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산업 구조조정 '초읽기'···정부 "기업활력법·철강특별법 동원"

- 수입재 침투율 3% 불과한데 공급과잉 심각 -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 참고해 여건 조성" - 양도세 이연·이월결손금 공제 등 세제 지원

2025-11-05     김영대 선임기자

정부가 공급과잉이 심화된 철근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설비조정에 나선다. 기업의 자발적 감축 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업활력법’과 ‘철강특별법’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 따르면, 철근은 설비 규모조정의 최우선 중점 대상으로 선정됐다. 특히, 철근의 수입재 침투율이 3%에 불과해 국내 공급과잉이 직접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 "자발적 감축 미진"···철근 최우선 조정 대상
정부가 제시한 '철강 설비 규모조정의 3대 원칙'에 따르면, 철근은 ‘기업의 자발적 설비조정 노력이 제한적이며, 수입재 침투율(3%)도 낮은 품목’으로 분류됐다.

이는 형강·강관처럼 기업이 자체적으로 설비조정 계획을 수립한 품목이나, 열연·냉연·아연도강판처럼 수입재 침투율이 높은 품목과는 차별화된 접근이다.

사실상 수입재 비중이 낮아 수입 대응보다는 국내 설비조정이 시급한 상황이고 시장의 자율정 조정도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여건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 석유화학 구조조정 사례 참고···기업활력법 활용
정부는 철근의 설비조정을 위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개편 사례를 참고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제정되어 지난해 7월 한시법에서 상시법으로 전환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하 기업활력법)을 활용한다.

이 법은 정상 기업의 선제적·자발적 사업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2023년 말까지 473개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한 실적이 있다. 일본의 산업활력법(1999년)과 산업경쟁력강화법(2014년)을 벤치마킹한 제도다.

□ 핵심은 '파격 세제 지원'···양도세 이연·이월결손금 100% 공제
기업활력법에 따른 사업재편 승인을 받을 경우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선 재무건전성 향상을 위해 설비나 자산을 매각해 금융채무를 상환하거나 신규 자산에 투자할 경우, 자산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해당 사업연도와 이후 3년간 이연한 뒤 3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근 생산설비를 100억원에 매각해 50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할 경우, 통상적으로는 즉시 법인세(약 11억원)를 내야 하지만 기업활력법 적용시 3년간 과세를 미루고 그 이후 3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또한 사업재편계획을 이행 중인 법인은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이월결손금 공제한도가 100%로 확대된다. 통상 대기업은 해당 사업연도 소득의 80%까지만 결손금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기업활력법 적용시 중소기업처럼 100% 공제가 가능해 과거 적자를 모두 공제해 법인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동일 업종 간 합병시 중복자산 처분 혜택도 있다. 합병 후 중복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자산을 취득하면 양도대금 중 신규자산 취득 비율만큼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3년 이연 후 3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아울러 금융기관으로부터 채무를 면제받을 경우에도 채무면제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3년 이연 후 3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채무를 면제해준 금융기관은 면제액을 손금 산입해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이외에 △등록면허세 50% 감면 △관세 납부 기한 6개월 연장 및 3회 분할 납부 △주식교환시 양도차익 과세 이연 및 증권거래세 면제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 산업위기지역 내 자산매각시 추가 과세특례
정부는 기업활력법 외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내 사업재편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경우 과세특례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항, 광양, 당진 등 철강 산단이 집중된 지역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2025년 8월~2027년 7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당 지역 내 철근 업체가 설비를 매각하면 일반 지역보다 더 큰 세제 혜택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필요시 '철강특별법' 신설···법적 지원 근거 강화
정부는 기업활력법만으로 부족할 경우 국회 협의를 거쳐 ‘철강특별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 등 대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철강특별법은 여야 의원 106명이 지난 8월 4일 발의한 상태로, 저탄소 전환 지원과 함께 설비조정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법안에는 △저탄소 공정 전환 자금 지원 △사업재편 촉진을 위한 특례 △산업위기지역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2025년 12월까지 구체 방안 확정
정부는 즉시 철근 사업재편 추진 가능성 검토 및 대안을 모색하고 2025년 12월까지 기업활력법 적용 및 세제 인센티브 세부 내용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의 구체적인 적용 조건과 범위, 그리고 고용 유지 조건의 현실성 등이 명확해져야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후속 조치를 주시하고 있다.

결국 철근 산업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고, 정부의 세제 지원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작동할지, 그리고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