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망-STS] 관망과 무반응 그 어디쯤
11월 스테인리스 시장은 포스코의 출하가격 동결로 전월의 인상 기조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까지 상승하며 수입재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으로 인해 국내 거래가격은 좀처럼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 저하, 건설과 가공업계의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유통시장 역시 관망세가 깊어지며 인상 추진 동력이 약화된 모습이다. 포스코의 11월 2냉연 중수리와 열연 산세 공장 내 사고가 발생했지만 시장의 동요는 없는 상태다. 업계는 “정황 상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은 부족한 시장”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가격 하방 압력이 완화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니켈, 공급과잉 구조 속 약보합 지속
LME 니켈 가격은 11월 초 톤당 약 1만 5천 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심의 공급 확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니켈연구그룹(INSG)은 2025년 글로벌 니켈 시장이 약 19만8천 톤 공급 과잉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스테인리스 생산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수요가 둔화되면서 가격의 구조적 반등 여력은 제한적이다.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 중국의 전략 비축 확대와 경기 부양책이 단기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11월 니켈 가격은 톤당 1만 4,800~1만 5,3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는 약보합세가 예상된다.
환율 강세, 수입재 원가 압박 가중
원·달러 환율은 11월 들어 1,430원대를 넘어서는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환율 흐름은 수입재 원가 상승으로 국내 메이커 및 유통업계에 인상 명분을 주지만, 실제 인상 적용은 수요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쉽지 않은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11월 평균 환율을 1,430~1,460원대 수준에서 보고 있으며, 달러 강세 지속이나 지정학 리스크 확대 시에는 상단 1,460원대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상승은 수입재 가격경쟁력을 저하시켜 국내산 메이커에게 상대적 유리 요인이 되나, 반대로 수입재 원가 부담이 판매 마진을 압박하는 부담 요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더라도 국내 수요가 받쳐주지 않아 가격 인상 명분이 힘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포스코 산세공장 사고와 2냉연 중수리에도 공급 불안감 ‘잠잠’
11월 4일 포스코 스테인리스 소둔산세공장에서 포스코DX 하청업체 작업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설비는 원래 대수리 일정이 예정돼 있던 만큼, 단기적으로 열연 생산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는 11월 중순 경 스테인리스 2내년 공장 중수리 일정이 잡혀 있어 10~15일 정도 보수 작업이 예정되어 있다.
예전과 같으면 공급 차질 우려로 재고 선매수나 시세 불안 등이 시장 내 발생했을 법하지만, 현재 시장은 조용한 상태다. 그만큼 공급과 수요 양측 모두 동요 없는 정적이 흐르는 시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통단에서도 별다른 선제 매집 움직임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이후 수입 물량은 두자릿수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과 대만산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산의 경우 분기 첫 달인 만큼 유입이 줄었다. 일본·말레이시아 등 제3국산 수입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중이다. 인도에서의 수입도 크게 감소했다. 10월 스테인리스 열연과 냉연 수입량은 3만 5천 여 톤으로 전월대비 약 22%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렇듯 수입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체감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재고가 줄어들면 다시 가격이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연말까지는 재고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내년 1월적 한국향 오퍼가격은 톤당 약 1,950달러 선에 형성돼 있다. 11~12월 입고될 수입재 304 냉연 가격도 1,950~2,000달러(CFR)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지역 내 304 냉연 거래가격은 1,860~1,900달러(CIF) 수준으로, 한국향 오퍼보다는 50~100달러 낮은 상태지만, 반덤핑 규제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내수 가격은 11월 초 들어 약세로 전환됐다. 무석시 티스코산 304 냉연 가격은 10월 말 대비 약 200~250위안 하락한 1만 3,550위안 수준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내수 수요 회복이 더딘 가운데 유통 재고가 높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년 같으면 계절적 수요 회복 기대나 공급 이슈에 따라 가격이 요동쳤겠지만, 올해 11월은 예외적이다. 니켈·환율·공급 등 주요 변수들이 모두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함에도, 수요 부진이 모든 상승 요인을 상쇄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법 강화 이후 건설·설비 투자 위축이 지속되며, 가공업체의 일감도 평년 대비 20~30%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들은 “이 정도 경기라면 가격 인상보다는 거래 유지가 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인상 여건은 존재하지만 실행이 어려운 국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 인상 움직임은 명목 혹은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업계는 출하가 유지와 거래량 회복에 방점을 두고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스테인리스 시장은 ‘인상 요인은 존재하고 있지만 계획한 대로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요약된다. 니켈·환율·공급 등 가격을 자극할 변수들은 존재하지만,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이 모든 변수를 상쇄시키고 있다. 업계는 당분간 재고조정을 위한 거래 유지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며, 본격적인 가격 전환점은 내년 초 수요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