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철근 ‘엑스트라’ 체계 변질 우려···가격 왜곡 심화
- SD500·SD600, 베이스 가격 SD400보다 낮게 책정되는 역전 현상 - 겉으론 정상, 속은 할인···엑스트라가 가격 방어 ‘완충장치’로 전락 - 장기화 시 고강도 제품 생산기피 우려···“엑스트라 제도 근간 훼손”
철근 시장에서 이례적인 가격 구조 왜곡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고강도 철근(SD500, SD600)의 베이스 가격이 일반 강종(SD400)보다 오히려 낮게 책정되면서, 강종별 할증 체계인 '엑스트라(Extra)'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엑스트라는 유지, 베이스 가격만 하락하는 기형적 구조
철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강도 철근 판매에서 엑스트라 자체는 유지하되 베이스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가격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SD400 강종이 톤당 66만원으로 거래될 경우, 정상적으로는 SD500도 베이스 66만원에 엑스트라 4만원을 더해 70만원에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SD500의 베이스 가격을 65만원으로 낮춘 뒤 엑스트라 4만원을 적용해 최종 69만원에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겉으로는 SD500에 정상적인 엑스트라가 적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베이스 가격 자체가 SD400보다 1만원 낮게 책정돼 최종 판매가가 낮아지는 구조다. SD600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베이스 가격을 낮춘 뒤 엑스트라 8만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실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엑스트라가 '범퍼' 역할...가격 방어선 무너지는 중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엑스트라를 일종의 가격 방어 완충장치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장 가격이 하락할 때 고강도 제품은 베이스 가격을 낮춰도 엑스트라가 있어 표면적으로는 정상적인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철근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요가 줄어들면서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고강도 제품의 베이스 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엑스트라는 그대로 붙어있으니 겉으로는 원가를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격 구조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화 시 엑스트라 체계 자체 붕괴 가능성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장기화될 경우 엑스트라 체계 자체가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엑스트라는 고강도 철근 생산에 소요되는 추가 원가를 반영하기 위해 책정된 정당한 할증이다.
SD500과 SD600은 SD400 대비 높은 항복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합금원소 첨가, 압연 공정 조정, 품질관리 강화 등 추가적인 제조 비용이 발생한다. 통상 SD500은 톤당 4만원, SD600은 톤당 8만원의 엑스트라가 이러한 원가를 반영한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베이스 가격을 낮춰도 엑스트라가 있어 어느 정도 원가를 회수할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결국 엑스트라마저 축소되거나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고강도 제품의 생산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제조사들이 고강도 철근 생산을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