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Global, “아시아 철강시장 4분기 침체 전망"
- 4Q 중국 내수 부진, 보호무역, 공급 과잉, 수요 둔화 불가피 - 열연·빌릿·스크랩 전 품목 약세 속 단기 회복 쉽지 않아 - ‘반내권 정책’ 효과 제한...무역장벽 심화로 수출 환경 악화 - 中 빌릿 수출 급증에도 수요 부진 지속...스크랩 약세 전환
아시아 철강시장이 4분기에 접어들며 수요 부진과 강화되는 무역 장벽으로 복합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중국의 내수 둔화와 계절적 요인, 그리고 각국의 반덤핑 조치 확산이 맞물리면서 철강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봉형강, 열연, 스크랩 등 주요 품목 전반에서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아시아의 판재류와 봉형강 시장은 4분기에도 수요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내수 부진, 강화되는 보호무역 기조, 공급 과잉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철강가격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내수 둔화와 계절적 요인…중국 수출 의존도 상승
중국 철강 내수는 겨울철 건설 경기 둔화와 한파에 따른 생산 차질로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철소들은 재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출을 주요 돌파구로 삼고 있다.
중국 현지 시장 관계자는 “계절적 요인으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수출이 공급 조정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P 글로벌은 중국 정부의 ‘반내권 정책’이 산업 구조조정과 과잉 경쟁 완화를 목표로 했으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각국의 무역장벽 강화로 인해 중국산 철강 수출이 더 큰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되며 2015년 이후 가장 강한 저항이 발생하고 있다고 동아시아 트레이더는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주요 제철소들은 글로벌 열연 오퍼를 인하했다. 플랫츠(Platts)에 따르면 SAE1006과 SS400 HRC 간 스프레드는 9월 16일 기준 톤당 10달러로 11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S&P 글로벌의 폴 바솔로뮤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철강 수출은 9~10월 다소 둔화됐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약 1억 1천만 톤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10월부터 정부의 탈세 수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선적이 앞당겨졌지만, 중국산 철강은 여전히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열연 시장, 보호무역 강화로 ‘역풍’
아시아 열연 시장은 4분기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 각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시장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9월 폭 1,880mm 이상 중국산 열연 제품에 대해 신규 반덤핑 조사를 착수했다. 이는 7월 부과된 23.01~27.83%의 반덤핑 관세를 확대 적용하는 조치로, 중국산 수입 차단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베트남의 한 수입업체는 “이번 조치는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현지 제강사 보호를 위한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대체 공급국들이 시장 공백을 메우며 리롤러용 열연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인도 제철소들도 9월 말 3mm 열연코일을 톤당 507달러(CFR 베트남)에 제시하며 시장에 복귀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베트남향 비(非)중국산 열연 해상 거래는 3분기 25건으로, 2분기(13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지 트레이더는 “중국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바이어들이 무관세 대체 공급선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는 4월 평판강 수입에 12%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관세를 부과하고, 베트남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조치도 추가로 추진했다. 인도 철강부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해 4~9월 인도의 완제품 철강 수입은 전년 대비 29.4% 감소했다.
이와 관련 뭄바이의 한 트레이더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일정 부분 효과를 냈지만, 여전히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빌릿 수출, 규제 논의에도 급증...9월 들어 가격 하락
중국은 여전히 수출을 통해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있으나, 급격한 수출 확대가 오히려 가격 하락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철강협회(CISA)가 6월 말 과잉 수출 자제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7월과 8월 빌릿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관 통계에 따르면 반제품(빌릿) 수출은 2분기 평균 62만 8천 톤에서 7월 85만 2천 톤, 8월 114만 톤으로 급증했으며, 대부분 정사각형 빌릿 형태로 선적됐다.
3분기 초 빌릿 가격은 ‘반내권 정책’ 기대감과 7월 중순 원료탄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외 수요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9월 말에는 톤당 450달러에서 431달러로 4.2% 하락했다.
중국 내 트레이더들은 “국경절을 앞둔 재고 비축과 8~9월 납기 물량이 겹치며 단기적으로 매도 압박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 수출 둔화가 이어질 경우 내수 공급이 늘어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철스크랩 약세 지속...빌릿–스크랩 스프레드 확대
아시아 철스크랩 가격은 3분기 말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4분기에도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7~8월 잠시 반등세를 보였으나, 하류 수요 부진으로 가격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플랫츠(Platts)에 따르면 빌릿–스크랩 가격 스프레드는 7월 25일 기준 톤당 185달러로, 2분기 저점이었던 4월 4일(133달러) 대비 39%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빌릿 가격이 급등한 반면 스크랩 가격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제강사들은 9월 이후 수익성 확대의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대만의 고(高)전력요금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수입 스크랩 대비 빌릿의 비용 경쟁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대만의 한 트레이더는 “제강사들이 여전히 국내 스크랩을 선호하고 있으며, 철근 판매 부진과 잦은 우천으로 건설 수요가 위축돼 수입 스크랩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