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업의 뉴 노멀②] 대형구좌 전성시대
최소 재고 정책이 불러온 시장 변화 대형 납품사 중심 구매 정책으로 전환 ...인센티브 계약 몰빵
제강사의 수익성 악화와 소비 감소로 눈에 띄게 변한 것이 제강사의 스크랩 재고이다. 전기로 제강사에게 스크랩은 쌀이다. 쌀 재고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구매팀의 제1과제이다. 재고가 많으면 비용이 늘고, 적으면 위험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적정 재고 운영은 말이 쉽지,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제강사의 재고 정책이 크게 바뀌었다. 재고를 최대한 적게 가져가고 적기에 구매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제강사의 구매 전략 변화가 시장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1. 제강사의 재고 전략과 변화
한국 전기로 제강사들은 공급 부족이라는 기본적인 환경 아래 1) 철 스크랩 구매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2)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가장 기본 전략은 1) 수입 비중을 높여 공급 부족 시장을 사실상 공급 과잉으로 만들고 2) 구좌를 앞세워 시장의 통제력을 높였던 것. 특히 스크랩 재고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국의 스크랩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제강사 구매팀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 핵심에는 수입과 재고 전략이 있었다.
현대제철을 필두로 대형 제강사들이 높은 수입 비중을 유지하고, 많은 재고를 가져갔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제철이라고 비싼 미국산 스크랩을 사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대량 소비자의 불가피한 시장 운영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 한국의 스크랩 가격은 국제가격보다 낮게 유지했던 것이고, H형강등의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2024년부터 제강사의 재고 전략에 큰 변화가 있었다.
- 극단적인 재고 줄이기
지난 25년간 제강사의 구매량 대비 평균 재고율(월말 기준)은 56%였다. 2024년 49.7%로 떨어지더니 올해는 36.7%에 불과했다.
재고 급감의 배경에는 1) 철 스크랩 수요 급감 2) 제강사의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절대 수요가 줄자 제강사들은 절대 재고량을 줄였다. 수익성이 급감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를 더 줄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수입을 거의 하지 않아 제강사의 체감 재고는 더 줄었고 자급도는 93%로 급상승했다.
특히 한국특강의 적기 조달에 초첨을 맞춘 구매 전략은 웃돈 경쟁을 촉발하면서 경쟁 제강사의 재고 전략 변화를 만들었다. 제강사 관계자는 "경쟁 제강사의 가격 중심 구매 전략으로 재고가 많다는 의미가 사라졌다. 오히려 재고가 많아 비용이 증가하고 납품사와 관계만 악화했다”며 재고 전략의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의 제강업계는 의도하지 않게 준비되지 않은 철 스크랩 JIT 시대를 맞은 것이다.
2. 대형 구좌 전성시대 도래
- 인센티브 전략의 변화
제강사의 구좌 정책은 대체로 자사 구좌 업체간의 경쟁을 지양하고, 통제 가능한 규모 이상의 성장을 규제하는 쪽에 모아져 있다.
예를 든다면 제강사 구매팀은 고만고만한 다수의 납품사들로 구성된 것과 대형 납품사에 중소 납품사가 혼재한 것 중 전자를 더 선호한다. 특정 납품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구매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납품사의 대형화와 전국화는 스크랩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제강사의 오랜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 큰 변화가 왔다.
인센티브 제도는 변화는 제강사의 생각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단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제철이다. 그동안 현대제철의 인센티브는 약정량 연속 달성에 방점을 찍혀 있었다. 약정량을 달성하는 달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도 늘어나는 구조였던 것. 구매의 방점이 안정성에 맞춰진 탓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 인센티브 제도를 손보면서 납품량에 방점을 찍었다. 납품량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것으로 설계한 것이다. 납품사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복잡한 인센티브를 간소화하고, 납품량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를 많이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 중소형 납품사들 사이에서는 대형 구좌의 하부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실행에 옮긴 납품사는 없다. 대형 납품사 관계자는 “인센티브 제도 변경 이후 이익이 나기 시작한다”고 말해 최근의 변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량 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현대제철만이 아니다. 남부의 한 제강사도 얼마전부터 물량 중심으로 전환하고 약정량 이상을 납품한 납품사에 추가 인센티브를 주기 시작했다.
구매팀 입장에선 적은 재고를 단기간 늘리기 위해선 대형 납품사의 납품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형 야드업체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안정성에서 물량으로 바꿀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제강사 관계자는 “재고가 적어 납품 능력이 있는 대형 납품사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재고를 펑크 안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형 납품사가 아니면 제강공장 가동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계약과 특구도 일반화
인센티브에 더해 계약과 특별구매의 증가도 대형 납품사에게 유리한 시장 구조를 만들고 있다.
10월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계약과 특별구매이다. 계약과 특별구매가 급증한 것도 적은 재고 탓이다. 적은 재고를 극복하고 단기간 재고를 늘리기 위해선 단위 물량에 계약이나 특별구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남부지역의 중량A 기준 가격은 톤당 375원이지만 각종 웃돈이 붙으면서 400원~410원은 일반적인 가격이 되었고, 대량 물량의 경우 운반비 보조금까지 더하면 430원까지 웃돈이 붙기도 했다. 또 여기에 추가로 구좌 몫 인센티브까지 푸는 업체들이 나오면서 최고 440원까지 거래됐다는 것이 남부지역 유통업체의 설명이다.
최고 가격은 기준가격보다 무려 65원이 더 붙은 것이다. 1,000톤의 단위 물량이 440원에 출고됐다고 하면 기준가격보다 6,500만 원을 더 받은 것이다.
3. Big is Beautiful
제강사의 재고 최소화 정책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이에따라 제강사는 1) 대형 납품사의 납품 능력에 의존하는 시대가 됐다. 그 결과는 대형 유통업체에 유리한 가격 제도의 정책이다.
시장은 빠르게 대형 납품사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복수의 제강사와 거래하고, 생철에서 선반까지 다양한 등급의 납품이 가능한 구좌. 선급금 지급을 통해 발생처 스크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좌. 여기에 제강사가 구매력을 집중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철 스크랩은 생산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강사의 대형 납품사 집중은 중소 납품사의 쇠퇴라는 말과 같다. 중소 납품사는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대형 납품사의 하부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구좌업체들은 대형 구조업체와 구매 경쟁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소형 구좌업체들은 취급량이 적더라도 분류와 선별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발생처와의 안정적 관계를 통한 수량 확보, 우수한 재무 구조를 통한 대량물량 방출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제강사는 부족한 재고를 빨리 채워질 납품사. 여기에 구매력을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뉴노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