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망-열연·후판] 가수요 소진 속 ‘가격 인상’ 재시동

- 열연, 수입재 주도 속 메이커 인상 잇따라 - 후판, 중국산 재고 소진에 가격 인상 ‘예열’ - 포스코·현대제철 대보수 겹쳐…공급 부담 가중 - 10월, 인상 명분 충분하지만 수요는 변수

2025-10-06     박현욱 선임기자

9월 한 달 동안 국내 열연 및 후판업계의 가격 인상 시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덤핑(AD) 관세 효과로 수입재 가격은 일부 상승했지만, 전체 시장에서는 인상분 반영이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10월에는 메이커와 유통업계 모두 가격 인상에 다시 한 번 나설 전망이다. 메이커들은 공급가격 인상을, 유통업체들은 인상분 반영을 위한 호가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잠정관세 효과, 공급 축소, 동남아 수출 오퍼가격 상승 등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상승 분위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말까지는 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열연 / 수입재 중심 가격 반등, 반덤핑 효과 본격화
국내 열연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반덤핑(AD) 이슈’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23일부터 중국산과 일본산 열연에 잠정관세가 부과되면서 유통업계는 다시 한 번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산 열연 재고 부족과 관세 부담, 여기에 메이커의 공급단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유통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최근 동남아산 열연 오퍼가격도 톤당 520~530달러 수준으로, 국내 유통가격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 시세 흐름이 국내 시장의 인상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메이커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9월 주문투입분부터 유통향 열연 가격을 인상했으며, 현대제철 역시 8월과 9월에 이어 10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또한 수입재를 중심으로 가격 반등을 꾀하고 있다. 수입재 가격이 하단에서 먼저 반등하면서 상단 가격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인상에 나설 예정이며, 목표 호가는 ▲수입재 80만 원 ▲수입대응재 85만 원 ▲정품 88만 원 수준으로 설정됐다.

후판 / 저무는 수입대응재...가격 반등 ‘예열’
후판 유통시장은 지난 4월 잠정관세 부과 이후 최종 판정이 나온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뚜렷한 변화 없이 정체 상태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점차 무르익고 있다. 국내 고로사들의 공급가격 인상 의지와 함께 중국산 재고가 소진되면서, 주요 유통사들은 10월부터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메이커들은 10월 수주 및 주문투입분부터 정품 후판 가격을 톤당 3만 원 인상할 예정이다. 양사는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타이트한 수급 상황을 이유로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AD) 여파로 수입재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일본과 동남아산 후판 오퍼가 한국향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 인도네시아산 후판은 톤당 595달러(CFR), 일본산은 605~615달러(CFR) 수준에서 제시되고 있다. 국내 시중가격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입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밀들의 수출가격 변동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가격 상승세를 의식해 시중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퍼를 제시하고 있다”며 “수입 오퍼와 중국산 재고 상황을 종합할 때, 10월부터 국내 가격이 다시 한 번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유통업체들도 판가 인상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시중가격은 ▲정품 90만~92만 원 ▲수입대응재 86만~88만 원 ▲중국산 84만~85만 원 수준으로, 다수의 유통업체들은 메이커의 공급가 인상에 맞춰 톤당 2만~3만 원의 호가 인상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포스코가 10월 중순부터 GS재 주문 접수를 중단할 예정인 만큼, 수입재와 수입대응재를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세는 한층 뚜렷해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GS400 대신 JIS 규격 SS400을 유통향으로 공급하고, SS275·SM355 등은 기존과 같이 주문생산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대보수 일정 릴레이....수급 넉넉지 않아
국내 열연 수급 상황이 빠듯한 점도 가격 인상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4분기 동안 대규모 정기 수리 일정을 진행하면서 공급 여력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10월에는 두 고로사 모두 열연공장 정기 대보수를 실시한다. 계획된 연간 점검 일정이지만, 단기간 공급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포스코는 광양 2열연공장에서 10월 중·하순부터 말까지 약 18일간 정기 대보수를 진행한다. 이어 광양 1열연공장은 11월 초부터 12월 중·하순까지 한 달 반 동안 합리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제철도 당진제철소 2열연공장을 10월 중 6일간, 1열연공장을 11월 중 9일간 각각 대수리할 계획이다.

앞선 가수요...그럼에도 명분 있는 10월
반덤핑 관세, 타이트한 수급, 해외 오퍼 상승 등 ‘삼박자’가 맞물리며 10월 철강 시장의 가격 인상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될 가격 인상 흐름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업계는 “지금 시중가격이 흔들리면 4분기 내내 하방 압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이번 상승세가 4분기 가격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짧은 영업일수와 여전히 부진한 수요, 그리고 8~9월 이어진 가수요 소진 등을 감안하면 인상분 모두를 반영하기보다는 부분 반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시장 심리는 ‘상방’을 향하고 있다.