강재 가격에 미치는 효과)
자료: Steel Industry Brand Management: Key Strategies and Best Practices 참조
상기 그림과 같이, 브랜드 신뢰도의 수준에 따라 제품 가격이 변동하게 된다. 즉 브랜드가 약한 철강사는 시장 가격 하락기에 낙폭이 크고 가격 회복기에도 평균단가의 반등 속도가 느린 반면,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기업은 톤당 10~15%의 프리미엄 가격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철강재의 성공사례로서 입증된 바 있다.
고객은 단순한 톤당 가격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제품 품질에 대한 가격 프리미엄’을 형성하여 구매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결국 브랜드는 ‘내부 조직의 자부심과 일관성을 강화하는 내적 동력’이 된다. 철강산업은 생산, 기술, 영업, 물류가 긴밀히 맞물리는 복합 산업이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불황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