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전망-열연·후판] 호가 인상 칠전팔기

- 열연, 중국산 물량 축소 불구 ‘제한적 반등’ - 앞선 가수요로 10~11월 물량 확대 기대 적어 - 후판, 정품 전환 본격화...점진적 변화 기대 - 유통업계, 2~3만 원 수준 호가 반영은 충분할 듯

2025-11-10     박현욱 선임기자

9월에 이어 10월에도 국내 열연 및 후판업계의 가격 인상 시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덤핑(AD) 관세 효과로 수입재 가격은 일부 상승했지만, 국산 제품까지 온기가 확산되진 않았다.

앞서 8~9월 메이커들이 공급가격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9월 말 잠정관세 시행 이후에도 시중 유통가격은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8~9월 가수요로 앞당겨진 구매 영향으로, 10월 들어 판매 진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통업체마다 재고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가격 인상 지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요 부진’을 꼽고 있다. 특히 관세 부과 이전에 확보된 수입산 재고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어, 가격 인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덤핑 효과 아직까지 ‘제한적’
중국산 후판에는 지난 4월 말부터 업체별로 28~38%의 잠정관세가 부과됐고, 열연의 경우 9월 말부터 일본산 31.58~33.57%, 중국산 28.16~33.10%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양국의 수입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산 후판은 4~10월 7개월간 약 46만 톤이 수입돼 전년 대비 40.7% 감소했다. 특히 보세공장이 있는 조선 및 일부 강관업체를 제외하면, 유통 및 실수요 물량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열연 역시 일본산은 9~10월 두 달간 16만 7,000톤으로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고, 중국산은 4만 4,000톤으로 80% 이상 급감했다. 보세공장을 운영하는 재압연사 및 강관사를 제외하면 유통 물량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참고: 한국철강협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연 시장의 가격 인상 효과는 제한적이다. 수입재를 중심으로 시세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하반기 동안 쌓인 재고와 선행 가수요의 여파로 가격 상승 동력이 약한 상태다.

여기에 한때 국내 유통가격을 웃돌았던 대만·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밀의 오퍼가격도 최근 톤당 530달러에서 505달러 수준으로 내려오며, 한국 시장에 점차 ‘맞춤형’ 오퍼를 제시하고 있다.

열연 유통업체, 호가는 외친다
그럼에도 다수의 열연 유통업체들은 호가 인상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일본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AD) 잠정관세 부과 이후 유통업계의 인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이전의 인상 시도는 일시적인 가수요 이후 시장 반응이 식으며 번번이 무산됐다. 업계는 열연 메이커의 출하가 인상과 판매 부진이 맞물린 현 상황에서 “손익을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유통업계는 11월 초부터 시중가격을 톤당 2만~3만 원 인상할 계획이다. 정품은 84만~85만 원, 수입 대응재는 80만~81만 원, 중국산은 78만~79만 원선을 목표로 한다. 이는 현재 거래가격 대비 약 2만~3만 원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최소한 2만 원 정도의 인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입재 가격이 수입대응재에 근접하며 상단 가격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메이커들은 11월 열연 공급가격 조정을 놓고 고심 중이다. 앞서 8~9월 공급가를 올렸지만, 유통시장 내 전가가 원활하지 않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판, 시장 반응 살피며 정품 유도 시작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잠정관세가 부과된 이후 수입재와 수입대응재 가격이 약 10% 상승했지만, 후판 유통가격은 8개월째 큰 변화 없이 정체돼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11월부터 저가 중국산 후판에 대응하기 위해 유통시장에 공급해온 수입대응재 GS400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정품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후판 유통시장도 점차 ‘정품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최근 자사 지정 가공센터를 대상으로 SS400의 엑스트라 및 베이스 가격 조정 정책을 안내하며 ‘한시적 특별가격 운영’ 방안을 시행했다. 이번 조정은 GS400에서 SS400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격 부담을 느끼는 수요처를 고려해, 두께 구간별로 베이스 및 엑스트라 항목을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특별가격 운영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매입단가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정품 전환과 가격 인상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아직 GS재 재고가 상당해 단기적으로 인상 분위기가 확산되긴 어렵지만, 업계는 점진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가라앉은 시장...그래도 긍정적인 예단
9~10월 연속된 가수요와 수입재 재고 부담이 여전하지만, 11월 시장에는 여전히 가격 인상 명분이 남아 있다. 반덤핑 관세의 실효성과 정품 전환에 따른 공급 구조 변화, 그리고 글로벌 시황의 하방 경직성이 그 근거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회복세는 여전히 더디지만, 유통가격이 더 떨어지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며 “11월에는 수입재와 대응재의 가격 격차 축소가 시세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실수요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연말 수요 자체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예단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평가한다.

특히, 유통업체들의 호가 인상과 정품 전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11월 시중가격은 톤당 2만~3만 원 수준의 점진적인 강보합 흐름을 보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