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과잉설비 속 철강 수출 급증...공동 대응 시급

- 비시장적 정책이 세계 무역 왜곡… OECD, 공동 대응 촉구 - 중국발 철강 수출 급증… 아시아·아프리카 시장 교란 가속 -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설비 증가세...과잉생산 심화 - 보조금·국영기업 특혜, 시장 경쟁력 왜곡의 주범 지목 - 저탄소 전환 프로젝트 19% 중단… 과잉설비가 혁신 발목 - GFSEC 장관회의 결의 환영...내년까지 공동행동 틀 마련 추진

2025-11-10     박현욱 선임기자

OECD 철강위원회가 비시장적 정책으로 인한 과잉설비와 수출 급증이 세계 철강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며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제98차 OECD 철강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는 43개 대표단에서 249명의 정부 관계자와 업계 인사가 참석했으며, 회의는 글로벌 철강시장 상황 점검과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셰릴 그로네웨그·리벤 톱 OECD 철강위원회 부의장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의 비시장적 정책이 철강가격을 왜곡하고 회원국 산업의 시장점유율을 약화시키며, 심각한 무역 교란과 국가안보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수출 급증...시장 혼란 심화
이번 회의에서 중국 철강 수출 급증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중국의 철강 수출은 2020~2024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10% 추가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내 구조적 수요 감소로 인해 국내 개혁 대신 수출 확대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무역 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1,800만톤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2025년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철강기업의 재무여건이 악화되고 있으며, 다수의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제철소들은 완제품에 대한 무역조치 강화에 대응해 반제품과 저부가 제품 중심으로 수출구조를 바꾸며,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보호장치가 약한 시장을 새로운 판로로 활용하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설비 증가 가팔라
OECD는 올해 세계 철강 과잉설비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 기준 세계 조강생산능력은 2,547백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과잉설비는 6억 8천만 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7년 연속 증가세로, 아시아(특히 인도와 아세안), 중동 지역이 설비 증설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또한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900만 톤의 추가 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보이며, 대부분이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OECD는 “중국이 설비대체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집행력 부족으로 실질적 순증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국영기업 중심의 중국 철강사들이 아세안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시장적 정책과 보조금, 시장 왜곡의 근원
위원회는 철강시장 교란의 근본 원인으로 비시장적 정책과 정부 보조금을 지목했다.

OECD의 정기 모니터링 결과, 중동·북아프리카(MENA), 중국, 아세안 등 설비 확충 지역에서 ▲에너지 보조금 ▲세금·관세 면제 ▲우대금리 대출 ▲국영기업 특혜 ▲공공조달 및 현지화 요건 등의 형태로 시장왜곡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원은 회원국 철강산업에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하고, 비효율적 기업의 생존을 가능케 하며, 민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ODCD는 보조금은 시장 신호를 왜곡하고, 저수익·비효율 기업의 생존을 돕는 한편, 회원국 철강산업의 필수적 설비투자를 방해한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전환 프로젝트 19% 중단...과잉설비가 혁신 발목
위원회는 철강산업의 저탄소 전환이 정체되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저탄소 전환 프로젝트의 약 19%가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과잉설비 여파로 중단됐다.

이를 두고 OECD는 “과잉설비는 가격과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기업의 연구개발, 상업화 규모의 저탄소 기술 투자, 저탄소 제품시장 형성을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구조적 과잉설비 문제를 해결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만 기업의 혁신과 투자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며 각국의 정책적 개입을 촉구했다.

국제 공조 강화...내년까지 공동행동 기본 틀 마련
위원회는 과잉설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지난 10월 10일 열린 세계철강과잉설비포럼(GFSEC) 장관회의에서의 정치적 합의를 환영하며, 2026년 6월까지 글로벌 철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행동의 기본 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OECD 회원국들은 무역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동조국 간의 조치를 장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시장 왜곡 요인을 제거하고 글로벌 과잉설비를 완화하기 위해 회원국 간 정책연구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의장단은 성명 말미에서 “세계 철강산업은 과잉설비, 비시장적 보조금, 무역왜곡, 저탄소 전환 지연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공동의 정책행동과 책임 있는 산업 전환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도, 공정한 경쟁도 보장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OECD 철강위원회가 지난 봄 이후 약 6개월 만에 개최한 정례회의로, 내년 상반기까지 GFSEC와 연계한 정책 틀 수립이 본격화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