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망-냉연도금] 수요 부진 딜레마 속 가격 인상

- 오르는 원가, 멈춘 수요...냉연 시장 ‘버티기 장세’ - 단압밀, 가격 인상 공문 잇따라...시장 반응은 미적 - 중국산 유입 여전, 반덤핑 카드 ‘기대 반 우려 반’

2025-10-07     박현욱 선임기자

공급가격 인상을 두고 국내 냉연도금 판재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적용한 인상분이 모두 반영되지 않은 데다, 10월에도 판매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담감이 커진 모습이다.

실제로 냉연 메이커별로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톤당 2만~3만 원 인상을 제시했지만, 인상분을 전부 반영하기 어려웠던 곳이 더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단압밀들은 10월에도 가격 인상 공문을 띄웠지만, 실제 반영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메이커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상은 개별 업체의 정책이라기보다, 업계 전반의 구조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물류비 상승 등이 제조원가를 압박하고 있으며, 장기간 부진했던 시황 속에서 판매단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졌다.

원가 상승에 인상 압박...“소재가 쫓아가기 벅차”
냉연 메이커들이 10월에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하반기 이후 꾸준히 가중된 원가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열연코일의 원자재인 철광석과 점결탄 값이 오름세를 보인 가운데, 반덤핑 잠정관세 이후 열연코일 등 냉연 소재 가격도 오르는 분위기다.

재압연업계는 하반기 열연 구매가격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단기간 인상 폭이 작지 않아 제조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소재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압연사 관계자는 “통상 두 달 전 구입한 원료가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제조원가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며 “롤마진 확보를 위해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여건상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시장은 여전히 빨간 불
수요 시장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자동차를 제외하면 건설·기계·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이 모두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10월 건설경기 전망지수(CBSI)는 76.9로, 9월(73.3)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기준선(100)을 크게 밑돌며 부진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민간 주택경기 부진과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 부담이 하반기 시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 발주 지연과 민간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철강재 구매 수요는 9월 대비 ‘정체 내지 미세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현장 재개 움직임은 있지만 자재 발주는 최소 단위로 진행 중”이라며 “도급사들도 가격보다 유동성 확보에 더 신경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동차 부문은 수요 산업 가운데 그나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9월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68만 3,150대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이중 내수는 12만 4,515대로 전년보다 18.1% 늘었으며, 수출은 52만 8,635대로 2.7% 증가했다.

내수 판매는 작년 9월과 달리 올해는 추석 연휴가 없어 영업일수가 많았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해외 판매 역시 미국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기아 모두 증가세를 보였으나,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GM은 약 40% 감소했다. 다만 업계는 10월 이후 고금리·고환율 환경과 북미 현지 생산 확대, 글로벌 수요 약세 등이 수출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전시장 역시 소비심리 회복이 더디며 내수 기반이 약한 상황이다. 과거 역성장 이후 일시적인 반등 조짐은 있었으나 지속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수출도 북미·유럽의 수요 둔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수입 유입 여전...시장 불안감 상존
중국산 수입재 유입량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냉연강판(CR)과 용융아연도금강판(GI) 등 주요 제품의 수입량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냉연강판(CR)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2만6천 톤 수준이었으나, 9월 한 달에만 5만 톤을 넘겼다. 용융아연도금강판(GI) 역시 지난해 월평균 5만4천 톤에서 9월에는 5만6천 톤으로 늘었다.

아울러 중국 밀들의 연말까지 오퍼가격도 저점 부근에서 횡보하고 있어, 국내 냉연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여건이 더욱 악화됐다.

유통업계는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확신이 옅어졌다는 반응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인상 움직임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시중 가격을 지키기에도 벅찼다”며 “고객사 일감이 줄어든 상태라 10월 구매 분위기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덤핑 조사 ‘기대감’…가격 인상 명분 될까
그나마 업계가 기대를 거는 부분은 자동차향 물량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냉연강판(CR), 열연아연도금강판(HGI), 산세강판(PO) 등 일부 품목의 수급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단압 3사의 주력 품목인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과 컬러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 개시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업계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 흔들려온 단압밀들이 가격 인상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국가적 이슈로 인해 조사 개시 시점이 당초 예상된 11월에서 12월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10월에도 냉연도금 판매는 부침이 예상된다. 업계는 공급가격 인상을 통해 시장이 따라올 여력을 기대하기보다는, 사실상 현재 가격을 얼마나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