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 산업 대전환 시작···정부, 수출 지원·AI·원산지 단속 강화
- 美 50% 관세·중국산 물량 유입 속 정부 전방위 재편 착수 - 대구경 강관 등 고부가 강관·AI 중심 체질 개편 본격화 시동 - 강관 원산지 표시·비KS 철강재 단속, 산업 질서 정상화 추진
정부가 강관을 비롯해 철강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고도화 방안'을 내놓았다. 미국의 50% 고율 관세 충격, 중국산 저가 강관의 유입, 국내 수요 위축까지 삼중 악재가 산업을 압박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강관 산업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대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는 범용재 중심의 기존 시장 구조로는 글로벌 공급 과잉 시대를 버티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강관을 비롯한 철강재를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고도화 방안은 △설비 조정 △수출 지원 △저가 수입재 대응 △기술·AI 혁신 △저탄소 전환 및 산업 생태계 고도화 등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강관 산업은 중국산 수입 속 미국 관세 충격을 동시에 받고 있는 대표 산업으로,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급 과잉 품목 '강관', 설비 구조조정 지원
정부는 강관 기업이 노후 설비 조정이나 감축 계획을 제출할 경우 세제 혜택, 구조조정 지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과 연계해 지원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강관 업계는 중국산 강관 유입의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설비 구조조정과 지원이 동시에 필요한 환경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업계의 강관 수입량은 44만 톤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 강관 물량은 38만 톤이 유입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수입재 침투 수준을 검토한 뒤 설비 규모의 조정 또는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美 50% 관세 직격탄···강관 수출 위한 지원 가동
강관 업계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미국의 수입 철강 관세가 기존 25%에서 50%로 상향되면서 촉발된 수출 급감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강관 산업 특성상 상당수 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수출 생존' 문제로 규정하고 대규모 금융 지원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정부는 정책금융 13조 원, 무역보험 270조 원 규모의 공급망을 지원하고, 무역협회를 통한 200억 원 규모 긴급 융자, 2026년 시행 예정인 이차보전사업까지 포함하면서 수출 절벽을 넘기기 위한 패키지 지원이 본격화된다. 여기에 오는 11월에는 '수출공급망 강화 보증 상품'이 신설돼, 미국 관세 충격을 받은 강관 기업들의 단기 유동성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원산지 표시 의무화, 수입 강관의 품질 관리·통관 투명성 강화
또한 정부는 2026년부터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생산 단계에서 발급되는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품질 기준 미달 제품과 원산지 위반 제품의 국내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을 강화하고, 관세청·무역위원회·철강협회 간 우범 정보 공유 체계를 고도화해 덤핑 회피 행위와 유통 이력 조작 등을 집중 점검한다. 특히 무계목 강관의 유통 이력 신고도 신규 지정하면서, 수입 강관의 품질 관리·통관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수탄소강'을 강관에 적용, 조선·에너지·자동차에 접목
이번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는 강관 산업의 중장기적 체질 개선을 위한 고부가 제품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고망간강·니켈강·크롬강·클래드강·스테인리스강 등 특수탄소강을 용접강관과 무계목 강관에 폭넓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초심도 시추용 강관, 에너지 이·수송용 강관, 자동차 구동축 및 조향장치용 등 고부가 산업군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특수탄소강 기반 R&D 로드맵을 연내 수립하고, 고품질 철강재를 공공·민간 인프라 시방서에 확대 적용해 시장 수요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병행한다. 특히 염해농지 영농형태양광 구조물 등에 고내식성 강관을 전용 브랜드로 도입해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 연계한 신규 수요 창출도 추진된다.
대구경 강관에 AI 기술 도입···고부가 강관 제조 생산성 향상
정부는 AI 팩토리 사업을 철강 전 분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구경 강관 제조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공정 최적화를 위한 AI 자율 제조 기술 개발에 2027년까지 국비 1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에너지 프로젝트 등에서 대구경 강관의 품질과 납기 안정성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강관 업계의 제조 혁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현장에 KS 철강재 공급 유도, 국산 강관 수요 확대 기대
또한 건설 현장에서 기준 미달 철강재가 사용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규제 강화도 예고됐다. 정부는 비KS 철강재 사용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최신 KS 기준을 반영한 표준시방서 고도화 작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건설 현장에 비KS 철강재가 유입되는 통로를 차단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정품 KS 중심 공급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국내 강관 제조 업계의 가격 질서를 회복하고, 국산 강관의 품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번 고도화 방안은 강관 산업이 저가·물량 경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저탄소·디지털 기반 산업으로 도약하는 시장 재편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산 강관 유입, 내수 위축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정부가 특수탄소강 소재 개발, AI 제조 혁신, 수요 창출, 저탄소 전환 등 실질적 실행 계획을 제시한 만큼, 강관 업계의 전략 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강관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미국 관세 충격이 겹친 상황에서, 고부가 중심의 재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정부의 수출 금융 지원과 AI 기술이 현장에 안착된다면, 국내 강관 기업들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