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망-냉연도금] 버티기 국면 속 ‘하방 압력’ 지속

- 수요 부진 장기화…10월 인상분도 시장 반영 ‘지지부진’ - 열연 AD 여파·정비 이슈에도 유통가 ‘요지부동’ - 중국산 오퍼 3개월째 하락…수요 부진·출혈경쟁 겹쳐

2025-11-11     박현욱 선임기자

올 한해 냉연도금재 유통가격이 약보합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소재인 열연 반덤핑(AD) 여파와 제철소 정비, 파업 등 공급 차질 이슈가 있었지만, 시장 가격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에도 냉연 메이커들이 톤당 2만~3만 원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유통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수요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업체 간 출혈경쟁이 격화되면서 유통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인상 시도에도 제자리...재고 부담, 수요 회복이 먼저
냉연도금 판재류 시장은 별다른 반등 없이 조용한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주요 제조업체들의 인상 시도에도 불구하고 유통가격은 변동이 없었으며,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시중 유통가격은 코일 기준 냉연강판(CR) 및 산세강판 톤당 85만 원,  용융아연도금강판(GI) 98만~100만 원, 전기아연도금강판 94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중 재고가 많아 가격이 내려갈 우려만 있을 뿐, 오를 기미는 전혀 없다”며 “특히 EGI는 거래가격이 들쭉날쭉해 시장이 혼탁하고, GI도 소폭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GI 한국향 오퍼가격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달 기준 중국산 GI 오퍼가격은 550~560달러 수준으로, 불과 3개월 사이 50~60달러 가량 내려왔다. 중국 주요 제철소들이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시장으로의 물량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수입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퍼는 동남아 밀들의 후판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 내 경기부양 기대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의 도금재 AD 조사를 의식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요 회복 더디고, 부실 리스크 ‘불안요인’
수요 산업의 부진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자동차·가전·건설 등 주요 수요 산업 전반에서 체감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까지 전해지며 냉연 유통시장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팔 곳도 마땅치 않은데 추가 주문을 늘릴 이유가 없다”며 “가격보다 자금 유동성이 더 큰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위축과 결제 지연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으며,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업체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빡빡한 대수리 불구...수급은 전반적 원활
4분기 들어 제철소들의 대규모 정비 일정이 본격화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체감 차질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1·2·4POL 설비를 11월 초부터 보름간 정비 중이며, 광양 1냉연공장은 이달 초부터 말까지 20일간 대보수에 들어갔다. 이어 4냉연공장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약 40일간 보수를 이어갈 예정이다. 포항제철소 역시 3CAL·CGL 설비를 11월 초 4일간 중수리하며 일정이 이어진다.

현대제철의 경우 당진 2냉연공장은 10월부터 13일간 보수를 마쳤고, 순천공장에서는 PCM·CAL 설비를 중심으로 10월~11월 21일간의 대규모 점검이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고도 많고, 주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공급이 빡빡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PO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수급 불안 요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냉연 유통시장, 11월에도 버티기 국면 지속
전반적으로 11월 냉연도금재 시장은 인상 명분과 현실의 간극 속에서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가격 인상’보다 ‘가격 방어’에 초점을 맞추며, 손익 악화에도 거래 유지에 주력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품목은 제철소 대보수 등으로 일시적인 버팀세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약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EGI를 제외하면 투매가 쏟아질 만큼의 급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의 핵심 과제는 ‘가격 인상’이 아닌 ‘가격 유지’다. 냉연 유통시장의 초점은 당분간 현 가격을 ‘지켜내는 것’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