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 ‘일대일로’ 타고 중동 공략 가속화

-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속 UAE·사우디향 철강 수출 급증 - 사우디와 18건 MOU 체결, 봉형강·반제품 수출 급증 - 현지화로 무역장벽 회피…中 철강사 생산거점 확대

2025-11-11     김은주 기자

글로벌 무역보호주의 확산 속에 중국이 수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운 ‘수출 전진기지’로 부상하며, 중국 철강업계의 해외 전략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중동 수요 급증…UAE·사우디 중심으로 성장세 뚜렷

중국의 올해 1~9월 철강 수출량은 8,796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베트남과 한국은 중국산 철강에 대한 수입 규제로 수입량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 1·2위를 유지했다. 

반면 중동 지역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올해 1~9월 아랍에미리트(UAE)는 424만 4,000톤으로 10.8%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406만 4,000톤으로 24.6% 급증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중동의 구조적 수요 확대와 중국의 선점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 수요 급증, 공급은 부족…60% 이상 수입 의존

중동 각국은 ‘비전 2030(Vision 2030)’ 목표 아래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계획으로, 이에 따라 전기강판과 H형강 등 특수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중동 지역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 중이다. 사우디의 네옴(Neom) 신도시, 두바이 운하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며, 건설용 철강재 수요 증가율은 연 8~1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공급능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조강 생산능력이 5,500만 톤까지 늘었음에도 중동 전체의 조강 생산량은 연간 소비 예상치 4,900만 톤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는 당분간 6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로 이어진 협력…중국, 공급 공백 메워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공급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을 기반으로 중국과 중동 간 협력이 긴밀해지면서, 중국 철강사들이 중동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제안한 대외 전략으로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 국가 간의 경제 협력과 인프라 연계를 강화하여, 교역 확대와 공동 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은 사우디와 합작공장 설립, 기술 이전 등을 포함해 18건의 철강산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국간 협력이 긴밀해지면서 중동향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드맥켄지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로의 봉형강 수출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었고, 반제품 수출은 6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2025~2028년 중국의 중동향 철강 수출(간접수출 포함)은 연평균 6~8%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2030년에는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철강사들은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현지 생산 거점 구축으로 늘어나는 글로벌 무역장벽을 회피하고 안정적 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2027년에는 중동 내 중국계 철강사의 현지 생산능력이 1,0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 수요 증가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디 정부가 홍해 연안의 5,0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프로젝트인 ‘네옴(Neom)’ 신도시 건설을 축소하고, 대신 인공지능(AI)과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