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글로벌 투자 ‘가속페달’…美·印·濠·인니서 확장 행보
- 미국·인도·인니·호주 투자…글로벌 거점 확대 - 美–지분투자, 印–합작, 尼–MOU, 濠–인수전 - 관세·자원·시장 대응… 현지화 전략 본격 시동 - MOU 단계 넘어 실질 투자로 이어질지가 관건
포스코그룹이 미국, 인도, 호주, 인도네시아 등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며 글로벌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관세, 자원. 탄소 등 복합적인 글로벌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 현지 전략을 통해 공급망 안정성과 시장 선점을 동시에 노리는 행보다.
포스코는 미국에서는 현대제철·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손잡고, 인도에서는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크라카타우포스코 2차 투자를 검토 중이며, 호주에서는 와일라 제철소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7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철강 부문 투자 우선순위는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호주 순”이라며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시황을 감안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되, 우량 자원 인수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 관세 리스크 넘는 ‘현지화’ 전략
포스코가 미국 시장에서 ‘현지 생산·판매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내 고급 자동차강판 수요 확대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화된 철강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미국 2위 철강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Cleveland-Cliffs)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이번 협력을 통해 “포스코가 미국 내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자사 제품이 미국의 무역 및 원산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내년까지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지분 10% 이상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올해 4분기 최종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는 내년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현대제철이 추진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EAF) 제철소 프로젝트에도 합류하기로 하고, 지분 참여 방식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중 투자 구조와 세부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제철소는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연산 27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직접환원철(DRI) 설비(DRP)를 비롯해 전기로, 열연 및 냉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내 탄소중립형 강재 공급망을 확립하고, 향후 이차전지 소재 및 모빌리티용 강판 분야까지 협력 영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도 / JSW 그룹 합작 600만 톤 규모
포스코가 인도 최대 철강사 JSW스틸(JSW Steel)과 손잡고 연 600만 톤 규모의 통합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8월 주요조건합의서(HoA)를 체결하고, 공동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새 제철소는 석탄과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원료 조달 경쟁력이 높은 오디샤(Odisha)주를 주요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최종 부지는 현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당초 500만 톤 규모로 논의됐던 조강 생산량은 600만 톤으로 확대됐다. 최근 인도의 철강 소비가 3년 연속 9~10%대 성장세를 보이며, 신흥 수요시장 선점을 위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분 구조는 포스코와 JSW가 각각 50%를 보유하는 동등한 파트너십 형태로 추진된다. 현재 부지 후보 지역에 대한 사업성 분석이 진행 중이며, 2031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마하라슈트라 냉연공장과의 연계 시너지를 강화하고, 인도 내에서 원료 조달부터 고급 판재 생산까지 이어지는 일관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 칭산과 협력 확대·크라카타우는 지체
인도네시아 또한 포스코의 주요 공략지다.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강 생산업체인 중국 칭산(Tsingshan)그룹과 손잡고 술라웨시섬 모로왈리 산업단지 내 스테인리스 합작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칭산그룹 계열사 막무르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Makmur International Investment)로부터 신헝메탈인도네시아(Sinxing Metal Indonesia) 지분 44.12%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크라카타우포스코((Krakatau POSCO)의 2차 투자 프로젝트는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 크라카타우스틸(Krakatau Steel)과 함께 2차 투자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양사가 합작 운영 중인 크라카타우포스코는 2013년부터 연산 300만 톤 규모의 고로 1기와 열연·후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2022년 7월에는 약 35억 달러 규모의 2단계 투자 MOU를 체결했으며, 여기에는 고로 2기 증설과 냉연·도금라인 신설이 포함돼 있다. 완공 시에는 연산 1,000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착공 시점과 지분 구조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지 인프라 비용 부담, 전력 공급 불안, 인허가 절차 지연 등이 사업 진척을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호주 / 봉형강 전문 와일라 제철소 인수전 참여
포스코는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와일라(Whyalla) 제철소 인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블루스코프(BlueScope)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일본제철, JSW스틸과 함께 포스코가 포함됐다.
와일라 제철소는 연간 120만 톤 규모의 구조용 강재 생산설비를 갖춘 호주의 대표 통합제철소로 봉형강 중심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제품 시너지는 제한적이지만, 이 제철소가 보유한 자철광 광산과 남호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인프라는 전략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활용해 저탄소 원료(DRI·HBI) 확보 기반을 강화하고, 호주 내 자원 공급망과 생산 인프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와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저탄소 원료 개발, 수소환원제철 기술 공동 연구, 철광석·석탄 공급망 안정화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BHP가 보유한 고품위 철광석과 호주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연계해, 향후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및 그린스틸 생산 체제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포스코 해외 투자 ‘가속화’ 배경과 과제
포스코의 해외 투자 확대는 ‘현지화·친환경·밸류체인 강화’를 축으로 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관세 리스크 회피, 인도·인도네시아는 수요 시장 확보와 자원 연계, 호주는 그린 전환과 자원 확보라는 포스코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편 목표와 맞닿아 있다. 각 거점을 중심으로 한 ‘분산형·완결형 글로벌 생산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다만 주요 프로젝트 대부분이 아직 MOU 또는 HoA 단계에 머물러 있어, 향후 투자 확정과 사업 착수 속도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글로벌 생산거점 확대를 통해 공급망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고 있지만, 각국의 인허가·정책 환경에 따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그린스틸과 배터리 소재를 아우르는 글로벌 밸류체인 완성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홀딩스는 재무 건전성 제고와 신규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63건의 저수익·비핵심 자산을 정리해 약 1조 4,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2027년까지 추가로 63건의 구조 개편을 추진, 1조 2,000억 원 규모의 현금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