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中 수출 행진…올해 역대 ‘최고치’ 찍는다
- 보호무역 확산에도 수출 증가세…1억 2,000만 톤 눈앞 - 유럽보다 생산비 최대 60% 저렴…압도적 ‘가격 경쟁력' - 반제품 수출 214% 폭증…1~9월 1,074만 톤 돌파 - 베트남∙한국발 AD 조치에 동남아∙중동 등으로 시장 다변화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은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철강 수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제품 수출 확대와 신흥국 중심의 시장 다변화에 힘입어, 올해 중국 철강 수출이 1억 2,000만 톤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보호무역주의에도 ‘수출 공세’ 한층 거세져
중국의 저가 공세에 전 세계 각국이 잇따라 무역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철강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동남아·유럽연합(EU)·중남미 등에서는 중국산 열연·냉연·도금강판·스테인리스 등 판재류를 대상으로 반덤핑(AD)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연초만 하더라도 중국 철강 수출 증가세가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국의 수출 공세는 오히려 더 거세졌다. 해관총국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8,796만 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740만 톤) 증가하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 철강 수출이 1억 2,000만 톤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1억 1,000만~1억 2,000만 톤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유럽 대비 생산비용 최대 60% 저렴
중국이 글로벌 무역마찰 심화 속에서도 수출 공세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자리한다. 철강 수요의 핵심 축인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 400건이 넘는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부동산 경기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9월 중국의 신규 착공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했고, 공사 중 면적과 판매면적도 각각 9.4%, 5.5% 줄었다. 반면 미분양 재고는 3.8% 늘었다.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은 결국 해외로 향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철강 수출을 떠받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국은 저가의 국내산·몽골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석탄 화력 기반의 자체 발전소를 통해 전력비를 낮추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생산체계와 효율적인 물류망이 결합되면서 톤당 생산비용은 유럽 대비 30~60% 저렴하다. 이 같은 비용 우위가 중국산 철강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반제품 수출 급증, 판재는 ‘주춤’
품목별로는 반제품과 봉형강이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1~9월 반제품 수출은 1,074만 톤으로 전년 대비 214% 급증해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제강 설비가 부족한 동남아·남아시아 등지에서 빌릿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반제품의 경우 완제품보다 무역규제 영향이 적어, 수출업체들이 반제품 수출 확대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봉형강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1~9월 철근 수출은 전년 대비 44%, 선재는 54%, 형강은 47% 늘며 두 자릿 수의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판재류는 베트남과 한국의 반덤핑 조치로 직격탄을 맞으며 1~9월 열연 수출이 17.7% 감소했다.
■ 신흥시장 부상…‘탈베트남·탈한국’ 본격화
올해 들어 중국 철강 수출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의 반덤핑 조치로 수출길이 좁아지면서 동남아와 중동 등 신흥국이 새로운 수출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베트남은 최대 수출국이지만, 열연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여파로 베트남향 수출은 24.7% 감소했다. 한국 역시 열연과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로 수출 물량이 9.0% 줄었다.
반면 신흥국 수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1~9월 필리핀향 수출은 13.1% 증가한 433만 톤, 태국은 11.4% 늘어난 428만 톤, 아랍에미리트(UAE)는 10.8% 증가한 424만 톤, 사우디아라비아는 24.6% 늘어난 406만 톤, 파키스탄은 25.9% 증가한 240만 톤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의 인프라 투자 확대와 경기 회복세에 중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과 공급 능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동의 경우 사우디의 ‘비전2030’, UAE의 인프라 확충, 카타르·오만의 도시개발 프로젝트 등이 본격화되며 중국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